국제 일반 · 완정 시론

I 중국과 이란, ‘여명의 눈동자’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중국과 이란, ‘여명의 눈동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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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신발, 기저귀, 식품 등에 1,12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이에 대항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원유’를 보복 관세 품목에 포함했다.

아니…. ‘석유 먹는 하마’인 중국은 원유 없으면 자국 경제가 올스탑하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이런 무모한 결정을 내리다니…. 중국은 도대체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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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자국 소비 원유의 6%가량을 수입한다. 미국만 따지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아라비아 반도의 산유 왕정 국가들에서 수입되는 원유가 전체 합산하면 81.3%에 육박한다. [아래 도표1. 2017 Chinese Crude Oil Imports (Millions of Ton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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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그간의 경제적 의존 관계가 타협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지금처럼 계속 ‘험악한 관계’가 지속한다면, 중국은 기존 미국 의존적 경제 궤도를 재검토하게 된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원유 수급을 포기하고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을 준비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베이징 지도부가 ‘에너지 공급의 다각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필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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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쓰촨 지방 가스 생산을 현재 20%에서 33%가량으로 끌어올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먹는 하마’인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향할 곳은 어디겠는가…? 바로 페르시아 이란이다. 이제 중국은 이란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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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2800억 달러를 이란의 원유와 가스와 석유화학 부문에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 원유보다 훨씬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것이 수지맞는 장사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 온갖 ‘갈굼’을 당하며 미국에 값비싼 원유를 살 필요가 없다. 거만하게 칙사 대접받으며, 디스카운트 팍 팍 받으며 ‘황제 구매’가 가능한 이란이 있는데 뭐하러 미국에 원유를 구매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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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은 중국의 이런 선회를 좌시하지 않는다. 분명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에 포악한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다. 주로 2차 제재(세컨데리 보이콧: 제삼자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로 중국을 ‘조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보복을 충분히 예상한다. 그래서 그들도 미국 보복에 대한 대안과 정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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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이후에 벌어진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 배경을 알아야 이후 설명할 중국과 이란 간에 벌어지는 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 합의는 알다시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이라고 불린다. P5+1 국가들(UN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및 독일)과 EU 그리고 이란이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하여 2015년 7월 14일에 맺어진 협정이다.

그런데 미국은 협정이 체결된 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란의 아무런 위반 사항이 없었음에도 핵 합의에서 ‘나 홀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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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 없는 모범 가정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집을 뛰쳐나간 가출 청소년을 연상시킨다. 아니면 트럼프가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1955년 작)을 흉내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ㅡ 그러나 ‘이유 없는 반항’ 같은 것은 없다.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핵협정 이후 이란 경제 회복과 군사력 및 외교 능력이 괄목할 만큼 성장하니 이스라엘이 급격히 초조해진 것이다. 이럴 때는 우황청심환 같은 것을 먹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하는데 이스라엘에는 그런 것이 없다. 대신 그들은 미국 네오콘 무리를 다그쳐 미국의 탈퇴를 종용했다. “이란을 이대로 놔두다가는 우리도 미국도 함께 ㅈ되는 수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스라엘이 바리새 Pharisaic 금융 맘몬제국의 전방기지라면 미국 본토는 후방기지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정복전쟁 수행을 위한 ‘기지 국가’다. 이들은 세계를 정복의 대상으로 본다. 희한한 세계관이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우리 고조선의 건국이상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정복 미치광이들의 무한폭력 사상에 비하면 너무나 인간적이고 훌륭해서 감탄과 존경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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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국은 2018년 5월 8일 JCPOA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대 이란 제재를 90일 또는 180일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별로 재개할 것을 천명했다. 그러고 나서 트럼프가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에 대한 행정명령’(Reimposing Certain Sanctions with Respect to Iran, 2018.8.6)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그간 이란 핵 합의(JCPOA ,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의해 유예 및 철회되었던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2018년 8월 7일부로 본격적으로 재개되었다. 이로부터 제1단계 제재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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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 외 ‘모든’ JCPOA 당사국들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발표해 버린 것이다. 특히, EU 및 프랑스, 영국, 독일은 “아무 문제 없는” JCPOA를 변함없이 준수하는 한편, 미국의 ‘황당한 제재’로부터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 대항입법(updated Blocking Statute)’까지 발효하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에너지 등 분야에서 이란과의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아무도 미국 말을 안 듣는 ‘총체적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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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EU부터 보면 그들이 발효한 ‘개정 대항입법(updated Blocking Statute)’이라는 것은 일찍이 1996년 미국의 대쿠바 경제제재로부터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EU는 이 대항입법을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피해를 본 회원국 국민을 보호하고, 제3국의 법원 판결이 적용되는 것을 무효화시키며, 회원국 국민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준수하는 것을 금지했다. EU의 외교안보담당 집행위원은 “만약 EU기업들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조치를 따를 경우, 그들은 EU에 의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2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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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중국의 대응은 어땠는가? 당연히 ‘강력한 NO !!!’였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란과 지속해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중국과 이란의 상업적 협력관계(commercial cooperation)는 개방되어 있으며, 이는 투명하며, 이성적이고, 공정하며” “어떠한 UN 안보리 결의안도 어기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이란과의 관계에서 중국의 법적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이란산(産) 원유 금수조치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이란산(産) 원유 수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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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니들이 경제제재 하거나 말거나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결정은 ‘어마무시한 지정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즉 미국과 짝짜꿍이 되어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중동부패왕정들인 사우디와 아랍 에미레이트를 제치고 ‘투르크메니스탄-중국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유입해 자국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내친김에 이란과 연계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급망을 구축하게 되면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달러를 지탱시키는 중심축인 페트로 달러체제는 가속적인 몰락을 하게 될 운명을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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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미 이란과의 원유 수송과 제조 인프라 건설에 1,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 인프라 중에는 몇몇 구간에서의 고속철도를 포함하는데 이 철도들은 이란과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육상 루트’가 되며 또한 이에 더해 이란의 항구들에서 중동, 아프리카를 거치는 ‘해상 루트’까지 ‘덤’으로 얹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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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연계 항구 중의 하나가 인도가 만든 차바하르 항구(port of Chabahar)다[아래 지도 참조]. 그런데 인도는 미국의 명령에 복종하느라 이란과의 원유 거래가 제로다. 따라서 그 공간을 중국이 치고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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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국의 이란 투자는 ‘돈’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군대 ‘인민해방군’도 함께 따라 이동한다. 대략 5,000명의 중국 부대가 같이 간다.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미국이 뒷배를 봐주는 파이프라인 테러 같은 것을 예방하고자 그리하는 것이다. 이란 주둔 중국군이 지금이야 5,000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확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바야흐로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에 미군이 어슬렁거리는 것 못지않게 중국군이 이란과 중동 전역에 파이프라인을 따라서 어슬렁거리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에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하면 그게 자연스럽게 중국 투자 시설에 대한 도발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중국과 이란은 군사적으로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야말로 양국은 명실상부한 ‘전략적 관계’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란 입장에서 이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이란에 투자해서 이란의 등골을 빼먹는 것이 아니라 공존 공생의 화친 경제 협력을 하는 것이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이다. ㅡ 이란에 흡혈 피라냐떼같은 미국 원유 회사들이 입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호혜의 중국 원유 기업들이 자리 잡게 되면 이란은 이제 바야흐로 판매처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세일즈맨 신세에서 벗어난다. 어디 그뿐인가. 인민 해방군까지 와서 이란의 세를 불려 주니…. 이것이야말로 ‘신의 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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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미국 패싱 현상은 결국 미국을 께름칙하게 여기는 러시아, 터키, 시리아, 파키스탄 등은 물론이고 미국의 가신국들에게 마저도 ‘조용한 지정학적 혁명’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구 금권세력이 주도하는, 악명이 자자한 초국적 금융뱀파이어들의 지배인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가 아닌 함께 잘 먹고 잘사는 ‘유라시아 질서(Eurasian Order)’가 동해 바다의 찬란한 일출처럼 이란으로부터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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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