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완정 시론

I ‘잘못된 만남’과 전사(戰士)계급 메시아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잘못된 만남’과 전사(戰士)계급 메시아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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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난다긴다하는’ 국제정치 전략가들은 1999년 당시 러시아에서 거의 무명 인사나 다름없었던 푸틴이 고주망태 알코올 중독자 겸 “민주주의 수호천사”인 보리스 옐친 ‘취권’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이어받았을 때, 모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를 ‘시마이’하고 서구 글로벌리스트 뱀파이어들에게 자발적으로 ‘헌납’한 러시아를 ‘중단없이’ 자신들 의도대로 요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들은 푸틴과의 만남이 자신들에게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넘어서는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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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취임 직후 이전에 공기업이었던 러시아 메가 기업들을 하나씩 불하받아 꿰어찬 ‘올리가르히(oligarch)’들을 크렘린에 불러 “너희가 어떤 경로를 통해 부자가 되었는지는 묻지 않겠다! 그러나 너희가 앞으로 정치 근처에 얼씬거리며 국가권력을 어찌해 보겠다는 ‘야심’을 품는 순간 너희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 일 것이다!”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물론 실제 워딩은 이렇게 살벌하지는 않았고 매우 완곡하게 했지만….

그 당시 올리가르히 대마왕 베레조프스키(Berezovsky)와 대다수의 새끼 올리가르히들은 그 경고를 그냥 취임 ‘후까시’ 정도로 이해했다. “너는 떠들어라, 우린 우리 갈 길 가겠다!” 뭐 이런 마음가짐으로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러니까 미국 정치 전략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푸틴을 ‘빙다리 핫바지’로 봤다. 그래서 그들은 마피아 보스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며 제 갈 길을 갔다. 무소의 뿔처럼…. 애국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국가 공적 자산을 다 해 처먹으며 서구 글로벌리스트 뱀파이어들과 붙어서 희희낙락하며 러시아 서민들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서방 연계 야당들에 정치자금을 살포하고 다니며 지명도를 높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Mikhail Khodorkovsky) 유코스(Yukos) 회장은 자신의 기업이 세계 4대 석유메이저로 도약하는 것을 눈앞에 두고 2003년에 전격 구속되어 ‘슬기로운 감방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푸틴을 제치고 왕초 행세를 하려다 크렘린에 찍혀 2000년 런던으로 망명한 올리가르히 대마왕 베레조프스키(Berezovsky)는 영국으로 도망간 지 13년 만인 2013년 3월 화창한 봄날에 자택 욕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공식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었다. 그는 죽기 얼마 전에 감옥에 가도 좋으니 제발 러시아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만 해달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탄원서도 썼었다. 망명할 때 그는 “내가 푸틴을 제거하고 러시아를 혁명하겠다!”는 당찬 결의를 세계만방에 선포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몸도 마음도 약해졌는지 그런 읍소 편지를 썼다. 물론 크렘린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내가 푸틴이라도 별로 용서해주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나를 ‘참수’하겠다고 한 때 길길이 날뛴 자를 용서할 만큼 ‘다량의 박애(博愛) 용량’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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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논객 중 그나마 좀 정신 있다고 하는 사람들마저 러시아에 대해 이런 멘트를 치며 ‘개폼’을 잡는다.

“어차피 푸틴의 정치적 기반도 경제 과두들 아냐? 그건 말이야, 서구 금권 정치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는 구조라고! 따라서 푸틴의 차별성만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객관성을 잃은 ‘치우친 판단’이라는 거지…. 그놈이 그놈인 거라구 . . . 어쩌구 저쩌구 . . . “

과연 그런가? 세계 지배 야욕에 눈이 씨뻘개서 밥먹고 하는 생각이 오직 펜타곤과 NATO, 그것도 모자라서 테러 용병들까지 동원해서 남 죽일 전쟁 일으킬 궁리만 하고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참혹한 살인과 비참함을 만들어내는 패륜 끝판왕 서구 글로벌리스트 뱀파이어들과 푸틴은 그 본질에서 진정 ‘등가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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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실로비키 권력의 본질은 사실 이런 거다. 서구 초국적 기업들은 ‘국적’도 없고 사회를 책임진다는 ‘도덕 정신’도 없다. 국민을 다 죽여서라도 ‘이윤’만 뽑아내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혼 없는 이윤기계 대행기관의 목표 달성이 대의정치의 목표이고 공론의 장에서 인정받는 가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적어도 러시아는 독재고 뭐고 하는 형식 논리적 판단을 다 떠나서 러시아라는 국가와 그 속에 사는 구체적 생명체들을 보살핀다. 글로벌 기업 뱀파이어들이 국민에게 잔혹하게 구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는다. 가즈프롬(Газпром)을 위시한 러시아 기업들이 부정도 저지르고 부패도 저지르고 다소의 변칙적 행동이 없는 것이 아니다. 털면 분명 ‘먼지’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권력과 통합되어 러시아적이고 애국적이다. 우리하곤 그 근본이 다르다. 과거 막가파 올리가리흐 마적 집단을 쳐내고 ‘애국적 기업’만을 인정하는 것이 실로비키들 도덕 기준이다.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한결같이 인민 착취적인 것은 아니다.

비록 (정치) 경제학에선 이런 얘기가 상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본가계급 타도” 같은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다. 특정 지역에 사는 구체적 인간들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을 배려하는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그저 국적 없는 ‘노마드 영혼’을 장착하고 사방으로 피(이윤)를 빨러 다니며 공격적으로 배회하는 뱀파이어 기업을 단도리 칠 수 있는 강력한 국가권력이다.

서구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상업권력이 즉, 장사치들이 정치하는 야바위 시스템에 불과하다. 국민이 생애 주기 마디마디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수입의 근거를 마련해 주지도 않고 그저 “알아서 살아! 그게 자유 아냐? 능력 없으면 죽던가! 어차피 약육강식 아냐?”라며 냉혈 파충류의 가치관을 강요한다. 그러면서 강한 놈들은 뒤에서 별의별 불법을 저지르며 이윤을 극도로 팽창시킨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부를 남모르게 축적한다. 추가로, 국민에겐 글로벌 곡물 메이저 상인들이 만든 정체불명의 질병을 유발하는 “독극물”로 의심되는 GMO 식품도 마구 멕이고, 외국 군대 에겐 지극정성으로 융숭한 대접을 해주며 온갖 편의를 봐주지만 자국민들에게는 최저임금 외쳤다고 몽둥이로 두드려 패고, 머리 몸통 분리해 찢어가며 챙긴 부(富)는 모조리 어디론가 다 빠져나가고, 분식회계도 하고…. 참 바쁘게들 산다!

별 볼 일 없는 우리 ‘깡통 인생들’은 올해도 뭔가 뿌려 희뿌연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지 않을 ‘메시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장사치들의 독재’를 누르고 우리를 보호해 줄 ‘전사(戰士)계급’을 기다릴 것이다. “대의 정치인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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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집단과 전사 집단과 현인 집단 간의 권력 투쟁의 역사를 다시 한번 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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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