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호의 세계음악 · 편집실

I 음악 주해: 안석호의 세계음악(2020년 3월 20일 방송) I

‘자연’ 가수, 다닛 트로이비히(Danit Treubig)

 

방송 포스팅

 

음원

  1. 안석호의 세계음악 (20200321-060607) 40:26

음악 자키 안석호의 3월 선곡 또한 우리 음악적 감성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그널 뮤직 모레자(Moreza)의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마음을 유연하게 해준다.

 

01. 다닛 트로이비히 – 네 개의 바람
Danit Treubig- Cuatro Vientos

첫번째 곡은 스위스 출신 가수 다닛 트로이비히(Danit Treubig)이다. 노래는 스페인어로 부른다.

 

[이미지 1] 다닛 트로이비히(Danit Treubig)

그녀는 2015년 자신의 앨범 제작을 위해 자발적 기부를 호소하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3년 전에 – 그러니까 2012년이죠 – 스위스를 떠나 북미와 남미 전역을 돌며 원주민들을 만나고 그들 문화를 호흡했습니다. 제가 접했던 고대 전통들은 저에게 영감을 주었고 제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전 이제 지난 3년 간 자연 순례 여행에서 언제나 함께 했던 그 음악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그녀 음악은 많은 호응을 얻어 2017년 마침내 첫 앨범이 나오게 되었고, 또한 그녀의 ‘자연음악’을 높게 평가한 뮤지션들이 그녀를 돕겠다며 대거 결합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가 된 것이다.

리암 플래처(Liam Fletcher)는 음악 프로듀서로서 사운드 엔지니어 역할을 해주었고, 니콜라스 바르바차노(Nicholas Barbachano)는 프로듀싱을 도왔고 기타, 보컬, 타악기 연주까지 맡아 주었다. 그리고 마오 비달(Mao Vidal)은 보컬을, 죠너스 윈터(Jonas Winter)는 기타와 보컬을 담당해 주었으며, 미샤 뮬로프-압바도(Misha Mullov-Abbado)는 더블 베이스 연주를 해주었고, 매튜 발리(Matthew Barley)는 첼로를, 알리나 닉스도르프는(Alina Nixdorf)는 음악 행사 관련 업무를 담당해 주었다. 주1)

 

[이미지 2] 다중 펀딩으로 제작된 다닛의 데뷰 앨범 《알리엔또Aliento》(2017년)

그녀는 이런 말도 했다.

“제 음악은 무엇보다 ‘자연’에게 영감을 받은 거예요. 노래들이 모두 어머니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담고 있거든요. 자애로운 자연 속에 사는 모든 식물과 동물들은 우리 삶을 가능케 해주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음악이란 신비로운 자연이 주는 초대장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혼란스러운 상념들을 가라 앉히고, 생명과 현재 순간들에 대한 거만 없는 소박한 마음으로 우리 영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주2)

‘네 개의 바람’을 듣고 나서 왠지 모르게 여운과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녀의 이 곡을 강력히, 너무나도 강력히 추천한다. ‘나뚜랄레자(Naturaleza)’…. ‘어머니 대자연(大自然)’!

영혼을 촉촉히 적셔주는 음악이 진정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음유시인같은 그녀의 노래는 들판에 부는 바람소리 같다. 그녀가 불어내는 바람소리와 아메리카 원주민 샤먼(shaman, 주술사)의 나즈막한 주문 외는 소리는 정말로 기가 막히게 서로 어울린다!!! 놀랍다! 두 소리가 하나 되어 마음 속에 찌든 때가 조금씩 녹아내리고, 영혼이 ‘순수’를 향해 고양되는 안정과 평화가 느껴진다. 수십년 음악을 들었지만 이런 곡은 처음이다.

 

 

02. 부다페스트 집시 오케스트라 – 차르다시
Budapest Gypsy Orchestra – Chardash

차르다시는 헝가리의 전통 민속춤곡이다. 이 곡은 느리고 구슬픈 바이올린 연주가 갑자기 환희 가득 찬 속주(速奏)로 바뀌면서 슬픔과 기쁨이 오락가락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느끼게 해준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이랬다저랬다 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듯 했다.

 

03. 프란시스 레이 – 사랑의 정경(情景)
Francis Lai – Scene D’Amour

프란시스 알버트 레이(Francis Albert Lai, 1932~2018)는 영화 ‘러브 스토리’(1970년)를 명화(名畵)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OST를 만든 프랑스 작곡가다. 눈밭에서 뒹구는 청춘남녀가 동시에 연상되는 음악을 그가 만든 것이다.

 

 

안석호님이 선곡한 세번째 노래는 1977년 작품의 영화 《빌리티스Bilitis》의 실질적인 메인 테마곡, 또는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란시스 레이의 ‘사랑의 정경情景(Scene D’Amour)’이다. 이 곡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스트링 계열의 전자사운드를 쓰고 그 위에 치장을 하듯이 여성의 코러스를 입힌” 레이의 독특한 ‘에로틱’ 음악 기법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 어느 곡도 이보다 더 데카당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말이지, 데카당스의 ‘끝판왕’ 곡이다.

그런데 러브 스토리의 메인 테마곡을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연주하는 것을 들어 보니, 올드 러브스토리가 어쿠스틱으로 옷을 갈아 입고 완전히 도시풍의 모던한 러브스토리로 변해 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기타 선율은 뭐랄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약간은 냉소적이고 드라이해서 그런지 가슴에 ‘확’ 와 닿는다.

 

04. 마흐디 – 봄꽃
Mehdi – Flowers Of Spring

네번째 선곡은 이란계 미국인 마흐디(Mehdi)의 ‘봄꽃(Flowers Of Spring)’이다. 생기 있는 선율은 마치 화창한 봄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겨울 내내 참아왔던 수다를 한꺼번에 터트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다양한 악기 연주가 인상적이다.

 

05. 다니엘 리카리 – 날 떠나지 마!
Danielle Licari – Ne Me Quitte Pas!

그리고 마지막 곡은 프랑스 여가수 다니엘 리카리(Danielle Licari)의 ‘날 떠나지 마! (Ne Me Quitte Pas!)’이다. 이 곡 또한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 정서와 대단히 흡사하다. 다만 레이의 음악보다 덜 환상적이고 덜 몽환적이라는 정도의 차이가 느껴지기는 한다.

다니엘 리카리는 1964년 작품인 프랑스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의 여주인공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의 노래를 실제로 부른 가수다.

[이미지 3] 프랑스 가수 다니엘 리카리(Danielle Licari)

그녀의 노래 ‘날 떠나지 마!(Ne Me Quitte Pas!)’를 듣자니 그야말로 “너 떠나면 나 어떡해? 나 죽을지도 몰라!”… 사랑의 절규를 하는 여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쉘부르의 우산’이 보여주는 바처럼,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사람을 숨막히게 했던 사랑의 열병이라는 것도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하면 사랑의 감정은 마모되고 부식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냉정해지며 그저 한 조각의 씁쓸하고 머쓱한 추억이 되어 버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사랑도 예외가 아니다!

“그 땐 그랬지! 그런데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어?! 그 땐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고 미칠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면, 그 불 같은 열정이 참으로 계면쩍게 느껴진단 말이야, 쩝 쩝!“ 누구나청춘이 있었으니 해 봤을법한 경험일 것이다.

 

06. 「하루」 – 김용택 (낭송: 안석호)

 

어제는 하루 종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멀리 흔들리고

나는 당신에게 가고 싶었습니다

 

당신 곁에 가서 바람 앉는

잔 나뭇가지처럼 쉬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내 맘에

바람뿐이었습니다.

(김용택·시인; 1948~)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대표 시집으로는 《섬진강》, 《시가 내게로 왔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의 삶의 궤적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또한 ‘어머니 대자연(大自然)’, ‘나뚜랄레자(Naturaleza)’를 부른 다닛 트로이비히(Danit Treubig)와 마찬가지로 자연에 대한 진지한 삶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신동아] 별책부록 | 명사의 버킷 리스트

김용택 시인: 바라는 것 없는 삶을 살고 싶다

2011년 03월 25일

https://shindonga.donga.com/3/all/13/110190/1

 

안석호님이 보내 주신 시 하나를 더 읽어보자.

 

「봄 바람」- 김종해

개같이 헐떡이며 달려오는 봄
새들은 깜짝 놀라 날아오르고
꽃들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속치마 바람으로
반쯤 문을 열고 내다본다
그 가운데 숨은 여자
정숙한 여자
하얀 속살을 내보이는 목련꽃 한 송이
탓할 수 없는 것은 봄뿐이 아니다
봄밤의 뜨거운 피가
천지에 가득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뜨뜻해지는
개 같은 봄날!
(김종해•시인, 1941~)

 

[이미지 4] 김종해 시인의 열 두번째 시집, 『늦저녁의 버스킹』

 

음악 자키 안석호는 마지막 멘트에서 ‘긍정의 힘’으로 현재를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맞다, 어려운 때일수록 음악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영혼이 단단해진다. 어디까지가 ‘사회적 고통’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적 고통’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그렇더라도 고통이기는 마찬가지다. 김종해 시인은 사람이 ‘악기’라고 한다. 태어나고 살아 가면서 이런저런 소리를 내는 악기다. 가급적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ㅡ [완정]
______________________
후주

주1)
https://www.indiegogo.com/projects/danit-s-debut-album#/

 

주2)
https://music-medicine.co.uk/danit-treubig/

 

이미지 출처

[최상단 이미지]
‘자연’ 가수, 다닛 트로이비히(Danit Treubig)
https://danit.bandcamp.com/releases

 

[이미지 1]
다닛 트로이비히(Danit Treubig)
http://monkeypowa.com/my-first-shamanic-voyage-part-2/

 

[이미지 2]
다중 펀딩으로 제작된 다닛의 데뷰 앨범 《알리엔또Aliento》(2017년)
https://www.discogs.com/Danit-Aliento/release/12471499

 

[이미지 3]
프랑스 가수 다니엘 리카리(Danielle Licari)
https://www.youtube.com/watch?v=wkLalyRAM00

 

[이미지 4]

김종해 시인의 열 두번째 시집, 『늦저녁의 버스킹』
https://news.joins.com/article/2364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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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