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동아시아 정치 · 완정 시론

I 유럽에서 ‘제2의 30년 전쟁’은 시작되는가? I

[최상단 이미지] 30년 전쟁 중 잔혹한 전투 장면 – 쟈크 코투와(Jacques Courtois) 그림

 

I 유럽에서 ‘제2의 30년 전쟁’은 시작되는가? I

/ 국경폐쇄, 세계화 폭주기관차를 멈춰 세우다! /

2020년 03월 18일 •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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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을 차단코자 유럽 9개국이 국경을 폐쇄했다.
스페인,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덴마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이프러스가 공식적으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주1)

 

[이미지 1] 2020년 3월 11일 현재 유럽의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 현황(흰색 속 숫자는 확진/적색 속 숫자는 사망)
[이미지 2] 이탈리아, 영국, 미국의 COVID-19 확산 비교 현황

중국을 강타했던 코로나가 이제 유럽으로 흘러들어 가 유럽 국가들간 인적, 물적 차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쉥겐(Schengen) 조약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헝가리 매체 포트폴리오는 오르반 정부의 대책을 자세히 보도했다. 코로나를 맞아 생기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발 빠르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이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으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대책을 세웠다. 주2)

헝가리는 원래 글로벌리스트의 놀이터인 EU와 거리를 두어왔다. 께름칙한 조직인 EU를 멀리하고 브렉시트 영국보다 훨씬 이전에 소리소문 없이 자기 완결적 ‘독고다이’ 국가운영을 중부 유럽 인근 국가들인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3개국과 보조를 맞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중부유럽 이 4개 국가를 ‘비셰그라드 그룹(The Visegrad Group)’ 혹은 ‘비셰그라드 포(Visegrad Four)’라고 부른다.

 

[이미지 3] 비셰그라드 포(Visegrad 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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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국경 폐쇄에 대한 정치 세력들의 반응은 정확히 양분되어 나타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를 필두로 하는 글로벌리스트 세력은 이래선 안 된다고 만류하고 있다. 유럽 은행가들의 ‘귀염둥이’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유럽 각국 정부는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난입했던 북아프리카 중동 “난민들”은 물론이고 당분간 외국인들도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거 아주 스토리가 굉장히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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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중국인들을 생고생시킨 후 ‘코로나 1번 타자’ 중국이 가까스로 위협에서 벗어나자, 이제 그 코로나는 유럽에 진출해 글로벌리스트 세력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인 ‘국경 폐쇄’를 일으켰다. 평소 같으면 가당치도 않을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긴 목숨을 잃는다는데 국경차단을 해서라도 방역을 하자는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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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나토(NATO)의 대러시아 합동군사작전인 ‘디펜더 2020’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결의를 보였으나, 어제는 US 유럽 사령부(유로콤)에서 모든 훈련 일정을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지 4] US 유럽 사령부가 ‘디펜더 2020’을 취소한다는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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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럽의 현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제 유럽은 어떻게 되는가? 유럽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해석은 이렇다.

코로나는 ‘중심부’ 중국에 창궐한 후 일대일로의 확장을 저지시키고 한때 시진핑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 근간을 흔들어 위험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민관 협력의 일심적(一心的) 대응으로 중국은 이를 극복해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는 방향을 바꾸어 이란을 거쳐 ‘주변부’ 유럽 중에서 핵심 중의 핵심 국가로 여겨지는 이탈리아에 상륙했다. 이탈리아는 작년 4월에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할 것을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주3) 그러나 지금 이탈리아는 코로나로 인해 국가경제가 ‘멈춤 모드’가 되어 중국과의 협력도 급속히 이완된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과 대기업 중 일부가 미국과 소원해지고 유라시아 양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려는, ‘지정학적 일탈’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이탈리아가 발이 묶인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대단히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오히려 이탈리아 코로나 사태는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돌변해 유럽 정부들에게까지 국경폐쇄라는 결정을 단행케 함으로써 현행 유럽 질서로부터 ‘탈 EU 독립주권의 신(新) 유럽질서’로 가는 재편의 항해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해 주었다. 일시적이겠지만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닫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학습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그간 대서양 헤게모니에 반감을 품고 있었던 반 EU 세력[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조차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랍쇼, 이렇게 국경을 닫을 수도 있구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일이 현실이 돼버렸네! 그런데 막상 국경을 닫고 보니 뭐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네! 이방인들[난민] 난입 걱정도 안 하고, 나라가 왠지 조용해지고 평안해진 것 같고, 오염에 쩔어 불결하기 짝이 없었던 베니스의 수로도 투명하게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해지고… 그래, 무작정 국경 개방하는 세계화가 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유럽다운 유럽, 평화로운 유럽, 범죄 없는 유럽, 긴축고통 없는 유럽을 만들기 위해 어쩌면 이게 정답일 수도 있겠구나!

무조건 개방하라는 EU의 지침대로 살아온 세월을 비판적으로 반추해 볼 필요가 있겠구나! 허울 좋은 개방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야? 우리와는 딴 세상을 사는 슈퍼리치들 빼고 우리 일반 서민들이 이익 본 게 아무것도 없잖아! 살림살이도 눈에 띄게 궁핍해졌고 자연환경도 파괴되었고 인간관계도 험악해졌고 게다가 범죄는 치솟고 있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사회가 되었을 뿐이다. 과연 이 세계화 길이 우리가 계속해서 가야 할 미래일까?….. 아닌 것 같다! 사는 게 너무 힘겹다!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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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진 베니스 수로

 

이처럼 유럽 대중의 마음은 국경폐쇄로 인해 근본적 성찰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이같이” 회한의 정서를 담은 채 그들은 지금껏 유럽의 정치가 ‘삶의 정치’였는지 아니면 ‘삶을 죽이는 정치’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은 평소와 다른 충격적 경험을 하게 되면 그간의 사고 골간이 무너져 내리게 되어 있다. 코로나가 던져주는 충격은 참으로 오묘한 연쇄 사슬로 연결된 듯하다. 국경폐쇄의 경험은 아마도 유럽이 향후 심대한 정치적 변화를 겪게 되는 전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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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럽 대중의 심경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와는 무관하게, 비록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유럽을 움켜쥐고 있는 세력은 누가 뭐래도 ‘대서양 기반 글로벌세력’이다. 이 점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유럽을 충돌하는 비전을 가진 양 세력이 대규모 전투를 앞둔 스산한 벌판과 흡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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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 유럽에서는 가톨릭 세력인 합스부르크 스페인 제국과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가 전(全) 유럽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보이자 프로테스탄트 세력이 이에 반발하여 전쟁이 일어났다. ‘30년 전쟁(1618~48)’이 그것이다. 우리 역사로 치면 광해군(1608~1623)과 인조(1623~1649) 재위 기간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미지 5] 30년 전쟁(1618~48) 당시 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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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들이닥친 코로나로 인해, 유럽은 이제 바야흐로 ‘제2차 30년 전쟁’에 돌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가톨릭 세력은 2차대전 후 미국의 자장(磁場) 안에서 패권 야욕을 부리는 EU 글로벌 세력으로 환생하였고, 과거의 프로테스탄트 세력은 글로벌 세력에 저항하는 ‘탈미(脫美)〮반(反) EU 주권 연합’으로 결집하게 되었다.

 

[이미지 6] 탈아메리카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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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쟁이 프로테스탄트 세력의 승리로 돌아가, ‘주권국가들로 구성된 코먼웰스(commonwealth of sovereign states)’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베스트팔렌 조약의 체결로 종결되었듯이, 제2차 30년 전쟁 또한 그와 유사하게 주권국가들의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부패한 글로벌 세력은 이제 군사력과 경제력과 도덕적 우위 중 그 어느 것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혈(穴)을 잡힌 채 온갖 폭력과 약탈과 혼종과 사기 협잡으로 얼룩진 유럽의 현실을 뒤집으려는 뉴(new)프로테스탄트 주권 세력이 도약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득이 된다.

우리 역시 유럽과 마찬가지로 해방 이후 미 군정의 상륙부터 지금까지 미국에 혈을 잡혀 반신불수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제모델 강요와 온갖 방해 공작으로 민주주의도 경제평등도 민족통일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그저 워싱톤이 짜놓은 군사 정치 경제 문화 사상 메트릭스에 너나 할 것 없이 헐떡거리며 코앞의 생계 걱정과 거짓 민주주의 정치에 시달리며 고귀하고 창조적이어야 할 인생들이 모두 낭비되고 있다. ‘생계공포’에 떨고, ‘전쟁공포’에 떨며 살아야 할 운명의 족쇄를 찬 ‘쿤타킨테’인 우리는 지금, 점화되고 있지만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 유럽의 변화가 하나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ㅡ [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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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최상단 이미지]
30년 전쟁 중 잔혹한 전투 장면 – 쟈크 코투와(Jacques Courtois) 그림
https://www.pinterest.co.kr/pin/659003357957888559/

 

[이미지 1]
2020년 3월 11일 현재 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 피해 현황(흰색 속 숫자는 확진/적색 속 숫자는 사망)

https://www.the-sun.com/news/524225/all-european-countries-must-enforce-total-coronavirus-lockdown-like-italy-within-10-days-ex-italian-pm-warns/

 

[이미지 2]
이탈리아 영국 미국의 COVID-19 확산 비교 현황

https://www.the-sun.com/news/524225/all-european-countries-must-enforce-total-coronavirus-lockdown-like-italy-within-10-days-ex-italian-pm-warns/

 

[이미지 3] 비셰그라드 포(Visegrad Four)
Brutal melee battle during the Thirty Years War- by Jacques Courtois | War art, Thirty years’ war

https://www.vectorstock.com/royalty-free-vector/visegrad-four-map-states-highlighted-by-pink-in-vector-15488701

 

[이미지 4]
US 유럽 사령부가 ‘디펜더 2020’을 취소한다는 발표문

 

[이미지 5]
30년 전쟁(1618~48) 당시 세력도

Readings in the Military History of the Thirty Years War (1618-1648)

 

[이미지 6]
탈아메리카 된 유럽

The De-Americanization of Europe: Two Continents Further Widened by Trump

 

후주

주1)
https://euobserver.com/corona virus/147742

주2)
https://www.portfolio.hu/en/economy/20200316/hungary-to-shut-down-borders-orban-419713

주3)

https://thediplomat.com/2019/04/italy-signs-on-to-belt-and-road-initiative-eu-china-relations-at-crossro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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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