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단 이미지] 영화 “오션즈 일레븐”
I 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I
2020년 04월 5일 •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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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요청과 트럼프 대통령 승낙으로 러시아는 자국 의료지원팀을 미국에 파견했다. 명분은 “인도주의적 원조”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신 데탕트”의 서막인가? 아니면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일회성 해프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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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있다!
사우디-러시아는 여러 측면에서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원유가격 전쟁을 벌였다. 사우디의 감산 제안을 러시아가 거부하고 나서 사우디는 거꾸로 감산이 아닌 마구잡이 증산으로 자기파괴를 시작했다. 사우드 왕가는 이미 미국이 자국 안보를 지켜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눈치채고 러시아에 접근해 군사적으로 의탁한 지 오래다. 미국만 믿고 안심하는 대신 러시아에도 ‘보험’을 들어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러시아에 “유가전쟁”을 하며 호전적으로 들이대고 있는 사건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건을 액면 문자 그대로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행간’을 읽을 필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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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이란과 시리아에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려 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중동에서 지금 미국의 퇴조가 꽹과리 소리 ㅡ 이 소리를 유독 우리만 못 듣고 있다 ㅡ 처럼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런데도, 상황 파악 못 하고 ‘경로 의존적(path dependency) 미국 추종’을 일삼으며 넋 놓고 있다가는 사우드 왕가는 급기야 고립무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 저변에 깔렸다. 고립은 ‘죽음’을 자초한다. 사우디는 지은 죄가 너무 커 역학관계가 뒤집히면 이란과 시리아로부터 ‘거액의 청구서’를 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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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 대한 미국 입장은 무엇인가? 이런 거다.
점점 힘이 빠지는 미국이 사우디를 이전처럼 하인 부리듯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망가뜨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펜타곤이 사우디를 쳐서 몇 조각으로 나누려고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미국의 중동 지배 공식이 하나 있다. 워싱톤의 완벽한 통제가 이루어진다는 조건 속에서만 국가를 유지해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내전을 점화시켜 쪼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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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지정학(geopolitics)적 배신’이다. 미국의 패권을 손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동 지배의 근간인 패트로달러 체제와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켜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순종적 파트너, 사우디에서 스멀스멀 풍겨 나오는 배신의 냄새를 맡았고 양다리 외교 움직임을 감지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는 지금처럼 세계적 차원의 세력 교체 시기에는 제국의 가신국 엘리트들이 재앙을 피하고 제 살길을 찾고자 벌이는 필연적 배신과 양다리며, 사우디 빈살만(MBS)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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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사우디 “유가전쟁”에서 트럼프가 중재해서 싸움을 멈추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 멋진 그림이 나온다. 그의 리더쉽은 빛나게 될 것이며 그만큼 국내 정치 입지와 기반도 넓어진다. 이번 “유가전쟁”은 아무래도 트럼프, 푸틴, 그리고 빈살만이 3인 1조가 되어 버리는 ‘오션즈 일레븐(Ocean’s Eleven)’처럼 보인다. ㅡ [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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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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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s Eleven, Original Vintage Film Poster| Original Poster – vintage film and movie po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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