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완정 시론

I 붕괴된 사회와 《메드 맥스(Mad MAX)》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붕괴된 사회와 《메드 맥스(Mad MAX)》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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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잿더미로 변해 버린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사진을 보고 있다.

멜 깁슨(Mel Gibson) 나오는 영화 《메드 맥스(Mad Max)》에 나오는 그런 살풍경이다. 전쟁으로 사회의 모든 인프라가 남김없이 파괴된 ‘막장 사회’에서 오직 동물적 생존 본능이라는 작은 시신경 한 가닥만 꼼지락거리며 살아있는 “사람들”이 영화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목숨을 연명해 보려고 희귀한 물과 연료를 찾으러 다닌다. 그게 삶의 이유다. 눈에서는 모두 살기등등한 호전적 광기 레이저를 뿜으면서 자신의 생존을 마련해 보려고 바둥대는데, 그 바둥댐은 반드시 타인 죽이기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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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봤을 땐 몰랐지만, 이 영화를 지금 차분히 보니까, 붕괴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변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겉으로 보이는 ‘형식적 사회’는 건재하지만 ‘내용적 사회’는 이미 붕괴한 지 오래다. 그래서 《메드 맥스》를 이 나라에서 다시 찍어도 된다. ‘붕괴한 사회’라는 촬영 배경과 셋트가 이미 완비된 상태라 제작비가 현저하게 줄 것이다. 저예산 독립 영화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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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누구 말대로 비굴하게 굴지 않으면 세끼 빌어먹는 것도 힘든 ‘입체적 비굴사회’라는 신종 촬영 셋트도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미친 맥스’가 거리를 질주하며 만나야 할 호전적이고 반쯤은 미쳐 있고 비굴하기 짝이 없는 좀비 인간들이 별도의 캐스팅 없이 거리에 즐비하다. 게다가 그 좀비들 들으라고 고막이 찢어질 듯하게 거짓말 확성기 미디어들이 전방위로 울려 퍼지기 때문에 음향이나 음원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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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이 나라는 ‘돈만 있으면’ 살기 가장 좋은 유토피아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돈들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나라는 ‘비보호 무간도(無間道) 몬도가네 정글’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굶주림에 지쳐 서로를 뜯어 먹으며 생존을 도모하는 동족포식의 카니발리즘이 성행하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넉넉한 인심이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만인이 만인에게 적대적이고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이다. 탈출구가 없으니 서로서로 물어뜯는 수밖에.

1932년에서 1933년에 곡물 강탈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량학살인 우크라이나의 ‘홀로도모르(Голодомор)’가 만들어 낸 식인 풍경이 이곳에서도 느껴진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먹을 게 없어서 700만 이상이 굶어 죽었다는 얘기가 왜 우리 얘기처럼 들리는 걸까?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술력이 발전하면 뭐하는가? 창출된 부는 결국 파이프라인을 통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질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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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돈이 없어 허덕거리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점잖은 척 태연한 척하며 산다. 불평하면 딴 사람들이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사회부적응 쓰레기 루저라고 욕할까 봐 내심 불안해하며 속내를 감춘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자신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초월적 미소를 지으며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땐 공허함과 우울함이 썰물처럼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공허/우울도 잠시…. 곧 자기 자신을 매정하게 채찍질한다.

“아니지, 아니야~~~ 사회를 탓할 일이 아니야! 다아아아아아~~~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내 노력이 부족하니까 내가 이 모양으로 사는 거야! 사회가 무슨 잘못이 있어? 거기에 적응 못 하는 내가 잘못이지! 자기계발서에 쓰여 있는 대로 나를 최대한 ‘기업화’하는 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해! 그것 많이 살 길이야! 나는 인간이기 전에 ‘기업’이야! 그걸 잊지 말자구! 암, 그렇구 말구…. 아무리 돈 벌 수 있는 모든 ‘구멍들’이 이미 쎈 놈들에 의해 빡빡하게 ‘삽입 완료’된 상태여도, 소박한 삶을 지탱시킬 정도의 돈벌기 마저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도 그저 아무 불평 말고 열심히/긍정적으로 일하자고! ‘돈 못 버는 사람’, ‘이윤 창출 못 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잖아! 그런 사람은 ‘돈사회’에서 장애인이라구……. 장 애 인 . . . . . . 장 애 우 . . . . 첼린지드(the challenged)!”

우리 정신은 이렇게 뒤틀리며 분열되어 조금씩 미쳐 간다. 자학적으로 미쳐가는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처럼 우리 정신은 거대한 벌레로 휘 까닥 변한다. 아주 흉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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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이렇게 매섭게 채찍질하며 그것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짐을 잔뜩 싣고 쉼 없이 걸어서 극도의 피로감과 고통을 선사 받고 자신을 학대해 가면서 ‘적응’을 강요하는 ‘수용소 군도(收容所 群島, Архипелаг ГУЛАГ)’가 과연 ‘존재의 정당성’이 있을까……? ,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리며 자신을 채근한다. 루쉰(鲁迅)의 아큐(阿Q)처럼 자기 혼자 속닥거리며 산다. 이렇게 사는 것 이외에 딱히 선택할 다른 대안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살아야 한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비난의 내면화’가 축적되면서 출처를 알 길 없는 신비한 고통에 나를 우격다짐으로 끼워 맞춘다. 적응이 미덕이니까 하면서…. 시민이 가져야 할 공공의 덕성인 ‘비르투(virtu)’ 대신에 ‘자학적 적응’이 덕성으로 통용된다. 그리고 별일 없으면 이렇게 무고한 자신만을 반성하며 살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 모두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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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런 체념이 들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소중하게 여길 내 것이 없으므로, 내 소유가 없으므로, 그것들의 주인이 궁극적으로 내가 아니므로, 굳이 ‘주인의식’ 같은 불필요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무엇인가 내 것이 있을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이 생기는 게 아닌가……! 아무것도 내 것이 없는데 일부러 주인의식만 억지로 가지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강박감이 아닌가? 그건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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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비록 우리가 ‘상습적 무소유’로 괴롭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그 소유의 ‘진실’은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큰 그림’을 그리는 ‘브라만’들이 믿어줄 것을 강요하는 신화(myth)는 아주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으뜸이 ‘돈의 원리’다. 왜 우리가 왜 이렇게 아큐(阿 Q)처럼 살도록 강요받는지 밝혀주는 것은 ‘화폐경제학’이다. 뭐 말이 좋아 화폐경제학이지 정확히 말하면 ‘화폐 사기수법 연구서’ 정도가 적당하다. 이 세상이 모두 자기 소유인 사람들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은 그들 것이었다. 그 소유를 지속시키기 위해 교활하게/복잡하게/치밀하게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배의 핵심 중의 핵심은 금융이고 그중에서도 ‘이자(usury)’다.

인류사를 관통하는 (1) 허위의식과 (2) 폭력과 (3) 전쟁과 (3) 경제적 파탄의 가장 중요한 발원지가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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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오브라이언(Brian O’Brien), 『연준의 폭정(The Tyranny of the Federal Reserve)』(2015)

쑹훙빙의 『화폐전쟁』과 엘렌 브라운의 『달러: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이 주로 역사적 사건 전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원리’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 책들보다 몇 배는 더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기본 주제는 자본-노동관계를 훨씬 뛰어넘은 상위 심급의 문제인 (1)《부채 중심의 초국적 약탈 금융》이라는 흉물을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더해 (2)’대공황’ 발생의 진짜 원인과 (3) 2차 대전의 진실(초국적 금융 과두파 vs. 주권파)과 (4)’전략적 대량 이민’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기에 가히 영구 지배를 위한 ‘금융 천년왕국’의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 금융 메커니즘을 모르고 서구 역사(중세사/근대사/현대사), 더 나아가 우리 현대사에 대해 씨부리는 것은 냉소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금융을 모르면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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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외국서 출간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우리말 번역서가 없다. 출판하면 날개 돋친 듯이 팔릴 이 책이 번역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다. 필자가 지금 독서 중인데 우리말 번역서가 나오면 그때 다시 말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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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