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1월 15일 –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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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사회학자 아틸리오 보론(Atilio Boron)은 이번 볼리비아 쿠데타와 관련해서 다섯 가지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주1) 그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랄레스 14년 집권 동안 국가 내 군사적 혹은 준군사적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그것을 적들의 손에 내버려 둔 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지향세력이 국가 무력에 골간이 되는 ‘치안기구(security forces)’를 네오콘 세력이 움켜쥐고 있도록 했으니 오늘의 비극적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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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모랄레스 대통령이 최초로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볼리비아 경제는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괄목할만큼 성장했다. 에너지/자원 등 기간 산업을 국유화하고 공평한 분배와 일자리 확장과 빈곤 퇴치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그간 이류 시민 취급을 받았던 원주민 세력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네오리버럴리즘에 찌든 남미 최대 빈국 볼리비아를 국가다운 국가로 만들었다. 손뼉 치고 환호할만한 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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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볼리비아의 무력은 미국 네오콘의 손아귀에 장악되어 있었다. 그걸 손보지 못했다. 14년이라는 기나긴 집권 시기 동안 ‘권력이 나오는 총구’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권력의 기반인 무장력을 제어하지 못하면 유사시 그 권력은 쿠데타에 의해 언제라도 하룻밤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상식 중 상식’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볼리비아에서 진행된 전방위적 사회개혁 로드맵을 필연적으로 파괴해버릴 ‘암초’이자 ‘시한폭탄’을 왜 해체하지 않은 것일까? 돌이켜 보면, 라틴 아메리카의 ‘핑크 사회주의(pink socialism)’가 가지는 치명적인 한계가 바로 이것이다, ‘폭탄과의 동침’!!
결국 모랄레스는 폭탄을 맞아 멕시코로 망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현재 그의 저택은 폭도들에 의해 습격을 당했고 그의 가족들과 형제·자매들은 인질이 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대단히 끔찍한 상황이다! (아래 주에 나오는 트윗 영상을 참조하시오.)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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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증거도 없이 주장되는 “선거부정” 의혹의 물결을 타고 각 지역서 5분 대기조처럼 웅크리고 있던 색깔혁명 용병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볼리비아를 카오스로 만들고 있다. 폭풍처럼 진행되는 “대중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군부는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사임을 “권고”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 군부는 ‘죄 없는’ 민간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거나 그들에게 발포할 수 없습니다. 당신만 결단하면 모든 문제가 풀립니다. 사임하시죠! 그렇지 않으면 가족들 안전을 장담할 수 없소!! 당신 가족들은 물론이고 당신을 지지하는 원주민들도 모두 잔인하게 제거될 수 있소!!”…. 그래서 모랄레스는 사임했다.
모랄레스는 사임 이전에 색깔혁명 용병 폭도들에 의해 제기된 “선거부정”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하자고 했고, 필요하다면 미주 기구(The Organisation of American States, OAS) 감시하에 재선거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주 기구는 뭐 하는 기구인가? 1948년에 발족한 이 조직은 재정의 60%를 미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미국의 어젠다를 남미에 관철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리고 워싱톤이 주도하는 남미 국가 전복 레짐 체인지 작전에서 ‘바람잡이’ 역할도 한다. 경제와 정책 연구 센터(The Center for Economic & Policy Research)의 마크 와이스브로트(Mark Weisbrot)는 이번 볼리비아 쿠데타에서 미주기구의 결정적 역할을 증언해 주고 있다.
마크 와이스브로트(Mark Weisbrot)와의 인터뷰
「미주기구는 볼리비아 쿠데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 2019.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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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분석가이자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벌이는 색깔 혁명과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 전문가인 앤드류 코립코(Andrew Korybko)는 미국이 네오리버럴 글로벌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볼리비아를 “정상궤도”로 돌려놓기 위해 벌인 온갖 ‘융복합’ 정권 전복 작전들을 단계별로 분석해 주고 있다. 주3)
예를 들어, 모랄레스의 4선 도전을 허용할지를 묻는 국민투표(2016년 2월)에서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국내 네오콘 졸개들은 그를 도덕적으로 흠집 내기 위한 ‘인격 살인’ 심리작전에 돌입했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과 국민투표에서 모랄레스가 간발의 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주4)
모랄레스의 전 여친인 가브리엘라 자파타(Gabriela Zapata, 2016년 당시 29살, 지금은 32살)가 연루된 비리 사건에 모랄레스가 후견을 해주었고 그들 사이에 숨겨진 아들도 있다는 루머가 퍼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조사 결과 그녀의 부패 사건과 모랄레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들 사이에 자식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원래 사람 심리라는 게 악성 루머를 고의로 만들어내 누군가에게 흠집을 내면 그게 뻔히 의도가 있는 것인 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속성이 있다(참고로 모랄레스는 이제까지 결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대신 2명의 자녀가 있으며 영부인 역할은 그의 누나인 에스더 모랄레스 아이마 Esther Morales Ayma가 대신하고 있었다). 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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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추문 사건으로 인해 4선 도전이 좌절된 모랄레스는 나중에 최고 선거법원(The Supreme Electoral Court)을 동원해 “진흙탕 속에서 벌어진” 국민투표를 뒤집어 버리고 4선에 도전하는 ‘무리수’를 둔다. 그런데 당시 이것이 우리의 ‘조국 사태’처럼 볼리비아 국민을 두 동강내는 도화선이 되었다.
국제정치 분석가 앤드류 코립코(Andrew Korybko)에 따르면 이처럼 4선 도전 차단을 위한 미국 원격 조종의 ‘흑색선전 작전’은 일단 성공했고 이후 미국은 본격적 정권 전복의 수순인 색깔혁명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데, 그의 분석 글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은 바로 이것이다. 리비아의 가다피를 제거하는 데 쓴 작전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모랄레스]가 깨닫지 못했던 것은 미국 정보부가 이미 그 전에 볼리비아의 경찰과 군부를 회유해[구워삶아]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미리 계획된 쿠데타 작전을 수행할 결정적인 때가 오기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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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코립코(Andrew Korybko)는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지적한다. 첫째는 위에서 아르헨티나의 사회학자 아틸리오 보론(Atilio Boron)이 말했던 것처럼 군대와 보안기구에 대한 방치이다. 둘째는 모랄레스와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14년 집권 동안 제대로 된 ‘후계자’ 하나 양성하지 않는, 권력 승계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이다. 적어도 그가 3선 연임이 확정되었던 2014년 10월 이후부터는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해 그의 후임으로 삼아 언론에 부각시키고 국제 무대에 데뷰도 시키는 과정을 진행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경우에는 3선 연임 금지를 피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임 시기가 끝난 후 메드베제프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총리가 되어 ‘상왕’으로 위치시킨 후 2011년 선거에 도전해 3선 고지를 넘었다. 구소련 몰락 이후 미국 가신국으로 전락할뻔한 러시아를 구한 ‘구세주’로 칭송 받으며, ‘국민영웅’으로 등극할만큼 카리스마가 작렬했던 푸틴 대통령조차도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꼼수’까지 써가며 권력을 연장한 것을 생각하면 모랄레스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세력이 너무나도 안이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금권왕정 (plutocratic monarchy)’의 다른 이름인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서는 비록 머니킹즈들(money kings)이 커튼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할지라도 자신들 꼭두각시인 대리용역 정치인들의 선거 각축을 통해 “민주주의의 향연”을 벌이는 통치 시스템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에 의해 권력이 바뀐다는 환상, 즉 ‘민주주의 환상 특급’이 우리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으며 이에 훈련된 현대인들은 재선을 넘어 3선 혹은 4선으로 치닫게 되면 권력자가 아무리 인민친화적이고 주권친화적인 국가노선을 견지하고 추진해 나아간다고 해도 일단은 부정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인식 틀 때문에 서구 미디어에서 짖어대는 “독재자” 프레임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차라리 중국이나 북한(DPRK)이나 이란이나 시리아나 쿠바처럼 서구식 다당제를 허용치 않고 나름의 권력 승계 방식을 구축한다면 서구 국가들에서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고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선택한 나라들에서 3선이나 4선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적 공격’에 취약한 치명적 약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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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대인들이 갖는 민주주의 환상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미제국의 궤도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취할 선택지는 오직 한 가지다. 연예 산업의 스타 배출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정치 영역 또한 카리스마적 지도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유지는 하되 이를 주기적으로 발빠르게 바꾸어주는 민첩성이 요구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구소련 ‘서기장 정치’처럼 늙다리들이 지팡이 집고 골골대며 고루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할배정치’ 시스템을 타파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는 정치 스타를 연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 태어나서 10대, 20대, 30대, 40대에 이를 때까지 똑같은 사람이 최고 권력자로 군림해 있는 시스템은 –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 뭔가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988년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아르바뜨의 아이들』(아나똘리 리바꼬프 지음. 열린 책들)에 나오는 젊은 군상들은 당시 소련 사회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며 이에 질식 당하지 않으려고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이리저리 좌충우돌 ‘방황’을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삶, 새로운 예술, 자유, 사랑 . . . . 구소련 붕괴 시점에서 러시아 젊은이들은 뭔가를 갈망했었다. 물론 그들은 미제국과 가신국들로 구성된 악마적 글로벌리스트 과두체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숨막힐 것 같은 자국 체제에 넌더리를 내며 서구의 자유를 동경했다. 그래서 ‘변화(Перемен, 뼤례몐)’를 불렀던 가수 빅토르 초이(Виктор Цой)가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그렇게나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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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틉 영상
「빅토르 초이 – 변화 Виктор Цой – Переме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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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는 아다시피 ‘쿠데타 천국’이다. 냉전이 본격화되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륙 전체가 군사 쿠데타에 의해 유린되었다. 팽창하는 소련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연성 통치를 포기하고 단순무식 강압 통치를 해야겠다는 워싱톤의 전술적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1973년 칠레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피노체트 군부를 내세워 네오리버럴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볼리비아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칠레 선례를 따라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1980년대 초까지 볼리비아는 철권 군부 통치의 엄혹한 시기를 겪었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대략 80여개 미군 군사기지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구소련 붕괴 이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2002년 베네주엘라, 2004년 아이티, 2008년 볼리비아, 2009년 온두라스, 2010년 에콰도르, 2012년 파라과이, 2013년 다시 베네주엘라, 2016년 브라질 그리고 2018년 니카라구아 . . . 여기에 하나 더 얹어 이번 2019년 볼리비아 쿠데타가 벌어졌다. 모두 미국의 직간접 조종 아래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이번 쿠데타는 군부의 일방적 독자행동이 아니라 ‘군부-민간 합동 쿠데타’의 형식을 취했다. ‘격렬한’ 대중시위가 가미된 ‘부드러운’ 쿠데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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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쿠데타 형식이 바뀐 것은 아무래도 베네주엘라의 저항정치 경험과 이에 대응한 미국의 반미주권 남미정권 토벌 전술이 변화된 데 기인한 것이라 분석된다. 베네주엘라에서는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제6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살벌한 카라카스 봉기를 치뤄내며 정치적으로 성숙한 베네주엘라 국민들이 그간 네오리버럴 거대 양당제 타협 통치 시스템인 ‘푼토 휘호(Punto fijo)’ 체제를 혁명이 아닌 ‘선거’로 뚫어버리고 제3의 권력인 차베스 정권을 창출해 냈다. 대단한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그야말로 ‘선거혁명’이었다. 이제 미국은 과거처럼 쿠데타 만이 능사가 아니라 약간 다른 정권 전복 메뉴를 도입했다. 그것이 바로 ‘색깔혁명(color revolution)’이다.
“이슈는 이슈로 덮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덮는다!”는 것이 그 방법론이다. 과거 좌파의 투쟁 레파토리를 네오콘들이 적극 수용해 시민들을 동원해 반미정권을 전복하는 전투 기법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시민 쿠데타 혹은 제도적 쿠데타(civil or constitutional coup d’état)’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홍콩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미제국이 추진하는 글로벌리즘에 저항하는 좌(우)파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시민 쿠데타’가 색깔혁명이다. 이는 선거로 집권한 주권정부에게 끝없는 대중 시위와 경제 혼란과 사보타지를 안겨줌으로써 권력이 외부세력이 아닌 내부의 “민주주의 세력”에게 전복되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에 대단히 효율적이다. 그런데 이번 볼리비아 쿠데타는 이러한 고전적 색깔 혁명의 피자 위에 쿠데타가 토핑처럼 살짝 얹어진 신종 융복합 색깔혁명인 것 같다. 색깔혁명도 진화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쿠데타가 이번 볼리비아 쿠데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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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보기에 이번 볼리비아 쿠데타가 남미 대륙에 던져주는 가장 큰 교훈은 그 무엇보다도 주권 정부의 집권과 동시에 쿠데타 청정 지대를 만들기 위해 권력 내부에서 비밀리에 저인망 방식으로 쿠데타 암흑 세력과 네트워크를 원천 제압할 수 있는 첩보/군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정치자문을 구해보기를 추천한다. 터키 군부를 조종했던 에르게네콘 Ergenekon 비밀 조직을 일망타진한 경험이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주7) 집 안에 강도를 들여놓고 재선을 위해 경제 지표만 바라보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핑크 사회주의(pink socialism)’에서 한 단계 도약해 외부의 적과 내부의 부역자 고리를 끊어내고, 지정학적 친소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여 남미 국가들끼리 그리고 더 나아가 유라시아 신흥 강국들과 군사/첩보, 경제, 정치 교류의 흐름을 긴밀하게 옭아맨다면 쿠데타의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거나 아예 소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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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는 지금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사임한 이후 권력 공백 상태였다가 야당 소속의 자니네 아녜스(Jeanine Anez) 상원 부의장(이전 제2 부통령 경력을 가지고 있음)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상태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주8) 미국은 그렇다 치고,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모랄레스가 아닌 그녀를 왜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이래서 북한DPRK이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하지 않는 것 같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때 매몰차게 외면해버리는 강대국의 속성을 너무나 잘 꿰뚫고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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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이 속한 사회주의운동(MAS)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는 그녀가 임시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베네주엘라, 쿠바, 멕시코, 니카라구아 등은 쿠데타에 의해 강제로 사임당한 모랄레스가 여전히 볼리비아의 대통령임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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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야흐로 국제전쟁의 축이 시리아에서 볼리비아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볼리비아에서 ‘내전 교향곡’이 잔잔하게 연주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주9) 2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선거 무효와 재투표를 통한 신임 대통령 선출이라는 “평화로운” 권력 이동이고(이건 미국의 승리다) 둘째는, 국내의 쿠데타 임시권력과 멕시코에 베이스 캠프를 친 모랄레스 망명정부 – 마치 우리의 상해임시정부처럼 – 가 이중권력 상태에서 장기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사태의 진전을 결정 지을 몇몇 변수들이 있다. 국내적으로는 모랄레스 지지자들과 원주민들이 자신의 민병대를 조직해 색깔혁명 시위대와 대결하게 될 것이고 곧이어 군부의 개입이 있을 것이다. 이 대결은 벌써 시작되었다. 이 전투의 결과 모랄레스 세력의 우세로 역학관계가 가닥을 잡게 되면, 국제적 지지 양상 또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이런저런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저항의 축 유라시아 국가들이 지금은 대부분 관망의 자세를 취하며 ‘택일’을 망설이고 있지만 결정을 계속해서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볼리비아의 합법선거권력 찬탈 쿠데타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은 마치 리비아의 가다피를 나몰라라 불구경 했던 것과 동일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국제정치 지형을 만들어 낼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머지 않아 모랄레스 지지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다. 알고 보면 그들 또한 모두 예외 없이 미국의 공격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어설픈 중립’으로 구경꾼처럼 굴다가는 그 구경의 대가를 반드시 호되게 치룰 것이다.
쿠데타 세력으로 표상되는 글로벌 ‘악령’ 미국의 아바타(avatar)와 모랄레스로 표상되는 인민의 아바타가 격돌하는 ‘성전(holy war)’에서 중립이란 없다. 그리고 이 전쟁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전쟁도 아니다. 강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평화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몰살’을 면치 못하는 무자비한 전쟁이다. 아름다운 라틴 아메리카 하늘을 먹구름처럼 뒤덮은 ‘미국’과 그와 연계된’로컬 색깔혁명 좀비떼들’과의 전쟁은 볼리비아 인민들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모든 국가들에게 닥친 현대의 숙명이다.
마동석, 공유 주연의 좀비영화 《부산행》에서처럼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군부 좀비들과 색깔혁명 좀비들을 물리치고 볼리비아호에 탑승한 선량한 인민들이 안전하게 ‘부산’까지 도착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빌어본다! – [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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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
주1)
November 13, 2019
「볼리비아의 쿠데타: 5가지 교훈 The coup in Bolivia: five lessons」
by Atilio Boron
주2)
NOVEMBER 11, 2019
「주류매체는 볼리비아 보도에서 ‘쿠데타’라는 용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MSM Adamantly Avoids The Word “Coup” In Bolivia Reporting」
by CAITLIN JOHNSTONE
주3)
How the Hybrid War on Bolivia Succeeded in Carrying Out Regime Change
November 12, 2019
「볼리비아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정권 전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How the Hybrid War on Bolivia Succeeded in Carrying Out Regime Change」
By 앤드류 코립코(Andrew Korybko)
주4)
https://www.scmp.com/news/world/article/1919014/bolivias-president-asks-see-love-child-he-said-was-dead-bizarre-twist
1 Mar, 2016
「Bolivia’s president asks to see the love child he said was dead, in bizarre twist to graft probe of Chinese firm」
by Associated Press
주5)
https://en.wikipedia.org/wiki/Evo_Morales#Personal_life
주6)
How the Hybrid War on Bolivia Succeeded in Carrying Out Regime Change
November 12, 2019
「볼리비아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정권 전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How the Hybrid War on Bolivia Succeeded in Carrying Out Regime Change」
By 앤드류 코립코(Andrew Korybko)
주7)
https://www.middleeasteye.net/big-story/ergenekon-trials-turkey-gulen
30 August 2019
「에르게네콘: 현대 터키를 만든 기괴한 사건 Ergenekon: The bizarre case that shaped modern Turkey」
by Alex MacDonald
주8)
https://sputniknews.com/latam/201911141077305882-russia-recognises-anez-as-interim-bolivian-president-after-morales-resignation/
14.11.2019
「러시아, 모랄레스 사임 이후 아녜즈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장하다 Russia Recognises Anez as Interim Bolivian President After Morales Resignation」
주9)
NOVEMBER 14, 2019 AT 4:43 AM
「볼리비아에서의 투쟁 : 국내의 아녜즈 VS. 망명 중인 모랄레스 Power struggle in Bolivia: Añez at home vs Morales in exile」
by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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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최상단 이미지]
https://www.panoramas.pitt.edu/art-and-culture/new-indigenismo-revival-indigenous-culture-and-pride-latin-america
[이미지 1]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 원주민이 경찰에게 항의하는 모습
https://sputniknews.com/latam/201911141077305882-russia-recognises-anez-as-interim-bolivian-president-after-morales-resignation/
[이미지 2]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는 모랄레스의 전 애인, 가브리엘라 자파타(Gabriela Zapata)
https://www.paginasiete.bo/nacional/2016/4/6/gabriela-zapata-revela-tiene-tres-hijos-92338.html
The coup in Bolivia: five lessons : Peoples Dispatch
Argentine sociologist Atilio Boron offers an important reflection on the coup in Bol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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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200년대 초반 색깔혁명이 벌어진 곳
[이미지 4] 2019년 11월 12일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포하고 대통령궁 발코니에 서있는 자니네 아녜스(Jeanine Anez) 상원 부의장
https://www.reuters.com/article/us-bolivia-election-brazil/brazil-greets-jeanine-anez-as-interim-president-of-bolivia-idUSKBN1XN1A6
[이미지 5]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라파즈(La Paz)에 집결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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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단 이미지
[Photo]
[이미지 1]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 원주민이 경찰에게 항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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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는 모랄레스의 전 애인, 가브리엘라 자파타(Gabriela Zap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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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200년대 초반 색깔혁명이 벌어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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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4] 2019년 11월 12일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포하고 대통령궁 발코니에 서있는 자니네 아녜스(Jeanine Anez) 상원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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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라파즈(La Paz)에 집결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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