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완정 시론

I 마르크스주의 ‘혁명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는 방법(1): 다른 혁명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보는 시론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마르크스주의 ‘혁명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는 방법(1): 다른 혁명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보는 시론 I

/ 어랍쇼…? “혁명”이 ‘혁명’이 아니었네! 속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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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혁명…! 그거 너무 멋진 말이야! 혁명해서 새로운 권력을 세팅하면 공동체와 더불어 우리 인생도 지금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아질꺼야…. 아마 그럴 거야, 혁명 직후는 혁명 후 시간이 좀 흐르면 반드시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옛날에도 몇 번인가 혁명들이 있었잖아! 영국의 퓨리턴 혁명,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그때 얼마나 멋진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져! 그때처럼 지금도 민중들을 혹은 프롤레타리아계급을 괴롭히는 나쁜 놈들을 단결해서 몰아내는 혁명을 하면 좋을 거 같아! 그래…. 비록 작은 실천이라도 내가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뭔가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게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 될테니까……. (두 주먹을 꼭 쥐며 눈에 힘을 주고 마음을 추슬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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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혁명에 관한 우리의 이런 통속적 믿음과는 정반대로 위에서 열거한 혁명들이 민중이나 프롤레타리아계급의 혁명이 아니라 유럽의 초국적 경제 과두들이 잘 조율한 작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처음엔 그걸 부정한다. 감당하기 벅찬 의외의 사건을 당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심리 과정과 유사하다. 철석같이 믿었던 배우자의 불륜, 목숨만큼 신용을 중시했던 동업자의 배신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의 예기치 못한 급작스러운 죽음 같은 것에 접했을 때 나타나는 ‘즉자적 현실 부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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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럴 리가 절대 없어! 그따위 말을 하는 놈들은 모두 썩어빠진 자유주의에 쩔어있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들이야! 그들은 언제나 그들 주인에게 이론적 매춘행위를 하잖아! 혁명의 대의를 손상하기 위해 간교한 뱀처럼 혀를 놀리고 있는 거라고! 우리 힘을 빼기 위해 개수작을 하는 거라고! 아니면 혁명이라는 ‘고난의 길’보다는 개혁이라는 의회민주주의 편한 길을 선택한 쁘띠부르조아들이 자기합리화를 위한 이론적 일탈일 뿐이야…. 나쁜 놈들…! 저런 것들에겐 오직 가차없는 사상 투쟁이 답이야, 철저히 짓밟아줘야 해, 혁명의 대의를 손상하는 이론적 도발을 하는 저런 놈들은 곧 ‘계급의 적이니까!” (두 주먹을 꼭 쥐며 눈에 힘을 주고 이론 투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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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구를 착수한다. 하나하나 사실을 챙기고 전체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가 심화하면서 진실의 빙산 하단을 엿보게 된다.

“아아~~~ 이럴쑤가…. 내가 생각하는 혁명 같은 건 그 어디서도 벌어진 일이 없잖아! 모두 ‘혁명’이란 탈을 쓰고 벌어진 유럽 과두세력의 ‘기동전’이었구나…! 야아~~~ 어쩌면 이렇게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까? 정말 생각할수록 넘너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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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학계의 “혁명” 연구는 사실 ‘신화 짜깁기’다. 일단 역사의 승자인 초국적 과두세력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주조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서구 학계를 누가 지배하고 있는가부터 생각해보면, 거의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아도 이는 금방 ‘눈치’를 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눈치’나 ‘때려 맞추기’만으론 부족하다.

구체적 사실로 하강하면 할수록 이 “혁명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당시 유럽의 초국적 과두들의 ‘어루만짐’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치밀한 시나리오와 거리를 장악할 떡대들 동원 준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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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지면 때문에 3개 혁명을 모두 고찰할 수 없기에 프랑스 혁명의 진정한 봉기 주체가 누구인지 하는 사례만 잠깐 들여다보자. 프랑스의 사상 연구가 유세프 힌디(Youssef Hindi)는 『세속주의의 신화: 공화 종교의 계보학 La Mystique de la Laicite: -Généalogie de la religion républicaine』. 2017. Paris. Sigest (pp. 42~44)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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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에서 자코뱅주의로」

프리메이슨의 발상물로 추정되는 자코뱅 클럽은 프랑스 혁명 기간 ‘공화종교’의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

프리메이슨의 기록을 참조하면 프랑스 최초의 지부가 1727년 설립되며 그 최초의 두 지도자는 영국인 더렌워터 경과 하누스터 경이다. 이어서 유수한 프랑스 공작 뒥당땡, 혈통왕자인 루이 드 부르봉, 클레르몽 백작 등이 지도자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1771년에서 1793년 사이에는 샤르트르 공작, 오를레앙 공작, 필립 에걀리떼가 그 뒤를 잇는다.

프랑스 혁명에서 프리메이슨의 역할을 연구했던 제수이트 신부 오귀스텡 바뤼엘(1741-1820)은 1787년 혁명 전야를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마스터였던 오를레앙 백작의 서신기록에 의하면 프랑스에만 이미 282개 도시에 공식 지부가 설립되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파리시에만 81개 지부가 있었고… 리용에 16개… 보르도에 7개… 낭트에 5개… 마르세유에 6개… 몽펠리에에 10개… 뚤르즈에 10개… 등등이 있었다. 같은 서신은 샹베리 지부에, 스위스 로클 지부에, 브뤼쎌, 콜론뉴, 리에쥬, 스파 등등에 분포되기도 했다. »

기자 겸 문필가인 모리스 탈메르(1850-1931)는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지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파리에서 한 마디가 떨어지면 각 지부로 지령이 전달되었고 그 지부의 책임자는 지령을 실행한다는 서약을 보냈다. 이 같은 프리메이슨의 중앙집권적 연락체계가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혁명 파급의 중앙조직으로 쓰였던 것이다.»

‘자코뱅 체계’로 불리우는 국가중앙집권체제 이전에 ‘혁명(을 위한) 중앙체계’가 있었던 것이다.

유독 엘리트 중심으로 형성되는 프리메이슨은 귀족층, 부르죠아층, 예술인들과 작가들, 또 군대의 장성층으로 주로 구성원들이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1787년 즉 혁명 발발 2년 전부터는 급작스럽게 품앗이군들, 노무자들, 방랑자들, 강도범들, 살인자들을 조직에 영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1789년 7월 14일을 계기로 이 거침없고 흉폭한 부대가 프랑스 전역을 활보하며 돌아다니게 된다.

역사학자 펑크 브렌타노(1862-1947)의 당시 묘사를 읽다 보면 현재 중동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테러 단체들의 활약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활용하는 방법이나 용병, 살인범, 도적들로 이루어진 구성원들을 볼 때 유사점이 많다 할 수 있고 또 이 테러범들의 활약이 독재에 저항하는 <훌륭한> <민중의 봉기>인 아랍의 봄에 이어서 펼쳐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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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필자인 유세프 힌디가 말하고 있지 않은 부분을 더 자세히 말해본다면 . . .

“아랍의 봄”이 제1단계에서는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미 제국의 직할지에서 미국 스스로가 ‘반독재 민주주의 투쟁’으로 갈 수 있도록 약간 길을 터준다. 즉, 민중 투쟁이라는 댐의 수문을 살짝 열어주는 역할을 미국이 직접 해준다. 그래서 모두 미국의 충견이었던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사실 “아랍의 봄” 이전에는 미국이 그들을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었다. 당시 서구 미디어 기사를 점검해보면 금방 확인이 된다. 튀니지 벤 알리는 워싱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던 ‘북아프리카의 총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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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아랍의 봄”의 진짜 전략적 목표가 리비아-시리아 정권교체였기 때문에 그들의 ‘귀염둥이들’이 폭압 지배하는 경찰국가인 두 나라에서 민주주의 봄바람을 살살 불어 넣어 정국을 ‘혼란’으로 몰고 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혼란의 틈을 타 “아랍의 봄” 제1막의 프레임인 [독재 VS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민중)]의 대립 구도를 “아랍의 봄” 제2막인 진짜 목표 리비아와 시리아에 ‘덮어쓰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아랍의 봄”을 2등분해서 바라보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독재 VS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만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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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삼국지연의』나 『초한지』에 등장하는, 삼십육계 병법 중 승전계의 제6계인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술을 쓴 것과 같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습격한다.”

‘동쪽’은 [독재 VS 민주주의] 프레임을 적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튀니지와 이집트고 ‘서쪽’은 리비아와 시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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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배계급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초국적 과두 세력이 괜히 세계를 지배하는 게 아니다! 그 원대한 작전스케일과 깨알같은 치밀함과 꼼꼼함으로 작당을 하고 사자처럼 덤벼들면 고도로 조직화된 ‘유격대 국가’가 아닌 이상 이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 . . . 아랍의 봄이나 영국내전이나 프랑스 혁명이나 모두 대등소이하다. 이걸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걸 정확히 깨우치면 초국적 과두세력의 교묘한 이론적 무기 —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에 봉사하는 코스푸레를 하면서 막상 과두 지배체제에 방해가 되는, 국가를 자본의 광란터가 아닌 보살펴야 할 대가족으로 보는 군주제 국가나 “비민주주의” 위민 국가를 때려부수는 파괴적 역할을 하는 — 에 불과한 ‘마르크스주의’라는 ‘손오공의 머리띠’에서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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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군주제’ 유럽을 ‘전복’ 혹은 ‘혁명’으로 녹여서 과두제의 정치적 동의어인 ‘공화주의’(혹은 “공화종교”) — 이탈리아 과두제 도시국가들에서부터 채택되었던 — 로 이행시켜 새로운 사회질서와 인간형을 창조해내는 근대 급진 정치의 정교한 ‘혁명 연금술’이

(1)행위 주체들(특히 콘트롤 타워가 누군지)이 누구며 그들이 어떻게 조직을 꾸려서 ‘작전’에 임했는지 살펴보고

(2)그들의 목표와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교리가 어디로부터 추출된 것인지 밝혀내고

(3)“혁명”조직의 운용과 ‘자금의 출처’가 정확히 어딘지 면밀히 살펴 보고

(4)“혁명”의 성공을 통해서 유럽의 지정학적 구도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재편되며 레짐 체인지의 최종적 과실을 얻게 되는 수혜집단이 누구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건을 단순히 일국적 차원에서 벌어진 헤프닝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지정학적 관찰’도 필요하다.

(5)“봉건 권력”의 악마화는 신흥 금권 과두 체제의 전지구적 팽창을 위해선 필수다. “종교 개혁” 바람을 솔솔 불어 넣어 기독교 제국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것은 대단한 전술이니 보다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스페인 카톨릭 제국을 박살낸 국제 프로테스탄티즘 세력은 그래서 그 당시 유럽에선 ‘국제 과두들의 벗’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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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국 “혁명”: 단명한 올리버 크롬웰의 잉글랜드 공화국(1653-58)
B. 프랑스 “혁명”(에서 제3공화정에 이르는 기간)(1789-1875)
C. 러시아 “혁명”(1917-1921, 스탈린 집권 이전 시기)

위의 3가지 혁명을 치밀하게 들여다 보면 “밑으로부터의 광범위한 대중적 참여에 기반한 혁명”이 말짱 ‘거짓’이며 ‘신화’임을 깨닫게 된다.

러시아의 경우는 위의 2개 “혁명”과는 달리 초국적 과두들의 세계지배전략의 기대를 저버리며 그들을 실망시키는 1922년부터 53년까지의 ‘스탈린 시대’가 삽입되면서 1991년 소연방이 붕괴되기 전까지 대안 체제로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혼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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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 내전 시기 볼세비끼 ‘적군’은 혁명파고 “왕당파” ‘백군’은 반혁명파라는 ‘주입된 도식’이 ‘또 하나의 신화’라는 것은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볼세비끼 적군을 다양한 차원에서 — 외교적 승인, 채무 탕감, 경제개발 지원과 기술 이전 등 —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입증이 된다. 우리는 보통 상식적으로 백군이 제국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이 부분은 러시아사(史) 우크라이나사 전문가인 메튜 라파엘 존슨 박사(Dr. Matthew Raphael Johnson)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https://russia-insider.com/…/western-media-and-elit…/ri2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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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 Apr 19, 2019
Western Media and Elites Supported the Bolsheviks in the Russian Civil War – the Ugly Truth Emerges
「서구 언론과 엘리트는 러시아 내전에서 볼셰비키를 지지했다 – 추악한 진실의 조명」
메튜 라파엘 존슨 박사(Dr. Matthew Raphael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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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혁명 직후 어려운 시절에 조금만 잘못하면 권력이 백군에게 넘어갈 판에 서구 제국주의 세력은 백군에게 총 한자루 건네주지 않고 그들을 (비전투적 영역에서) 공격해댐으로써 결정적 전투에서 적군이 백군을 패퇴시키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이 역시 1917년부터 미국과 유럽 언론 기사에서 나타나는 [적군 VS 백군]의 지지도 표명에 관한 실증적 데이터를 연구해보면 제국주의 세력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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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