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외부 칼럼

I [기고] 다가오는 공황: 이번에는 다르다 I

신재길/노동사회과학연구소 교육위원장

[필자주] 다음 금융위기가 2020년 전후 찾아옵니다. 좌파 주장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분석입니다. JP모건 보고서는 “유동성(Liquidity) 와일드카드를 쓸 수 있게 된 덕분에 우리는 다가오는 금융위기를 최소한 역사에 나타나는 일반적 수준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이번엔 2008년보다 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지난 10년간 국제 금융독점체들은 대응책을 준비했습니다. 바젤III(Basel 3)도입과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강화로 은행 건전성을 높여왔습니다. 2008년에 비해 약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를 근거로 합니다. 이들은 2008년 이전에도, 고도의 금융공학 발달로 금융공황은 없으며 설령 있다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공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부실모기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결론부터 말하면 2020년 전후 공황은 역사적인 대전환의 시발이 될 것입니다. 이는 대(大)이행기로 돌입이며 전세계적 동시성으로 말미암아 세계적 대전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1. 세계 경제정세를 바라보는 관점

두 가지 관점으로 현 세계정세를 보려 합니다. 하나는 역사 발전의 주기성입니다. 여기서 주기는 시간적 주기가 아닙니다. 공황 10년 주기나 인구통계학상 3, 40년 주기는 어느 정도 인과성을 확인할 수 있고 경험적으로 검증됩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지표로 하는 세계 경제 주기성은 과학적으로 파악키 어렵고 현실에 적용키는 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몇 년을 주기로 반복한다는 뜻으로 주기가 아니라, 발전과 쇠퇴를 반복한다는 의미로 주기입니다. 시간 간격에 주목하기 보다 발전 쇠퇴의 내용에 주목해야 합니다.

두 번째 관점은 주기성이 단순 반복이 아니라 일정한 방향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방향성을 갖는다는 것은 발전을 뜻합니다. 주기를 반복하며 양과 질에서 주기성의 내용적 특성이 강화됩니다. 자본주의는 공황을 반복하며 생산의 사회적 성격소유의 사적 성격을 보다 강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모순이 심화합니다. 또 자본주의를 자유경쟁자본주의-독점자본주의(monopoly capitalism)국가독점자본주의(state monopoly capitalism)로 발전이라는 틀과 함께 ‘세계적 패권국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도 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자본주의 패권국의 제3 이행기 초입이며 국가독점자본주의 말기입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공황의 세 번째 소주기의 정점*입니다. 즉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하면 1937년 같은 시기입니다(*2019년 3월 현재는 2008년 공황 이후 2010년 회복이 되고, 2012년 침체와 회복, 2016년 침체 이후 회복하여 이제 소주기의 정점에서 침체로 꺾이는 지점입니다. 물론 이는 단기적이고 약한 회복일 뿐입니다). 먼저 자본주의 패권주기를 간략히 정리하면 패권 안정기(성장기)-후퇴기(위기)-이행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성장기는 보통 기술혁신 등 생산력 발전을 패권국이 주도하며 세계 경제를 이끕니다. 후퇴기는 패권국이 세계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에 안주하며 금융화합니다. 금융화는 기생성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행기는 불안정성이 특징이며 전쟁이 자주 발발합니다. 자본주의 패권 시작은 네덜란드의 상업자본주의입니다. 네덜란드 자본주의는 조선기술이 바탕이 된 해군력과 상업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 중계무역이 특징입니다. 원거리 무역의 위험을 분산하는 금융업(주식회사의 발생) 기반으로 세계무역을 독점합니다.

네덜란드 패권 후기는 금융화 강화로 시작됩니다. 대 영국 및 프랑스 전쟁으로 위축된 네덜란드는 금융화(튤립 버블, tulip mania)로 빠른 변신을 단행하고 주로 영국에 투자합니다(네덜란드 오렌지 공의 영국 왕 취임). 네덜란드는 영국과 네 번 전쟁을 패배해 패권에서 물러나고, 영국과 프랑스 간 패권 전쟁이 약 백 년간 지속합니다(제2차 백년전쟁). 이후 1815년 나폴레옹이 패배하며 영국이 패권국에 올라 이후 산업자본주의를 이끌게 됩니다. 이 1815년까지 약 백 년간이 제1차 패권이행기입니다.

이때 발생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미국 독립혁명프랑스 혁명입니다. 제1차 자본주의 패권 이행 즉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행에서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됩니다. 패권의 쇠퇴기는 패권국의 금융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점과 패권이행기는 혁명기(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라는 점입니다. 패권이행기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점에 있습니다. 영국 패권 시기를 보면 자유 경쟁 산업 자본시대(평균이윤율)가 영국의 성장기, 패권 안정기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발전하면서 영국 경제는 금융화하여 쇠퇴기로 접어듭니다.

1873년 대공황 이후 급속히 금융화한 영국은 투자 수익률이 높은 미국에 주로 투자하게 됩니다. 금융과 식민지 무역을 통해 수익 구조가 안정되자 영국은 생산구조를 전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미국과 독일은 독점자본주의(독점이윤율)로 발전하여 이런 영국을 위협하고 제2차 패권이행기로 넘어갑니다. 제2차 패권이행기는 1차 세계대전으로 영국이 패권 지위를 상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종결로 마무리됩니다. 이제 패권은 미국으로 넘어갑니다. 제2차 패권이행기에 러시아 혁명과 식민지 민족해방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패권국 금융화로 패권의 쇠퇴가 시작되고 패권이행기에 혁명이 일어납니다. 미국 패권기는 경제적으로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입니다. 국가독점자본주의(이하 국독자) 특징은 경제가 군사화하고 금융이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전기 국독자가 경제의 군사화를 특징으로 한다면 후기국독자(신자유주의)는 경제 군사화의 강화와 더불어 금융의 상대적 독립이 특징입니다. 금융의 상대적 독립성은 1971년 달러의 금 태환 정지로부터 시작해 1990년대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세계화).

전기 국독자가 미국 패권의 안정기였다면 후기 국독자는 미 패권의 쇠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패권 쇠퇴기는 경제의 금융화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공황은 후기 국독자의 파산을 알리는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3차 패권이행기를 예고하는 경종이라 할 만합니다. 2020년경으로 예상되는 공황은 본격적인 패권이행기로의 돌입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패권이행기는 두 차례의 선행 이행기에서 보았듯 변혁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요컨대 자본주의의 패권 주기를 통해 자본주의가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을 보다 강화하면서 동시에 노동자 민중인 생산자의 지위와 역할도 높아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발전 방향은 자유경쟁자본주의, 독점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발전이며, 후자는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식민지 민족해방혁명으로 나타났습니다.

 

2. 후기 국가독점자본주의(신자유주의)의 특징

2차 대전 이후 미국 패권이 확립됩니다.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지배체제로서 국독자도 확립됩니다. 미국 패권의 특징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위계적 연합체입니다. 이는 소련에 대항하는 성격을 가진 위기 관리체제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유엔체제이며 경제적으로는 브레튼우즈 체제입니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특징은 금융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한 점입니다. 1971년 미국의 달러 금 태환 거부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하고, 미국은 후기 국독자로 이행을 시작합니다.

달러-금 태환 거부는 금융이 실물경제에 대해 상대적 독립성을 갖는 실마리가 됩니다. 1974년 미국은 사우디와 원유를 달러와 연계시키는 협정을 맺습니다. 글래스-스티걸 법(1933년 제정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법, 클린턴 정부에서 폐지됨)을 무력화해 자본이동의통제를 중단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합니다. 연기금 확대, 시카고 옵션거래소 개장으로 금융 파생상품 활성화, 제조업의 금융 기업화(GE, 포드 등 금융 수입이 총수입의 50% 이상) 과정을 거쳐 금융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합니다. 1990년대 저축대부조합 연쇄도산과 IMF 사태, 유로화 출범으로 금융 세계화가 완성됩니다.

미국 금융과 보험 산업 규모는 1950년만 해도 연간 GDP의 2.8%를 차지했습니다. 1970년에는 4.2%로 커졌고, 2012년이 되자 6.6%가 됩니다. 1970년 금융-보험업계 수익도 나머지 다른 산업 분야들 수익을 모두 합한 금액의 24%에 이릅니다. 2013년에는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37%로 더 커집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금융위기 직전 60%에 이르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금융 분야 수익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업계 수익은 잉여가치 창출이 아니라 단지 가치 이전일 뿐입니다.

 

그림1) 미국의 비금융 업계 수익 대비 금융 업계 수익

이런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1970년대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응입니다. 즉 5~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이후 축적된 과잉자본은 실물경제의 이윤율 저하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게 되자 금융 영역에서 도피처를 찾습니다. 그러나 금융의 상대적 독립화는 그 자체가 기생적이고 자기 파괴적입니다. 금융 축적은 실물 축적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과도한 금융화는 제로섬 게임이 되고 주기적으로 투기와 버블을 일으키며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청구권의 최종 결제는 반드시 노동생산물인 현물로 지불해야 거래가 완결됩니다. 그게 불가능하면 지불연기를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채무증서, 신용화폐를 계속 발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원칙상 시장경제에서 지불연기를 무한정 연장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압류나 개인파산 같은 법적 조치로 반드시 끝맺습니다. 그게 2008년 대공황입니다.

3. 2008년 금융공황의 특징

2008년 금융공황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2008년 공황의 특징은 버블 붕괴 과정이 아니라 공황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입니다. 2008년 공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이하 연준)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대대적으로 시행합니다. 이어 일본과 유로가 뒤따라 양적 완화에 나섭니다. 이는 단기국채 중심의 통상적인 통화정책 원칙과 틀을 깨뜨린 것입니다.

단기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으로 통상적인 통화정책은 사실상 자기 역할을 다 한 것이기에 시중에 본원통화 공급을 더 늘리려면 다른 정책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장기 국채뿐만 아니라 담보대출 관련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것입니다.

2008년 1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3차에 걸쳐 시행된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봅시다. 먼저 연준 대차대조표가 2007년 말 8,938억 달러에서 2016년 11월 현재 4조5455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본원통화(reserve base) 공급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뜻입니다. 2007년 GDP의 5% 정도에 불과했던 본원통화량이 양적 완화 정책 결과 2014년에는 GDP의 27%로 폭증한 것입니다.

먼저 연준 대차대조표의 부채 항목을 봅시다. 부채 항목은 1) 자본금 이외에 현금통화 2) 예금기관 지급준비금 3) 재무부 잔고, 이렇게 3가지로 구성되는데 중앙은행이 매입한 자산 종류와는 무관하게 본원통화량이 얼마인지를 보여줍니다. 평상시 자본금을 제외한 부채 총액 대부분이 현금통화였습니다. 그러나 양적 완화 정책의 결과 2016년 11월 현재 현금통화 비중은 많이 감소하고 예금기관 지급준비금이 대폭 늘어나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산항목을 봅시다. 2008년 위기 이전에는 총자산 90%가 국채였습니다. 그러나 2016년 11월 현재 국채비중은 55.2%로 줄었고 2008년 이전 부채항목에 없었던 담보대출 관련 채권이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3조5612억 달러에 달하는 총자산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장기 국채와 담보대출 관련 채권(국채 증가분 1조7천억 달러, 담보대출 관련 채권 증가분 1조7543억 달러)입니다.

그림2) 주요 선진국 본원통화 추이

 

일단 연준이 양적 완화를 시행해 은행과 보험사의 연쇄 파산은 막았습니다. 이것이 비정상적 정책인 양적 완화의 유일하지만 가장 큰 성과입니다. 금융독점체 집단에게는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이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냈는가라고 묻는다면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례 없는 장기간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 그리고 전 세계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은 평균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막대하게 풀린 돈이 기업의 투자와 민간의 소비에로 흘러들어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과잉생산 상태이기 때문에 더는 생산설비에 투자할 이유가 없으며, 새로운 투자처도 없습니다. 민간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여파로 소비할 소득이 줄어들었고, 가계 부채도 많아 빚으로 소비하기에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생산시설의 대대적인 파괴가 뒤따르지 않는 한 장기간 지속할 공산이 큽니다. 사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제도적인 문제점도 한몫을 합니다. 그것은 화폐제도입니다. 지금 화폐제도는 부채 화폐제도입니다. 즉 정부 부채를 화폐화한 것입니다. 미 연준이 달러를 발행할 때 금 대신 미 재무부 국채를 담보로 발행합니다. 물론 이런 관행도 이번 양적 완화에서는 완전히 무너졌지만 어쨌든 채무증권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합니다. 따라서 발행된 화폐는 직접 실물경제에 전달되지 않고 일단 금융시장 즉 자산시장에 투입됩니다. 그리고 실물경제에 돈이 투입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시중은행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위험을 무릎 쓰고 실물경제에 투자할 은행은 없습니다. 이는 하물며 금리가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실물경제에서 그 이상 이윤을 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거대하게 풀린 자금은 자산시장 즉 금융시장에 머물고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만을 합니다.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가격만 올라가고 거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자산가격 상승은 실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합니다.

자산시장이란 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을 기초로 이루어진 시장입니다. 자산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런 자산시장의 기초도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배당금 압박이나 임대료 상승 등으로 실물경제에서 이윤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양적 완화는 은행만 살려내고 실물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8년 금융공황의 여파로 자산시장에 대한 대출도 이전처럼 자유롭지 않게 되자 이제는 시중은행에 풀린 돈이 다시 초과 지불준비금 형태로 연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즉 금융기관들은 실물 경제에 돈을 대출하기보다 연준에 돈을 맡기는 걸 택했습니다. 이는 2006년 금융서비스규제경감법(Financial Services Regulatory Relief Act)*이 연방준비제도가 법정 및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내도록 규정한 탓입니다. 지불준비금은 2009~2015년 사이 1조600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연준에 돈을 맡겨놓은 금융기관들은 5년간 완벽하게 위험을 회피하면서 거의 300억 달러(약 36조5400억 원)를 벌었습니다.

이는 연준이 금융 부분에 후한 그리고 대부분 숨겨진 보조금을 지급한 것과 같습니다. 양적 완화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참고기사- [가상 토론-상] 양적완화 정책은 왜, 어떻게 실패했나?

양적완화의 또다른 문제는 화폐전쟁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미국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는 달러 약세를 가져왔고, 이는 다른 나라들 화폐가치를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중국 중심으로 신흥국들은 자국 화폐가치가 올라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결국 이 국가들도 양적완화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값싸진 달러가 이들 신흥국으로 대거 흘러들어가자 이들은 외환위기에 노출됩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터키, 브라질 등등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표출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 중국 관세전쟁은 이제 다시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입니다.

양적완화는 부실 금융기관들을 살려냈지만 결국 실패한 정책입니다. 경제도 살려내지 못했고 빈부 격차는 오히려 키웠으며, 화폐제도 문제점을 노출해 중앙은행 불필요성까지 제기되고, 금본위제로 회귀가 공공연하게 주장되기도 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양적완화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원래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는 위기 때 일시적 정책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2008년 이후 8여 년 지속했습니다. 그러다 금리 정상화를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경제는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하고 자산가격 붕괴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겨우 기준금리가 2.5% 수준입니다. 사실상 다음 위기 시에 대응할 총알이 없습니다.

아래 그림3)에서 보듯 위기가 닥치면 연준은 5-6% 정도의 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2008년에는 이도 모자라 양적 완화까지 동원했습니다. 다음에 불어 닥칠 공황에는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2008년 공황에서 모든 총알을 다 소비했습니다.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국가재정은 위기에 봉착했고, 가계부채도 여유가 없습니다. 더욱 확대된 양적 완화가 대책일까요?

그림3) 미국 본원통화와 기준금리
빨강선이 미 기준금리, 파랑선이 본원통화이다. 음영처리된 부분이 공황기이다. 기준금리에서 1980년대에 변곡점이 나타났다. 신자유주의의 시작이다. 기준금리에서 2008년이후 변곡점이 나타났다.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이다. 양적완화이다.

그림4) 미국의 단기금리 

출처: RAY DALIO, ≪BIG DEBT CRISES≫ p.23
연방준비제도 경제데이터(FRED)의 미 기준금리 그래프가 1950년 이전은 없어 다른 자료에서 기준금리와 같이 가는 단기금리 그래프를 가져왔다. 이 그래프를 가져온 것은 단기금리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미국의 성장기와 쇠퇴기의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1930년대와 2010년대를 비교해 볼 수 있겠다. 현재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4. 장단기 금리 축소는 새로운 공황을 예고하고 있다.

 

그림5) 미국채 10년 물과 2년 물의 금리 차이

 

위 그림은 미국채 장단기 금리차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 그래프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되었을 때 즉 이 그래프에서 기준선인 이하로 내려갔을 때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 여지없이 공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80년 이후 5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는데 그후 모두 공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래프에서 음영으로 표현된 부분이 공황기입니다. 그리고 2019년 3월 19일 현재 장단기 금리 차이는 겨우 0.15입니다. 2008년 이후 2011년 1월 2.84를 최고점으로 하락하다 2012년 6월경부터 상승하지만 2013년 12월 2.66을 최고점으로 하고 이후 계속 하락추세에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차이의 의미는 무엇이고 왜 이 차이가 중요할까요?

일단 채권시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시장은 일반인들은 거의 참여 하지 않습니다.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장규모도 주식시장보다 훨씬 큽니다. 중앙은행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며 큰 규모로 자금이 움직입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경기전망에 대한 정보에 기초해서 천천히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자금흐름을 스마트 머니(smart money, 단기 이동성 자금)라고 합니다. 높은 수익추구보다 안정적 자금관리에 초점을 둔 자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채권시장 자금 흐름은 경기에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단기 금리차이는 매우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순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지표입니다.

채권은 국채도 있고 회사채도 있지만 여기서는 미 국채를 기준으로 합니다. 미 국채는 만기가 3개월짜리에서 2년 5년 10년 30년 등등 다양하게 발행됩니다. 채권은 단기보다 장기가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게 되는데, 미국 장기국채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경기가 불안해 지면 주식시장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미국 장기 국채로 도피하게 됩니다. 장기 국채는 보통 10년 물이 가장 많이 거래되어 이를 기준으로 하는 데 경기가 나빠지면 수요가 많아집니다.

이렇게 수요가 많아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고 역으로 채권 금리는 내려가게 됩니다. 따라서 장기 채권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경제가 좋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나빠질 것을 나타냅니다. 그래프에서는 2012년 유럽의 재정위기 때 내려갔다가 재정위기가 잠잠해지자 다시 올라갔으나 2014년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다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볼 때 경제가 나빠지고 있지 좋아지고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즉 IMF 등은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 중입니다. 결국, 장단기 금리 차이는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이 반등할 가능성보다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단기 금리 역전은 왜 위험할까요?

2008년 이후 자산가격 상승을 이끌고 명목상으로나마 경제를 회복시킨 가장 큰 힘은 부채 확장이었습니다. 부채가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진짜 문제는 부채가 줄어들 때 나타납니다. 채권의 가장 큰 문제는 소위 ‘롤오버(roll over)’가 안 되는 것입니다. 롤오버는 채권 연장을 말합니다. 아무리 빚이 많아도 계속 연장할 수 있다면 문제는 터지지 않습니다. 은행 처지에서 볼 때 장단기 금리역전은 역마진을 의미합니다. 즉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차입하여 장기로 대출해 그 금리 차이를 수익으로 합니다.

그런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다는 의미는 차입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낮다는 뜻입니다. 결국, 장기 대출금은 회수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채권은 롤오버가 안 되게 됩니다. 당장 상환할 자금이 없는 회사인 경우는 부도가 납니다. 회사채 뿐만이 아니라 빚으로 이루어진 모든 자산가격은 타격을 받게 됩니다. 결국, 버블은 터지고 맙니다. 물론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면 즉 이윤을 계속 창출한다면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한다는 전망은 없습니다.

또 담보가 튼튼하다면 수익 원천인 대출을 회수할 필요가 없는 조건이 됩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시드니, 홍콩 등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꺾이기 시작했으며, 더 중요한 것은 바젤3의 시행입니다. 바젤3은 바젤 은행 감독 위원회(BCBS)에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내놓은 은행자본 건전화 방안의 개혁안입니다. 기존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기준 자본 규제를 세분화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완충 자본과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제를 신설한 것이 골자입니다.

결국, 바젤3의 시행은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것이고 강화된 기준에 못 미치는 대출금은 회수하게 됩니다. 그래도 만기가 많이 남아있다면 당장은 부채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양적 완화로 풀리기 시작한 10년 만기짜리는 올해부터 돌아옵니다.

2019년 3월 2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만장일치로 금리동결과 9월까지 대차대조표 축소 종료를 언급했습니다. 연방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로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금리 인상 종료입니다. 그림3)을 다시 봅시다.

금리 동결 다음 1년여 후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나서 공황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20일 FOMC의 발표에 주식시장에서는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이 올랐으나, 채권시장에서는 경기하강으로 판단하고 10년 물 국채 금리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 차이는 더 좁혀졌습니다. 즉 같은 자산시장에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을 달리 해석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대체로 채권시장 쪽 판단이 옳았습니다. 이제 연준이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 시점이 공황이 임박한 시기입니다.

 

5. 공황은 회사채 문제에서 시작될 것이다.

“전 세계 기업부채 폭탄 ‘째깍’…총액 1경 4천560조 원 신기록” 연합뉴스 2019년 2월 26일 자 뉴스 제목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데다 상환력도 떨어져 경기가 악화하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증폭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통상적이지 않은 통화정책 시대의 회사채 시장>을 인용보도 했습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보고서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 세계 기업들이 채권발행의 형태로 보유한 부채 총액은 13조 달러(약 1경 4천560조 원)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전과 비교할 때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부채 가운데 4조 달러(약 4천480조 원)는 앞으로 3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와 갚거나 돌려막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만기가 임박한 이런 부채 규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자산과 비슷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회사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초저금리, 양적 완화 기조에 따라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엔 연평균 8천640억 달러(약 965조8천억 원)가 증가했으나 이후에는 연평균 1조7천억 달러(약 1천900조4천300억 원)로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선진국 기업들의 미지급 회사채가 2018년 현재 전체의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규모는 2008년 5조9천700억 달러(약 6천674조 원)에서 작년 10조1천700억 달러(약 1경 1천369조 원)로 80% 증가했다. 신흥국 기업들의 미지급 회사채는 2조7천800억 달러(약 3천108조 원)로 10년 전보다 395%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그 기간 부채를 토대로 고도 경제성장에 열을 올린 중국의 변화와 보조를 함께한다. 금융위기 이전 중국의 회사채는 무시할 정도였으나 2016년에는 5천900억 달러(약 659조6천억 원)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업부채의 규모가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부채의 질도 눈에 띄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투기등급 바로 위에 있는 투자적격 회사채가 전체 회사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채권 소유자들의 권리도 확연히 감소해 시장에 위기가 닥치면 악영향이 증폭될 것으로 진단됐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과 비슷한 금융위기가 닥치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시장이 1년 안에 2천740억 달러(약 306조3천300억 원) 규모나 부풀어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정크본드 시장으로 건너가게 될 회사채는 금융회사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5천억 달러(약 559조 원)로 늘어나게 된다.

OECD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사이클과 비교할 때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와 취약성이 심각하게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 하강기가 닥치면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를 갚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런 상황은 결국 저투자, 채무불이행 증가로 이어져 하강기의 악효과가 증폭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촉발된) 비상조치들을 최근 수정했다’며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도 회사채 시장에 영향을 계속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의 회사채는 어디에 쓰였을까요? 기술혁신이나 설비투자 아니면 노동자들의 복지에 쓰였을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은 M&A, 차입 매수(Leveraged Buy-Out, LBO)*, 자사주 매입, 배당금에 쓰였습니다. 즉 버블을 키운 것입니다. 2008년 모기지론이 CDO(부채 담보부 증권)가 문제가 되었다면, 회사채에는 CLO(대출채권 담보부 증권)가 있습니다. 둘 다 낮은 등급과 우량등급을 섞어 증권화한 것입니다. CDO가 집값이 내려가면서 문제가 생겼다면 CLO는 경기가 하강하면서 문제가 터질 것입니다.

*차입 매수(LBO):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이나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담보로 하여 외부로부터 인수 자금을 빌린 뒤 그 돈으로 인수 대상 회사를 사들이는 기법. 차입금을 증대시키기 위해 인수대상 기업의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위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문제는 회사채 질에 있습니다. BBB등급이 54%에 달합니다. BBB등급은 투기단계 바로 위 등급입니다. 경기가 하강하게 되면 BBB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집니다. 이를 “타락 천사(fallen angels)”라고 합니다. 금융기관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롤오버를 승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규모가 5,000억 달러(약 55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채 상환요구입니다. 그림6) A를 보면 올해부터 시작해 약 5년 동안 선진국은 매년 약 1조 달러가량 채권 만기가 도래하고 이머징(emerging market)도 매년 4,000억 달러 이상 채권 만기가 도래합니다. B를 보면 선진국은 2023년까지 신진국은 47%를 이머징은 69%를 상환해야 합니다. 작년 10월 미국 대표적 기업 GE의 회사채 등급이 A에서 BBB등급으로 강등되었습니다. 전력 부분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주가가 78%로 빠졌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기업 전반의 문제가 GE로 대변되었다는 점입니다.

경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는데 회사채 만기는 올해부터 도래합니다. 차입금액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다 써버렸습니다. 실적 개선 전망은 없습니다. 이것이 지금 잘 나가는 미국기업의 실상입니다. 올해 말부터 위험합니다. 제2의 GE가 속출할 수 있습니다.

그림6) 2018년 말 이후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 
Çelik, S., G. Demirtaş and M. Isaksson (2019), “Corporate Bond Markets in a Time of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 OECD Capital Market Series, Paris, p.27

 

6. 2008년 때처럼 돈을 무한정 찍어서 막을 수 있을까?

2008년 공황이 파국으로까지 가지 않은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한 때문이 아닙니다. 이는 단지 은행 파산만을 막았을 뿐입니다. 중국의 막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이전 수준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예로 중국이 2009년에서 2014년까지 5년간 소비한 시멘트 양이 미국이 200년 동안 소비한 양보다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지막지한 투자가 세계 원자재 시장을 떠받쳤던 것입니다. 그러니 중국이 자본주의를 살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중국은 부채와 거품으로 새로운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거품 붕괴를 거품으로 막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공황에는 어떨까요? 제2의 중국이 있을까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거품의 붕괴만 남은 듯 합니다.

다가오는 공황에서는 현재 달러지배 체제를 유지한 체로는 2008년처럼 돈을 풀어 회복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금리를 제로로 유지하면서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더불어 확대 재생산이 멈춰버린 좀비국가화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지난 공황 때 과도한 투자를 감행해 과잉투자가 이루어졌고 지방정부와 기업은 과도한 부채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심각합니다. 미국만이 홀로 성장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는 착시입니다. 즉 미국은 잠재성장률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은데 이는 거품이라는 반증입니다.

물론 세계경제가 공황에 들어서도 불균등발전은 관철될 것이고 보다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2008년 공황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할 때에도 중국과 인도 등은 고도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공황 속에서도 다시 회복될 기반이 있는 나라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 기반은 제조업인 실물자산부문입니다. 새로운 공황이 오면 기존 달러 중심 금융시스템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 금융시스템에 기반한 경제는 붕괴하고 새로운 경제구조가 구축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은 원자재와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국가를 기반으로 재구축될 것입니다. 그 중심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과연 그렇게 쉽게 달러 지배체제가 무너질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은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힘은 무엇보다 압도적 군사적 우위에 기반 합니다. 물론 베트남전 이후 지상전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지만 핵무기를 비롯한 최첨단 무기 등에서 미국을 따라 올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단지 무기와 물량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은 전쟁 당사국 국민들 전쟁의지에 많이 좌우됩니다. 미국은 이점에 있어 매우 취약하며 한 번도 외국의 직접적 무력 침입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본토 공격에 대한 미국 국민들 의지가 실험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준비도 전혀 되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정반대입니다. 러시아는 몽골의 점령 이후로 큰 전쟁은 러시아 본토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영토를 지켜왔습니다. 러시아인들은 본토를 공격받으면 바야흐로 전쟁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본토가 공격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본토 방어에 사활을 겁니다.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반대입니다. 본토를 멀리 벗어난 전쟁에서는 취약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반대로 공격무기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미사일 기술이 세계최고 수준에 도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푸틴은 2000년대 이후 석유와 식량을 팔아 번 돈으로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결과 푸틴은 2018년 3월 1일 국정연설에서 첨단 신무기들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신무기들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왜 러시아가 미국 반대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나 시리아 등 무력 개입을 감행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군사력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입니다. 이렇게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군사적으로 대적할 국가가 없던 미국에게 새로운 도전자가 다시 생긴 것입니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의 절대성이 무너진 것입니다.

두 번째로 미국의 힘은 금융지배에 있습니다. 달러가 전 세계 무역거래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군사력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습니다. 이라크를 침공한 실질적 이유가 이라크가 석유거래에서 달러화 체제를 이탈하려 한데 있었다는 점이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 체계는 국제은행간통신망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입니다. 은행 간 거래를 위해서는 SWIFT를 통하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입니다. 경제제재 핵심은 은행 간 자금거래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무역은 물물교환으로 밖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2017년에 중국은 2015년에 독자적 은행 간 거래시스템을 수립하였고 상호 연계시켜 놓았습니다. 이제 어떤 나라가 미국 금융 제재를 받으면 이제 새로운 국제은행거래시스템으로 들어오면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달러 자체가 의제 화폐라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달러는 그 자체 어떤 가치도 담보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군사력에 의한 강제력이 취약해지면 달러는 세계화폐로서의 위상을 잃게 됩니다. 물론 진짜 화폐는 금입니다. 러시아는 미국 국채를 다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금을 사들였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세계 5~6위 금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의 공식적인 금보유량은 경제규모에 비해 적습니다. 즉 미국 국채 보유가 과다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국민과 함께 금 비축”이라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기업과 민간소유의 금이 16,000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도도 민간 보유금이 중국에 버금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이는 미국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8,000톤보다 훨씬 많은 수준입니다. 물론 미국의 금보유 수량은 의심받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감사를 받은 적이 없으며 계속되는 실사 요구도 모두 뭉개 왔기 때문입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는 상하이 협력기구의 핵심국가들입니다. 이들이 달러체제에서 계속해서 자신들의 부를 미국에 수탈당하고만 있지 않으려 합니다. 중국은 언제까지 수억 인민의 피와 땀이 클릭한번으로 미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황금을 가진 자가 규칙을 만드는 법입니다.

여기에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에너지 세계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적 종속을 탈피하기 위한 중국제조 2025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 소비시장을 대신할 시장을 형성하려는 내수중심 성장전략을 수행해 대외의존도가 2007년 60% 이상에서 2016년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소비시장은 201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차지했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대비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2000년 8.4%에서 2016년 34.8%까지 성장했습니다.

이제 미국의 절대적 우위는 끝났습니다. 다가오는 공황에서는 각국이 자신의 몫을 찾아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일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극도의 불안정성에 빠질 것입니다. 미국의 달러 지배는 흔들릴 것이고, 제국주의 간 무역전쟁 환율전쟁이 극에 달할 것입니다.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전진을 위한 공간이 열릴 것입니다. 지나온 역사가 늘 그랬듯 민중은 이 공간을 자신의 공간으로 확보해 갈 것입니다. 역사는 생산자의 지위와 역할이 높아져 온 과정입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필자: 신재길/노동사회과학연구소 교육위원장

5 - 포스팅이 마음에 드셨나요? 왼쪽 하트를 눌러 공감해주세요
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