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철
I 국제금융구조 이해를 위한 시론 ㅡ 2 of 3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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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국제금융구조를 간단히 정복하는 방법이 있다. 비유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내 몸속에 흐르는 피 중에서 내 피는 별로 없고 대부분 드라큐라 백작 냉장고에서 빌려온 피라고 생각해 보자. 드라큐라 백작의 변덕에 의해 일거에 내 몸속의 피를 회수해간다고 생각해 보라. 내 몸은 마른오징어처럼 납작해지며 얼마 있지 않아 죽게 된다. 대단히 간단하다. 그래서 내 몸 안 피는 반드시 내 피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현재 국제금융 질서다.
필자 글을 통해서 남유럽 경제위기의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알고 나서 다음 단계는 이와 같은 ‘금융 무기’를 휘두르며 국가를 사지 절단시켜 경제 주권을 빼앗고 ‘긴축’을 통해 국가의 경제 회복능력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금융의 전쟁학적 기능 탐구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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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리가 경제학에서 지정학적 함의를 찾아내기 위해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무분별하게 ‘패권 이동’을 읊조리는 관성적 타령이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세계 권력의 망토를 물려받아 표면상 패권이 이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제금융권력의 영토가 대서양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델러싸크러시(Thalassocracy), 즉 앵글로 해상 세력의 정신적 기반은 기본적으로 물질주의적 헤브라이즘과 죤 디(John Dee)류의 기괴한 카발라(Kabbalah)와 더 나아가 고리대금 맘몬주의(Mammonism), 이 3자가 교묘하게 결합한 형태다. 그리고 이 세력은 막강한 전투 함대를 보유하고 나서 유럽을 ‘조화로운 제국’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기 보다는, 이간질하고 서로 물고 뜯으며 죽고 죽이는 ‘킬링필드’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래서 유럽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티즘으로 양분시키고 서로 피 터지게 싸우게 해 놓았고 중간에서 이익을 가로채는 수법과 유사한 수법들을 양차 대전에 걸쳐 주구장창 써먹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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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앵글로 해상세력의 자본주의적 에토스(ethos)는 맨체스터 학파(Manchester School)의 경제 교리에 의해 이론적 활력을 얻었다. ‘자유무역’은 결국 야만적 제국주의를 하겠다는 경제학적 선언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학과는 근본적으로 반대인 육지 세력인 독일에는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의 독일 학파가 있었으니 그들은 침략의 가면인 자유무역 대신 유럽 대륙의 제국적 단결과 자급자족 경제(autarchy)를 주창했다. 역사는 해상세력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그 이후 유럽 제국은 부스러기 파편들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서로 적대하며 경합하는 두 개의 세계관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싸움을 벌여오고 있다. 이제는 유럽 대륙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이 앵글로-아메리카 델러싸크러시(Thalassocracy) 세력과 맞붙어 능동적으로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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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정학적 성찰에 기초해 2011년 남유럽 위기를 조망해 본다면 미국의 금융지배로 말미암은 ‘남유럽의 황폐화’는 지정학적 전쟁의 견지에서 보아 앵글로-아메리카 델러싸크러시(Thalassocracy) 세력이 아주 흡족해 할 만한 일종의 ‘성취’가 된다. 유럽을 ‘긴축’으로 망가뜨리는 것을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분노하는 것은 마치 『율리시즈 Ulysses』에 나오는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가 화가 잔뜩 나서 바위를 마구 집어 던지는 것과 흡사하다. 남유럽 경제위기로부터 우리는 ‘긴축’에 숨겨진 국가 파괴 기능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글로벌 금융 뱀파이어 제국(empire)은 고유한 의미에서 제국(reich)이 아니다. 그냥 괴물이다. 자기 몸을 자해하면서 스스로 이익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미친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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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경제위기 발생의 원인에 대한 쟁점과 교훈」 Part 2
신현철
연세대 사회학 학술대회(2016)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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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3. 남유럽 국가부도사태 및 재정위기 발생 원인: 4개국 비교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형성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남유럽 재정위기의 촉발원인과 진행과정을 살펴보게 되면 이 위기가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필연적 인과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로존에 상륙하여 어떻게 유럽 금융위기에서 재정위기와 실물경제의 위기로 전화되는지를 살펴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 . . . 그러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이후 영국의 브래드포드 앤 빈글리(Bradford and Bingley), 아일랜드의 앵글로 아이리쉬(Anglo Irish Bank), 덴마크의 피오니아(Fionia Bank) 등을 비롯한 유럽의 대다수 상업은행이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유럽에 금융위기의 서막이 오르게 된다. 유럽의 상업은행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는 정부의 대규모 긴급 구제금융으로 이어졌고, 애초의 기대와 달리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포함한 경제의 총체적인 위기로 발전하는 과정을 밟게 되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럽이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진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금융 파생상품을 매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유럽에 직수입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의 많은 은행이 미국의 부실 금융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므로 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고, 그렇지 않은 유럽계 은행 또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지사의 대출 부실이 역수입되면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유럽 금융위기의 일차적인 원인이라면 두 번째는, 유럽 내부의 거품경제 확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만연해 있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유럽의 부동산 거품이 동반 붕괴하면서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었다. 특히 국제적으로 과잉공급된 유동성을 조달하여 거품 경제에 참여했던 민간 부문들이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본격화된 유럽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는 점차 재정위기와 실물경제의 위기로 발전해 갔다. 민간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유럽의 국가들은 서둘러 금융권에 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하였고, 그 규모가 예상과 달리 엄청난 수준에 달하면서 재정 불균형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금융권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과 그에 따른 재정 불균형은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져 2008년 4/4분기 이후 산업 생산성의 둔화와 실업률의 증가 경향이 뚜렷해졌다. (배병인, 2011: 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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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재정위기의 발생 원인을 추적한 위의 인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재정위기가 은행위기와 거품경제로부터 왔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재정위기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시스템에 내재한 모순의 결과로부터 연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복지 과잉이니 방만한 재정운영이니 하면서 금융 외적 요소를 위기의 원인으로 선차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기 매우 어렵다. PIGS로 지칭되는 남유럽 4개 국가(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재정위기는 2008년 신자유주의적 금융체제의 1차 붕괴 이후 벌어진 ‘2차 붕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각국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일단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그리스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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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그리스는 체계적인 기록이 시작된 1976년 이래로 한 번도 경상수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보면, 80년대 평균 3.8%, 90년대 평균 2.5%의 적자를 냈고, 2000년대에 들어 적자 수지가 더 악화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되기 전인 2006년까지 평균 7.6%, 이후 2011년까지 평균 12.2%의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적자도 EU 통계에 잡힌 1995년 이래로 한 번도 적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최근까지 별 탈 없이 유지된 것은 외국으로부터 자본이 계속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GDP의 11%에 달하는 외국자본이 순 유입 되었다. 유로존 가입으로 그리스의 경상수지 적자가 더 커져 부채위기의 구조적 원인이 더 심화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 ‘덕택’에 그리스는 지금까지 ‘파산’하지 않고 경제를 유지한 것이다.
현재 그리스가 겪고 있는 국가재정 위기는 2008년 세계금융공황을 계기로 이전에 순조롭게 작동하던 국제 자본의 순환체계가 고장 나면서 외국자본의 유입에 의존한 경제운영이 더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리스의 취약한 경제구조도 문제이지만 그런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했던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차트 4.6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발 세계금융 위기가 확산하면서 2008년에 외국자본이 대거 빠져나갔고, 그에 의존해 유지되었던 그리스의 경제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2009년에 세계 경제가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그리스도 일시적으로 자본유입이 회복되었지만, 재정적자 수정발표 이후 다시 대거 빠져나간다. (박형준, 2013: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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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인용은 그리스 재정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외국자본의 유입에 의존한 경제운영이 다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나의 국가가 고립경제를 채택하지 않는 이상 자본 부유국으로부터 외국자본의 차입을 통해 채권-채무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외국자본의 성격에 있다. 독일의 라인형 자본주의의 산업화 과정에서 금융이 보여주었던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으로서의 속성이 신자유주의적 앵글로-섹슨형 주주 자본주의에서는 전혀 없다. 단기이익과 시세차익의 원리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금융시장은 자본이 시장의 상황에 따라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본 차입국은 언제라도 금융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을 떠안게 된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비록 긴축통화 정책을 펼친다 할지라도 그것이 곧장 불황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독일 고유의 장기화한 금융관계’가 커다란 몫을 한다. 예를 들어, 재할인율이나 롬바르트 금리와 같은 단기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장기금융 계약을 통해 이미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의 경우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다(박종현, 2001: 277).
이처럼 규제에서 벗어난 자본개방과 자본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적 ‘방종’이 재정위기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채무국의 금융 위기가 채권국의 위기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현행 금융네트워크체계에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외국자본의 철수는 ‘연쇄적 위기의 도미노’를 넘어 ‘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호황기 때 대형 상업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막대한 금액을 차입해 이를 무차별적으로 대출해주며 이익을 누리는 좋은 시절을 누렸으나, 서브프라임이 계기가 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닥쳐오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자본환수가 시작되면서 그간 고수익을 위해 벌여온 은행들의 부실여신과 거품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재정을 투입하여 대대적인 지원을 벌였고 그 결과 각국 정부는 재정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서 위기의 전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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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그리스의 국채이자율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그리스는 자체능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그리스가 유로에 가입한 이후 세계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이전까지 그리스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독일과 거의 같은 대접을 받았다. 1995년 17.3%이던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이자율은 유로존에 가입한 2001년 5.3%로 낮아졌다. 어떻게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 국가가 최상위 신용등급 국가인 독일과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리스 재정위기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떠받쳤던 자율조정시장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터무니 없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오랫동안 그리스에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신뢰를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크본드 수준으로 전락시킨 금융시장의 판단, 두 경우 모두 시장의 합리성이나 자율조정 하고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던 국제신용 평가기관, 그를 기초로 저리의 자금을 공급한 유럽의 거대은행들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나자마자 책임을 모두 방만한 재정운용을 한 그리스 정부와 국민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피해자인 척했다. (박형준, 2013: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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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처럼 변덕스러운 국제금융시장에 의해 인위적으로 ‘창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었던 그리스와는 달리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제조업 기반이 튼튼하고 무역수지가 1990년대 이래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해왔다. 정부 부채는 2007년 유로존에서 2번째로 낮은 25%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외국 자본들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으며, 부동산 거품도 동시에 붕괴함으로써 금융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2011년 2월까지 모두 810억 유로의 부실 자산을 사들이며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여기에는 2010년 트로이카(EU, ECB, IMF)로부터 받은 675억 유로의 구제금융도 들어갔다. 2014년 정부 부채는 [챠트 1]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약 5배가 상승하여 123.3%까지 치솟게 된다. 아일랜드 역시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미국발 세계금융 위기가 확산하면서 2008년에 외국자본이 일시에 대거 빠져나갔고, 그에 의존해 유지되었던 경제체계가 일시에 무너진 것이다.
1993년 유럽연합(EU) 출범을 앞두고 아일랜드는 해외기업들이 EU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기에 최적 조건을 갖춘 거점국가였다. 영어 사용, 국민의 높은 교육수준, 값싼 노동력, 낮은 법인세와 정부의 대폭적 기업지원 등은 자본 유입의 매력적 조건이었다. 반도체 세계최대 기업 인텔이 1990년 생산을 개시한 것을 시작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아일랜드 경제는 연평균 성장률 6.5%의 장기 확장국면을 지속했다. 수출 및 생산성 향상에 주도된 ‘켈틱 호랑이’의 대약진은 외국 기업들의 기술 및 자본과 아일랜드의 숙련된 기술노동력의 합작품이었다. 2007년 1인당 GDP는 6만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 부동산 붐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주지하다시피, 해외로부터 자본유입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일으키게 된다 금융기관들이 EU 은행들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차입하여 이를 부동산 대출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개방경제는 아일랜드를 제조업 기반의 경제부국으로 만들기보다는 거품과 단기성 투자자금을 비롯한 투기자본이 활개 치는 혼란의 장으로 변모시켰고,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외국자본의 전면적 유출로 인해 국가 경제는 파산 직전으로 몰렸다. 아일랜드는 2010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850억 유로(약 12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이후 강도 높은 긴축과 대량 실업을 감내하는 고통의 시기를 보냈다. 게다가 40만의 아일랜드인은 폐허 경제로부터 탈출해 직업을 찾아 해외로 이전하는 디아스포라도 겪게 되었다.
따라서 남유럽 재정위기의 주류 담론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구조의 근본적 결함으로 인해 생기는 ‘자본의 방종’이 위기의 본질적 창조자라는 객관 지표들이 증명하는 인식을 외면한다. 부차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들 즉, 지하경제, 탈세 문제, 높은 공적 연금, 비효율적 공공부문 등을 담론 중심에 배치한다. 이는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현실을 왜곡해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 주조된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래 [챠트 2]는 2008년 이후 극적인 자본 유출을 보여주고 있으며, [챠트 3]에서 자본의 유입•유출에 따른 자본구성 변화는 2008년을 기점으로 부채와 대출자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증권만이 남아있는 자본 공동화(空洞化) 상황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남유럽 재정위기는 월가와 시티어브런던으로 대변되는 금융 화폐자본가 연합인 투자은행과 보험회사, 기관투자가, 신용평가사 등이 광란적 금융수익 추구를 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인재(人災)’이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금융 시스템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경상수지 적자 국자나 흑자국가를 막론하고 모두 해외차입에 의존해 경제를 지탱하기 때문에 양자 다 같이 해외차입의 흐름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면 경제는 유동성 경색으로 자금조달의 길이 막히게 됨으로써 일련의 신용위기, 금융위기, 재정위기를 비롯한 연속적 위기를 거품의 붕괴와 동시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유입도 동시에 차단당함으로써 국제금융기구들에 경제 주권을 빼앗기는 대가로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의 가해자인 거대 금융기관들은 회생하게 되고 시스템의 피해자인 국민은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챠트 2] 아일랜드의 상품, 서비스, 금융 흐름 변화 [아래 참조]
[챠트 3] 아일랜드의 자본 유입•유출에 따른 자본 구성 변화 [아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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