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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프랑스 정치를 보는 눈: 알랭 소랄(Alain Soral)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프랑스 정치를 보는 눈: 알랭 소랄(Alain Soral)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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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 활약하는 이 분 주장의 요체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서구 역사에서 1960년대를 기점으로 좌-우 분열(The Left-Right divide)의 정치학에서 레프트가 ‘저항’이 되고 지배에 균열을 내는 ‘긍정적 역할’은 이제 그 시효가 종료되었고, 그들(사회주의 정당)은 금융 세계화 권력( = New World Order = Pax Judaica)이 행하는 위로부터의 하방 전략에 포섭되어 초국적 권력과 행보를 같이 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좌가 썩어 문드러졌단 얘기다. 다시 말해, 프랑스에서는 올랑드(좌)가 집권하나 마크롱(우)이 집권하나 결국은 초국적 금융제국의 권력에 빌붙어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정치 집단인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제3의 길 좌파 쓰레기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질적 변화’가 발생한 거다. 과거 <공화적 좌-우 대치 패러다임>에서 서로 멱살 잡고 싸우던 장치는 이제 종료되었다. 과거에는 피라미드 최상층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은밀하고 희미하고 어렴풋하기만 해서 좀처럼 정체가 포착되지 않았던 ‘보이지 않았던’ 초국적 금융권력( = 바젤 권력)이 점점 자신을 전면으로 드러내면서 정치/미디어/지식/정보 용역들을 시켜 노골적으로 ‘갈등의 설계자(the architect of conflict)가 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제 그 공작들이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해지고 있다. 프랑스 국민국가를 파괴하기 위해 <사회 정체성 갈등>을 고도로 정교하고 복잡하게 만들어 ‘저항’의 ‘저’ 자도 나올 수 없게끔 설계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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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지금 프랑스에서는 좌나 우나 가릴 것 없이 다 같이 글로벌 기업들만 신나는 <경제 자유주의>를 공유하고 있다. 이젠 ‘좌’가 더는 ‘옛날의 좌’가 아니다. 거세된 양 떼 같은 좌일 뿐이다. 양자 간에 차이점이 있다면 단지 지엽말단적인 미세한 가치들에 관한 티격태격 대립 뿐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둘 다 민중 때려잡고, 프롤레타리아트 때려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랫것들’을 찍소리 못하게 밟아버리고 마음껏 지배하자고 하는 초국적 권력의 ‘시다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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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 정치 지형은 이렇다.

상층 엘리트의 세계화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허파 뒤집힌 놈들”이 ‘민족적 선호’를 나불거리거나 글로벌 은행가들의 천년왕국과 영생불멸에 ‘멍청 무쌍하게 개기며’ <국민국가의 이익> 어쩌고 하는 ‘초 치는’ 소리를 하면 그 즉시 파시스트(facist)로 몰아서 ‘사회적 암매장’을 시키는 논리 연쇄의 전자 칩(chip)을 국민의 ‘대가리’에 심어 놓은 상태다. 프랑스인의 사이보그화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나찌 파시즘은 나쁜 줄 알면서 반면에 지금 현재 자신들이 사는 초국적 전체주의 울트라 독재는 민주주의라고 믿고 산다.

초국적 과두세력이 글로벌하게 활갯짓하며 땅 짚고 헤엄치며 ‘오까네’를 긁어모으는 ‘경제적 자유주의(economic liberalism)’라는 약탈 메커니즘을 좌나 우나 ‘신앙’으로 공유하게 하여, 이를 경쟁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친 세계화 양당 제도를 민주주의라고 믿고 사는 의식 조작의 두드러진 성공사례가 바로 유럽 대륙이며 특히 프랑스다.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물신주의는 결코 다수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대신 대단히 ‘골까는’ 사회적 담론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바로 초국적 권력의 상층 엘리트들이 이끄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대중들에게는 “극우 꼴통”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이다. ‘우’는 뭐고 ‘극우’는 뭔가? 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로 “무식”하고 초라한 프롤레타리아트를 협박하고 윽박지른다. 억울하고 궁핍한 그들은 눈에서 피눈물이 난다. 이게 프랑스 정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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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의 탈산업화를 조장해 초국적 기업 이외에 주권국가가 자기 완결적 산업구조를 가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한다. 각종 산업뿐 아니라 농업도 마찬가지다. 제국의 초국적 곡물 기업 카르텔은 FTA를 통해 전 세계 농업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용감한 시민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무한반복적 거짓말과 온갖 공작정치와 전 국민 감시 없이는 지탱될 수 없는 시스템, 그게 유럽연합(EU)이다. 다문화 광란, 국경 개방, 산업 공동화, 초국적 과두의 천문학적 이윤 흡입과 ‘산 입에 거미줄 치며’ 생존에 대한 공포로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한 프롤레타리아트와 쁘띠부르조아지의 나라, 그게 오늘의 프랑스다.

유럽 27개 국가는 진정 ‘독립’이 필요하다. 제3세계 민족해방이 남 얘기가 아니다. 초국적 권력 때문에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는 지금 독립이 필요하다. ‘주권’이 필요하다. 전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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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폐쇄된” ‘민족주의’로 가면 지금처럼 국가 간 상호연계가 상식인 국제적 현실에서 고립되지는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프랑스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가 오직 2개 뿐이라는 조작된 환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국’이나 ‘쇄국’이냐?? 그런 구도가 전혀 아니다. 그럼 뭔가?

제국을 붕괴시키고 – 스스로 붕괴하는 와중이긴 하지만 – 다극적 질서를 확보하는 길이 답이다. 유럽에 있는 모든 대러시아 미국 미사일 기지를 모조리 ‘아작’ 내야 한다. 그딴 거 필요 없다. 유럽의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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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권파 활동가 알랭 소랄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사람은 아래 책을 읽으면 되겠다.

알랭 소랄. 『그들이 세상을 지배해왔다』, 이현웅 옮김. 갈라파고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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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