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완정 시론

I 예멘 전쟁, 왜 중요한가?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예멘 전쟁, 왜 중요한가? I

/ 유대 바리새 제국의 지정학적 아킬레스건의 온전한 이해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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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벌어진 예멘 상황의 진정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전투복 하나 없이 남루한 거지꼴을 해서 사우디와 전투한답시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는 어중이떠중이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후티 안사룰라 인민혁명군>을 좀 우습게 깔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오합지졸들’이 실은 중동 지역에서, 더 나아가서는 제국 전반에 걸쳐 헤게모니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엎어버릴 상상외의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아마도 그들을 보는 눈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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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전쟁은 흔하디흔한 국지전 중의 하나가 아니다. ‘팍스 쥬다이카’(Pax Judaica, 유대 과두 세계지배 체제)를 그 뿌리부터 뽑아내 버릴 수 있는 대결전이다. 과거 유럽에서 오만가지 정치세력이 집결한 ‘짬뽕 전쟁’인 <스페인 내전>보다 백배는 더 중요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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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래로 지금까지 거의 4년간 지속하고 있으며 미래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만기 없는 전쟁’에서 만약 <후티 안사룰라 인민혁명군>이 ‘승기’를 잡게 되는 날이면, 미 제국의 실제 소유주이자 최종 결재자인 이스라엘과 그들의 하위파트너 사우드 왕가는 그간 중동 지역에서 배타적으로 누려왔던 ‘철갑’을 두른 듯한 ‘방탄 헤게모니’에 치명적인 파열구가 생기게 된다. 파열 정도가 아니라 사우드 왕가 자체가 아예 형체도 없이 용해될 수도 있으며 이스라엘 국가 자체가 몰락해 버릴 수도 있는 가공할만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야말로 그 파괴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그리고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전쟁이다. 왜 그런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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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Mossad)의 헤르즐리아(Herzliya) 학제간 센터와 연계된 외부 연구 기관들이 여럿 있는데 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중 하나가텔 아비브(Tel Aviv) 대학교의 <국가안보학 연구소(INSS)>다. 이 연구소에서 올해 6월 24일 총 다섯 쪽에 불과한 짧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제목은

「홍해: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이해의 각축장」이다.

이 INSS는 2007년 이래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싸드와 매년 정례회의를 개최해 왔으며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지정학적 요인들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은 정책으로 반영된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들 이력을 보면 휘황찬란하다. 요엘 구잔스키(Yoel Guzansky)는 현재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중동 전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고, 오디드 에란(Oded Eran)은 이스라엘 EU 대사, NATO 대사, 세계 유대인 의회 사무총장,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부국장 등을 두루 거친 ‘노회한’ 실무형 정책 관료 출신 연구자다. 아마도 이 지구 상에서 예멘전쟁이 이스라엘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이 두 사람보다 더 치밀하고 더 오랜 시간 연구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는 이스라엘 통치집단의 지정학적 고뇌가 한껏 담겨있다. 그들이 고백하는 지정학적 근심을 중심으로 예멘 상황을 총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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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안사룰라 인민혁명군>의 정치적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의 영토 팽창 야욕에 반대하는 ‘반 시오니즘(anti-Zionism)’을 깔고 있다. 이에 더해 (1) “이스라엘의 졸(卒)”인 ‘사우드 “부패왕정”을 타도하고 (2) “팔레스타인을 해방한다”는 원대한 구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만약 후티 혁명군이 예멘을 접수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은 이스라엘이나 그 연합국들이 수틀리게 나오면, 후티 혁명군은 아덴만(Gulf of Aden)에서서 홍해로 연결되는 관문인 밥 엘-만뎁 해협(Bab el-Mandeb Strait)을 봉쇄해 버릴 것이다. 작년에 이곳을 통과하는 사우디 선박을 날려버린 적이 있다.

이 해협은 폭이 고작 29 km(= 18 miles)에 불과해서 만약 예멘이 맘먹고 봉쇄하면 이곳을 오가는 이스라엘, 사우디, 요르단의 선박 통행은 완전히 차단 당한다. 해협 봉쇄의 기간이 길어지면 이 3국은 모두 경제적으로 질식하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에는 치명적이다. 왜 그런지 논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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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해협을 통해 이스라엘이 타국들과 이루어진 전체 무역 총액은 1,300억 달러다. 이스라엘의 2017년 국민총생산(GDP)이 3,500억 달러니까 대략 1/3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 경제는 지금 ‘중국 의존적’ 구조로 되어 있다. 이미 중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수입국이며, 조만간 중국은 이스라엘의 단일 수출시장으로서 미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가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에일라트 항구(the port of Eilat)에서 출발해 티란 해협(the Straits of Tiran)을 거쳐 홍해의 최남단 밥 엘-만뎁 해협(Bab el-Mandeb Strait)을 빠져 나와 인도양을 거쳐 태평양에 돌입해 중국을 만나야 하는 이스라엘로서는 만약 후티 혁명군 정부가 밥 엘-만뎁 해협을 봉쇄한다고 생각해보라. ‘악몽’이다.

사우디 또한 이스라엘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우디 경제를 아무리 다각화한다고 해봐야, 결국은 원유 수출이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모노 경제(mono-economy)에 불과한지라 이 해협이 막히면 그들은 ‘생명줄’을 잃게 되어 있다. 게다가 그들은 지금 <네옴 프로젝트(NEOM Project)>라 불리는 중동의 ‘초 국경 경제지대’ 건설 계획을 야심 차게 진행 중이다. 이는 사우디 북서쪽에 서울 면적의 44배나 되는 계획형 메가급 신도시를 5,00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하고 이를 이집트와 교량으로 연결시키고 요르단과 이스라엘도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야말로 중동 역사상 최고의 토목 공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 메가 도시의 건설은 유대인들에게 계시론적으로 심오한 신학적 의미까지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성서에 나오는 바빌론의 도시를 만든다는 이 <네옴 프로젝트(NEOM project)>는 이스라엘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은 해협 봉쇄로 모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차질을 넘어 아예 공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우디는 후티 인민혁명군이 예멘에서 권력을 접수하는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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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로서는 후티 혁명군 정부가 들어서면, 첫째로는 밥 엘-만뎁 해협(Bab el-Mandeb Strait)의 봉쇄로 인해 가해질 극심한 경제 타격을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태산 같은 걱정’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더욱 가공할만한 “위협”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후티 혁명군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Gaza strip)의 하마스 “형제들”에게 대량으로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루트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형제들”이 최첨단 무기로 무장해서 이스라엘에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피떡 곤죽’이 되도록 맞아가며 인종청소 당하는 것을 멈추고,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이스라엘에 덤빈다고 생각해보라. 이 또한 이스라엘에는 ‘악몽’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협이 봉쇄되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작전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이것 또한 대단한 걱정거리다. 지금 이란 해군 선박들은 홍해를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지중해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도 한데, 해협이 봉쇄돼 이스라엘이 이란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군사적 불이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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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스라엘 수뇌부들은 위에서 지적한 3가지 지정학적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예멘 전쟁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다시 예멘전쟁은 그 흔하디흔한 국지전이 아니다. 제국에 ‘혈’을 잡혀 반신불수 상태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잡힌 혈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진짜 ‘혁명전쟁’이다. 유대과두 레짐체인지 가짜 혁명 2종 셋트인 17세기 ‘영국 퓨리탄 난동’이나 18세기 ‘프랑스 자코뱅 테러’에 비하면 예멘 후티 형제들이 지금 굶주리고 피흘리며 수행하는 이 참혹한 전쟁은 그야말로 ‘성전(聖戰)’이 아닐 수 없다. 우리를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고의 관심과 협력이 <후티 안사룰라 인민혁명군>에게 필요하다.

어떻게 도울 것인지 우리 함께 고민해보자. 가해자와 피해자를 밝히지도 않은 채, 모호한 중립적 입장으로 인도주의적 호소를 남발하며 범죄자 집단을 쉴드쳐주는 ‘인도주의 선점 개수작질’ 같은 거 말고, 진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방법을 찾아보자.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가 그들을 실제로 도울 방법은 거의 없다. 사방이 봉쇄되어 개미 한 마리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앞장선 유대 연합군이 후티 혁명군과 민간인을 말려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돕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으로라도 그들을 응원하는 인류애를 발휘해보자. “담벼락에 발길질이라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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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