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추천 기사] 중동정치
∇사우디와는 긴장, 이스라엘과는 우호 – UAE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자예드(MbZ)의 야심
MbZ는 누구이며, 왜 자신의 능력을 뛰어 넘는 행보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포부는 무엇인지, 우리는 이 수수께끼 같은 걸프 통치자의 속내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려 합니다.
조르지오 카피에로 (Giorgio Cafiero)
기사 중 발췌
독립적인 외교 정책
UAE가 지정학적 독립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아부다비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인도와 맺은 관계들 때문이다. 전략적이고 영리한 리더인 MbZ는 아부다비에게 글로벌 관계를 다양화하여 단일 강대국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말해 점점 더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다. 시리아 위기와 같은 여러 지역 문제에 대한 아부다비의 모스크바(서방 정부와 반대되는)와의 제휴는 UAE가 워싱턴이나 런던의 종속국 역할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신, 아부다비는 서방과 동방의 강대국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추며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긴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프의 다양한 국가들이 공통의 기반을 찾기 위한 대화와 노력이 증가하고 있는 이 시기에, UAE가 얼마나 쉽게 이 지역 국가들에게 자신의 의도대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몇 년 전 많은 분석가들이 UAE를 터키와 카타르에 맞서 아랍 지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국가로 묘사했던 반면, 현재는 상황이 크게 바뀌어, UAE의 주요 지역 동맹국인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자유주의 이슬람인 무슬림형제단이 권력을 장악한 터키 및 카타르와 손잡기 위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관계 변화 국면’에 직면해 있다.
아랍 세계의 긍정적이고 중요한 전환점은 UAE가 2022~2023년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할 예정이고, 외교를 향한 지역적 움직임에 합류하고 갈등과 대립에서 멀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UAE가 ‘정치적 이슬람’과 같은 문제에 대해 지금 보다 덜 경직된 입장을 취할 것이 요구되는데, 아부다비가 현재 이 분야에서 그에 대한 입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지표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기사평
이 기사는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국제관계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옛날처럼 미국이 무조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알아서 눈치껏 각개약진하는 ‘생존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싸움’보다는 ‘외교’를 선호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중동 정치에 찾아왔다. 그렇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러시아의 개입으로 시리아 붕괴 프로젝트가 실패함에 따라서 이제까지 한 배를 탔던 ‘반시리아 동맹'(사우디+카타르+UAE+터키+미국+이스라엘+영국+프랑스 등등)이 무너지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이익에 따라 관계를 재편하는 ‘재조정의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동의 국제정치 혼전 상황을 이 기사는 이해하기 쉽게 묘사해주고 있다.
중동은 지금 제각기 ‘각개약진’하는 상황이다. 모두들 제 살 길을 찾아 주변국들과 친소 관계를 ‘재설정’하고 있다. ‘대의’니 ‘의리’니 이런 거 없다. 오직 자국 정권의 생존과 지배력 유지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아차 실수로 삐끗하는 날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제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친소 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바로 이 엇갈리는 관계들을 이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전략적 동맹관계는 해체되고 단지 ‘사안 별로’, ‘국면 마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걸프왕정들은 지금 말 그대로 “그때 그때 달라요” 정치가 입점하게 되었다.
UAE의 실권자 무하메드 빈 자예드(MbZ) 왕세자는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하고 있는 터키와 카타르에 대해 적대적 입장이다. ‘정치적 이슬람’에 통치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터키와 카타르가 자국에 뭔 짓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MbZ은 항상 그들을 경계한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을 정치적 배경으로 한 무르시를 대통령 권좌에서 끌어내리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때는 UAE가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과 이해가 일치해서 그들과 한 배를 탄 것이다.
UAE는 민주화-다원주의-정치적 이슬람 극혐 노선(Anti-DMP)을 견지하며 그런 측면에서는 사우디와 이해가 완전히 일치한다. 그리고 예멘에서도 사우디와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멘을 지배하지 못하게 되면 아덴만과 홍해를 자유자재로 오고 가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자국에 아주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그러나 UAE는 국제관계에서 사우디와 약간 다르게 중-러-인도 등과도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지낸다. 치우치지 않고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이다. 사우디의 경우에는 UAE가 극혐하는 터키와 카타르에게 접근하고 있으며, UAE는 사우디가 꺼리는 이스라엘과 밀착해 있고 특이한 점은 UAE의 ‘반(反)-정치적이슬람’의 노선으로 말미암아 터키와 적대적인 바트당의 시리아 정권과 관계개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리아 아싸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우디-카타르-UAE 간에 동맹관계를 이루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상황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그야말로 뒤죽박죽 얽히고 설켜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며 예전처럼 미국의 후견이 자동적으로 정권의 안전 보장과 연결되던 시대는 종말을 고했으며 권력의 안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력 시대가 열렸다. 따라서 모든 것이 대단히 유동적이다. ‘왕정의 유지’와 ‘영속적 지배권 확립’을 위해서 체제의 약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주로 ‘현명한’ 외교 관계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이스라엘, 터키 순으로 지역의 강자들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들을 하나씩 정리해본다면 복잡하게 얽힌 중동의 이해관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중동은 ‘국제정치 1번지’가 아닌가 싶다. 세계권력의 변화를 가장 신속하게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 밖에 난 몰라”인 우리의 지정학적 맹신과 낙후성을 발 빠른 걸프왕정들, 특히 UAE의 변신과 대비하여 세밀히 비교 관찰해 보는 것은 한편으로는 대단히 ‘흥미’롭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잔잔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 기사를 쓴 조르지오 카피에로(Giorgio Cafiero)는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지정학적 위험 컨설팅 회사인 Gulf State Analytics의 설립자이자 CEO이다 . 이 회사가 실제로 어느 정도 내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는 걸프왕정 동향에 관한 한 촉을 가진 ‘빠꼼이’가 맞다. 걸프 왕정이 궁금하면 그의 기사를 읽자 그러면 실마리를 얻게 될 것이다.
참고로 MbZ의 개인 자산은 30조원 이상이며 왕가 재산은 150조원 이상이다. 한 개인과 한 가족이 가지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의 경제 도덕과는 전혀 반대로 부가 극소수에게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부를 극소수가 차지하고 있기에 그 나머지 얼마 안 되는 ‘부스러기’로 나머지 수십억 인구가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지금처럼 파괴된 경제 폐허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실험실의 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버티는지 각자 실험해 보자. “실험 정신”을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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