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금융과 ‘대붕(大鵬)’의 뜻
2020년 09월 20일 ·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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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은행 규제위원회 위원장인 궈수칭(郭树清, 1956년생)은 지난 8월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당 학교가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이론 간행물인 구시(求是)[1]의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 달러에 의해 지배되는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미국 연준의 전례 없는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은 실제로 달러의 신용 가치를 소멸시키고 글로벌 금융 안정의 기반을 약화시킵니다 ( ….. ) 세계가 다시 한번 글로벌 금융 위기에 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2]
▲ 중국 은행 규제위원회 위원장 궈수칭(郭树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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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정부당국은 은행과 다른 금융 기관들에게 2,100억 달러의 이익을 ‘희생’하라고 지시했다.[4] 그만큼의 수익을 단념하라는 ‘명령’이었다. 2,100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대략 246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다. 그걸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중국이 받은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금융이 팔을 걷어 부치고 실물경제 회복에 앞장서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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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 ‘지불 연기’와 ‘무담보 대출’을 늘리는 형태다.(세금삭감은 별도) 또한 이 조치는 투기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자율 하락’은 투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왜냐하면 대출 기관들이 이윤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은 실물경제에 해를 입히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렇게 안 되도록 금융당국이 조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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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은행 시스템은 대략 ‘41조 달러’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금융 정책은 자국의 ‘금융 주권’을 보호하고, 미국이 지배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가하는 충격으로부터 자국 금융을 보호하는 것을 골간으로 삼고 있다.[5]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중국 당국은 미달러 의존도를 점차 낮추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면 달러의 지배통화로서의 위상은 현저히 곤두박질 칠 것이다. 아니 벌써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 지금도 페트로 달러가 아닌 ‘페트로 위안’이 이란과 걸프석유왕정들에 설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 중국의 암호화폐와 ‘페트로 위안’의 부상[6]
「중국의 ‘페트로 위안’: 달러 헤게모니의 종말인가?」
China’s ‘petro-yuan’: The end of the dollar hege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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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달러의 위상은 가속적으로 추락할 것이고 이는 그간 거침없이 진행되어 왔던, 글로벌 금융 지배를 통한 – 달러를 통한 – 전세계로부터의 ‘자산 긁어 모으기’와 ‘묻지마 외상구매’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과두들은 여전히 지구 전체를 소유하고도 남을 만큼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지구 최강 실력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지금 그들에게 가장 커다란 문제는 그렇게 돈이 태산처럼 많아도 미국의 군사력을 이용해 그것을 영속적으로 보호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1)미국 내에서 그들에게 도전하는 정치적 무리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불쾌한 국내 정치 지형과 (2)러시아의 군사력, 그리고 (3)중러의 ‘탈달러 독자금융 전략’은 그들에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고민거리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무력’이 없으면 그 돈은 언제든지 더 힘센 놈이 낚아채 갈 수 있다. 이런 원리는 미국이 왜 군사 기반 ‘전쟁경제’의 토대를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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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래도 초국적 금융과두들의 최대 기지(base)인 미국에서의 입지를 재강화하기 위해 국내 반대파를 영구히 쳐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지 없겠지만) 혹시라도 미국서 금융과두 클럽인 연준이 해체되고 그들이 미국에서 쫒겨나는 사태가 절대로 벌어지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인간만사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핵심기지국인 미국이라는 안식처를 잃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중국으로 갈 것인가? 러시아로 갈 것인가? 이스라엘로 갈 것인가? 마스가스카르로 갈 것인가? 아니면 영국계 유대인 억만장자 조 루이스(Joe Lewis)가 땅을 왕창 사둔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Patagonia)로 가서 ‘독립국가’를 건설할 것인가? 모두 설득력이 없다. 우리가 집 나가면 별로 갈 곳이 없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친구 집도 하루 이틀이고, 친척 집도 하루 이틀이다.
▲ 죠지 소로스(George Soros)의 친구인 영국계 유대인 억만장자 죠 루이스(Joe Lewis)는 175개 회사의 소유주이며,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구단 토트넘 핫스퍼(Tottenham Hotspur)를 소유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파티고니아의 북쪽에 위치한 리오 네그로(Río Negro) 지방의 땅을 대량으로 매입해 “사적 국가(private state)”로 만들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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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금 그들에게 최우선순위 과제는 느슨해진 미국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1984식 ‘통제국가’로 만드는 것이다.(이를 위해서 뭔가 ‘대의명분’이 필요하며,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치적 효용이 여기서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과두들은 지금 생존을 위한 ‘전략적 실천’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 어떤 무리수를 써서라도 미국을 장악해야 돼! 여길 잃으면 끝이야! 11월 3일 대선을 계기로 삼아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자! 그래… ‘완전무결 이행 프로젝트(Transition Integrity Project, TIP)그룹이 만든 [혼란대선예방과 이행(Preventing a Disrupted Presidential Election and Transition)]이라는 제목의 22쪽 짜리 시뮬레이션 보고서가 있지! OK, 그대로 하는 거야! 지금은 찍어 누르는 거 외엔 답이 없어! 어차피 우리의 미디어 공격부대가 파상공세로 밀어 부치면 인구의 90% 이상은 양순한 개돼지들이니 뭐가 걱정이겠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그들이거늘… 저항하는 놈들이야 완장 찬 개돼지들이 내부에서 “음모론”이라고 돌팔매질을 해대고 질식시켜 필터링 시켜줄 텐데 뭔 걱정이 있겠어! 정말이지, 인민의 우매함은 우리의 금융 천년왕국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야!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우리의 술수에 너무나 쉽게 잘 걸려들거든…. 푸 하 핫!!”
▲ 미대선 시뮬레이션 보고서, [혼란대선예방과 이행(Preventing a Disrupted Presidential Election and Transition)] 첫 페이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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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로벌 뱅킹 시스템이 새로운 ‘금융위기’에 직면해 ‘간당간당’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저 멀리 ‘금융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냥 못 본체 하며 일상을 살아간다.(안다고 해도 그로부터 탈피할 별 뾰족한 방법도 없으니 모른 체 하며 사는 게 속 편하다!) ‘부채(debt)로 구축된 바벨탑’은 필연적으로 ‘붕괴’되게끔 시한폭탄을 내장하고 있다. 그게 안 무너지는 게 이상한 거다. ‘돌려막기’ 많이 해본 사람은 이를 직감적으로 알 것이다. 이는 전문적 금융지식이 전혀 없는 ‘금융맹’조차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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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너져 내릴 것인가? 2008년과 2011년 양대 금융위기의 붕괴 절차가 고스란히 판박이처럼 반복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붕괴의 강도’는 예측 불허다. 현재의 과정이 계속된다면 그 영향은 급격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더 나아가 ‘그들이 설계해놓은’ 금융 시스템 자체가 더 이상 존립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지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 대안으로 디지털 머니인 블록체인 화폐와 중앙통제 화폐 분배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다.) 지금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맞물려 있는 부채의 사슬구조에서 ‘약한 고리’ 어디선가 그것이 끊어져 나가면, 유동성 경색이 몰아 닥칠 것이고 실물 경제에는 ‘재앙’이 엄습할 것이다. 바벨탑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때 글로벌 글로벌 금융과두들(= 머니킹들)이 ‘대오각성’하고 ‘환골탈태’하여,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소수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살아야겠다!”라고 참회를 하고, ‘바리새 금융’에서 ‘공공 금융’으로 가닥을 잡고 시스템을 전환하면 재앙이 축복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에, “내 돈 모두하구 내 손모가지를 걸겠다!”
▲ 영화 ‘타짜’의 한 장면[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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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글로벌 금융과두들에게는 손해날 것이 없다. 오히려 부가 그들에게 ‘집중’되는 ‘호기’가 된다. 우리 범인(凡人)들이 어찌 그들의 뫼비우스의 띠 같은 ‘깊은 계산’을 헤아릴 수 있으리? ‘대붕(大鵬)’의 뜻을 어찌 우리 송사리들이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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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으로 금융이 왜 존재하는가? 그야 당연히 실물경제 잘 돌아가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현실은 어떠했는가? 정반대였다. 실물경제를 망치기 위해 존재해 왔다. 금융 수익을 위해 실물경제가 망가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금융축적구조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경제는 약탈되고 사막화되었다. 실물경제 주체들이 벼랑으로 내몰려 죽어 나가도(2008년과 2011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수익을 급팽창시켜가는 ‘싸이코패스 피라냐 과두금융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그리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추석을 앞둔 스산한 가을 밤, 수풀 속에선 귀뚜라미가 울고 하늘에선 별들이 소근거리며 우리의 미래를 근심해주고 있다…. ㅡ [완정]
후주
[1] https://en.wikipedia.org/wiki/Qiushi
[2]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8-16/china-s-banking-watchdog-warns-fed-easing-risks-financial-crisis
[3] http://the-pen.co/a-new-global-fiancial-system-is-reguired/?fbclid=IwAR32Rsl14kzPZQHeY_rFAbk8c_OWXj_AmGMTbaj7ypDwRMTUF9D3sZMI9hs
[4] ibid.
[5] http://the-pen.co/a-new-global-fiancial-system-is-reguired/?fbclid=IwAR32Rsl14kzPZQHeY_rFAbk8c_OWXj_AmGMTbaj7ypDwRMTUF9D3sZMI9hs
[6] https://u.today/chinas-crypto-and-petro-yuan-on-horizon-as-biggest-countries-seek-to-get-way-from-usd
[7] https://en.wikipedia.org/wiki/Joe_Lewis_(British_businessman)
https://www.voltairenet.org/article198968.html
[8] https://twitter.com/shreenath
[9] https://www.youtube.com/watch?v=RwshC4AM_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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