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의 음악산책

[음악산책] 상처 입은 용과 못생긴 얼굴 – 통일에의 꿈

정진택/큐레이터

 

윤이상 음악은 어렵다. 일반인은 물론, 독일의 한 방송교향악단 첼리스트들조차 어려워 연주를 거부했을 정도다. 반면 한돌 노래는 쉽다. 잘 알려진 <개똥벌레>나 <땅>, <가지꽃> 같은 노래는 동요 같다. 누구나 금세 따라 부를 수 있다. 윤이상은 한반도 남쪽 끝, 통영 사람이다. ‘상처 입은 용’이 태몽 때문이었는지 상처받은 굵직한 삶을 살았다. 동백림사건 이후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 따뜻한 남쪽 고향 바다를 그리워했다. 긴 폭의 통영 바닷가 사진을 평생 독일 자택에 걸어놓았다. 한돌은 추운 함경도 피난민 자식이다. 그의 부모는 피난을 내려와서도 고향 가까운 곳인 춘천에서 자리를 잡았다. 한돌은 거기서 태어났다. 그리곤 팍팍한 서울 생활에서 밀려나 광주대단지(지금의 성남)의 희망 없는 ‘못생긴 얼굴’로 살았다.

윤이상의 가슴은 따뜻했지만 그의 현대 음악은 열정적이면서도 냉정하다.  한돌은 가난하게 손을 호호 불며 춥게 살았지만 그의 노래는 따뜻하다. 윤이상 음악은 유럽에 건너가서도 우리 음률과 동양 정신에 바탕을 뒀다. 1948년 작곡한 가곡 <고풍의상>이나 1972년 뮌헨올림픽 기념 오페라 <심청> 아리아에는 물론, 많은 기악곡에도 우리 선율과 우리 고유 악기의 연주 기법이 깊게 배어있다.  한돌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우리 가락과 장단을 바탕으로 한다. <홀로 아리랑> 이나 <뗏목 아리랑> 이 아니더라도 <소> 같은 노래에는 굿거리장단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한돌은 예의 어눌한 자신의 글에서 “서양 음계를 바탕에 두고 서양악기를 갖고 한국적 가락을 찾는 것이 한심한 노릇이지만, 그래도 난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윤이상은 일본 식민지배 하에서, 군사 독재정권 하에서 옥고를 치렀다. 그리고 사랑하는 고국을 떠나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빼앗긴 나라, 분단된 나라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고 스스로 음악에 자양분이 되었다.

“음악은 특권자들을 위한 성찬 식탁 위의 금잔에 담긴 향내 나는 미주(美酒)의 역할만을 할 수가 없다. 음악은 때로는 깨어진 뚝배기 속에 선혈을 담아 폭군의 코앞에다 쳐들고 그 선혈을 화염으로 연소시키는 강한 정열을 뿜어야 한다.”

이런 윤이상 음악은 동시에 가장 실험적인 유럽 현대음악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비록 대학을 포기한 돌팔이 약사의 ‘못생긴 얼굴’의 삶이지만 한돌은 소외된 서민층의 얘기, 사회적인 얘기, 갈라지고 잃어버리고 잊힌 우리 땅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유럽 최고의 음악교육을 받은 세계가 칭송하는 현대 음악가,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상처받은 용’ 윤이상은 삶 자체가 우리 현대사의 상처이다.

이 둘은 너무도 다른데, 기이하게도 우리 민중의 아픈 경험 속에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마치 윤이상 음악의 낮은 음부와 높은 음부 같은 묘한 어우러짐-으로 공존한다. 그리고 그 어우러짐의 공역 안에는 통일에의 꿈이 있다.

윤이상 <고풍의상(古風衣裳)> – 조지훈 시, 독일에서 윤이상을 사사한 성악가 윤인숙

한돌 <못생긴 얼굴>-당국의 심의로 가사가 많이 바뀌어있다.

윤이상 교향시<광주여 영원히>-1981

한돌 <갈 수 없는 고향> – 윤이상을 노래했을까?- 노래를 찾는 사람들

* 그 외에도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가 부른 윤이상 가곡 <편지>(한국 가곡집 Portrait에수록), 한돌의 <가지꽃>, <뗏목 아리랑>을 추천한다.

 

윤이상(1917-1995), 1954년 성북동 시절부터 1992년 만년의 모습까지. 그의 유해는 2018년 돌아와 그토록 그리던 통영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안치되었다.

 

두 천재의 만남-1959년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청년 시절의 백남준(좌)과 함께한 윤이상. 백남준은 이 음악제에서 윤이상의 첫 성공에 감격해 했다.

 

2008년 한돌과 함께하는 통일노래

 

한 집회에서 울려 퍼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한영애의 <조율>, 이 역시 한돌의 곡이다.

 

◇ 글쓴이: 정진택

학예사(큐레이터)로 고미술 전시분야 전공이다. 우리음악 탈춤 영화시나리오 등에 조예가 깊으며 우리음악과 세계음악 특히 제3세계 비주류음악에 대해서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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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intenant ou jamais (feat. Dry) TAL 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