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외부 칼럼

[외고] 서유럽의 식품 인종차별:민중당의 2018 세계정세 분석 유감

이미지 /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메르켈 앙겔라 총리

 

김대규/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페레로로쉐’ ‘킨더초콜릿’ 제품으로 유명한 페레로사의 누텔라, 외국에서는 주로 빵에 발라먹는다. 그 밖에 크레페, 와플에도 발라먹는 인기 식품이다. 중독성이 높아서 그야말로 세계를 ‘발라버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누텔라는 어디서 구매하든 그 질과 양이 똑같을까? 적어도 독일과 헝가리에서 각각 구매한 누텔라는 같은 제품이 아니다. 헝가리에서 파는 누텔라는 코코아 함량이나 연유 가루 함량이 독일 판매 상품보다 적다(출처: 중앙일보, “우린 쓰레기통이냐” 싸구려 품질차별에 동유럽 분노).  이러한 차이는 누텔라에 그치지 않았다. 스프라이트 맛도 떨어지며, 다농 요구르트나 이글루 냉동생선 식품, 세탁세제의 세정력이 약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게다가 함량도 적고 설탕 대신 시럽을 사용한 동유럽 제품이 더 비싼 것도 적지 않았다.

이 의혹을 동유럽에서 정부 차원에서 제기한 것은 슬로바키아 총리였다. 파문은 작지 않았다. 유럽의 소비자를 1·2등급으로 구분한다는 분노가 폭발했고, “다국적 기업들이 질 낮은 제품을 동유럽에 떠넘겨 사취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폴란드 일간지 가제타 프라우나는 이런 현상을 ‘식품 차별주의(Food Racism)’라 명명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식료품 차별주의를 “근래 발생한 최대 스캔들”이라며 ‘난민 분산 수용방침’과 유럽연합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게 했다. 그 결과 유럽 연합도 다국적 기업의 식품 차별주의 행태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르반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의 패권주의에 도전하는 대표적 동유럽 정치인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나 영국의 테레사 메이는 그 대표성과 무게감에서 오르반 총리에 미치지 못한다. 이와 달리 헝가리 총선을 전하는 우리나라 뉴스들은 태반이 그를 ‘배타적 민족주의자’, ‘중동 난민 분산 수용을 거부하는’ 극우 민족 정당인으로 정의한다. 영미 주류의 관점에 편승한 탓이다. 영불독은 난민을 지속해서 발생시키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쟁에는 지속해서 개입해 왔다. 과거 식민 종주국으로서 확보한 이익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전쟁은 그만두지 않으면서 난민 수용 책임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오르반의 주장이 부당한가? 동유럽인을 이등 취급하는 행태에 분노하는 것이 ‘배타적 민족주의자’의 것인가?

‘배타적 민족주의’는 국수주의 또는 민족 우월주의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자기 민족/국가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팽창주의 또는 침략적 태도를 보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딱지는 약탈적 성향이 두드러진 제국주의 국가에게나 타당한 것이다. 약소국이나 피압박 민족이 자국/자민족의 이익을 지키려 하는 것은 긍정적 의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저항적 민족주의’, 유럽연합 회원국의 ‘민주적 항변’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따라서 헝가리 집권 여당을 배타적 민족주의 정당이라고 보는 것은 동유럽을 이등 국가 취급하는 독불의 패권적 행태에 동조하는 것이다. 광복 후 칠십 년이 지났건만 우리 주류 매체의 세계 인식은 일제를 통해 이식된 영 미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주류인 민중당의 정세분석도 종속국가의 사대적 주류와 다르지 않다.

민중당은 ‘2018 세계정세분석’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 집권 등으로 헝가리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분리주의와 함께 ‘배타적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해명과 사과가 필요한 대목이다. 참고로 헝가리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이 이름 앞에 온다. 예컨대 헝가리 총리는 ‘오르반 빅토르’라고 불러 주어야 한다. 반대로 총리를 ‘빅토르 오르반’이라고 표기한다면 헝가리에 대해 무지하거나, 영미식 전통과 관점에 경도됐다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완정 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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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Maintenant ou jamais (feat. Dry) TAL 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