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아슈라(Ashura)의 피맺힌 한을 간직한 시아 무슬림을 자극하지 마라!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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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무슬림들 최대 종교기념일은 아슈라(Ashura)다.
680년 제3대 이맘 후세인과 그의 추종자들은 이라크 남부 유프라테스 강 근처 카르발라에서 “칼리프 찬탈자” 무아위야의 아들 칼리프 야지드가 보낸 3만 군대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남자들은 모두 목이 잘려나갔고 여자들은 포로가 되었다. 후세인의 여동생 자이납(Zeinab)도 야지드 군대에 끌려갔다. 후세인의 잘린 목은 현재 시리아 수도인 다마스커스로 보내졌다. 그곳에 있는 칼리프 야지드가 직접 눈으로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후세인의 수급(首級)은 두개골이 다 으스러지고 피곤죽이 되어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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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시아 무슬림들이 원통하고 비통하게 여기며 동시에 성스럽게 여기는 ‘카르발라 순교’다. ‘가짜 칼리프’가 저지르는 불의와 폭정에 맞서 저항하다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 비극적인 서사는 시아 무슬림들 뼛속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들 종교적 정체성의 바탕을 이룬다. 그래서 참혹한 카르발라 학살과 그 속에서 죽어간 성인(聖人) 후세인의 순교를 죽어서도 잊지 말자며 이슬람력으로 매년 1월 10일 아슈라(Ashura) 종교 행사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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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유틉 영상에서 아슈라 행사를 직접 보면 알겠지만 정말 살벌하기 짝이 없다. 집단적 일체감은 물론 자기 몸을 쇠사슬로 후려갈기며 피투성이로 만드는 다른 영상들을 보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恨)’이 얼마나 뼈에 사무쳐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아 무슬림의 집단 정체성은 후세인 사후 1,300년이 지난 오늘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이란을 괴롭혀 온 미국과 이스라엘과 걸프 부패왕정의 무리가 과거 사악한 칼리프 야지드의 변신이 되고 이에 저항하는 후세인의 후예 시아 무슬림 자신들이 피억압 자가 되는 구도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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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이니 혁명 이후 1980년부터 시작된 이란-이라크 8년 전쟁에서 이란 전사들 전투 구호가 “카르발라, 카르발라, 우리가 간다!”( كربلا كربلا ما دارييم مياييم)”였다. 이 구호는 시아 무슬림들 영혼을 들쑤시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시리아 전투에서 헤즈볼라 전사들이 나토 지상 테러용병인 수니파 타크피리(Takfiri)들과 전투를 벌일 때 이런 전투 구호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자이납이여 두 번 다시 그대를 빼앗기지는 않으리!”
자이납(Zeinab)은 방금 위에서 언급했는데 야지드 군대에 개처럼 끌려간, 성인 후세인의 여동생이다. 이란 전투원들에게는 사기진작을 위한 별도의 정신교육이 필요치 않다. 그들의 정체성 자체가 전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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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페르시아인들은 결코 종교적 편집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아니다. 이슬람 공화국 이란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보다는 몇 배는 더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게다가 소수민족에 대한 보호도 철저하다. 잘 믿기지 않겠지만 이란 총인구 8,500만 명 중 약 15,000명가량이 유대인인데 이들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25개 이상의 유대 성전에서 자신들의 종교(유대교)를 누리며 존경받으며 살고 있다. 그들 중에는 이란 국회에서 활동하는 시아막 모레(Siamak Moreh)같은 이도 있다. 반면에 이스라엘에 사는 정통 랍비들은 경찰이 쏘는 물대포 맞고 곤봉으로 맞으며 종교 탄압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자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기에 그들은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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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찌라시들은 이란을 미국의 경제제재에 시달리며 곤혹스러워하는 국가로만 묘사하고 있다. 물론 지금 이란 경제는 좋지 않다. 그러나 이란은 몇 해 전 근해에서 가스 유전 대박을 맞았다. 카타르도 심지어 터키(사이프러스 근해)도 가스 유전 대박을 맞았다. 지갑이 두둑해지면 사람이 자신감이 생기는 법이다. 배짱도 덩달아 두둑해진다. 지금 페르시아와 중동은 빈곤에 쩔어 있는 제3세계가 아니다. 시급 만원도 안되는 이 나라보다 훨씬 더 력셔리하고 자신감으로 도약과 웅비를 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러한 도약을 방해하는 것이 미 제국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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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호구였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분열해서 사우디와 요르단 그리고 UAE만 남고 다른 모든 국가가 신질서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제 페르시아-중동-북아프리카 전역은 이란-터키-카타르를 축으로 하는 신흥 이슬람 세력이 주도하는 화해와 안정과 번영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사실 잘 따져보면 우리가 과연 동맹국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일본 이런 것들이 우리의 동맹일까? 우리의 등골을 빼 갈 생각만 하는 이들이 우리의 동맹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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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이란은 자신의 군사력과 실력과 상호이익으로 동맹국들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다 다시 페르시아 제국(empire)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러시아, 중국, 터키, 카타르, 이라크, 예멘 후티파, 레바논, 시리아는 물론이고 지금껏 사우디 눈치만 봐왔던 오만(Oman)도 친이란으로 돌아섰고 심지어 쿠웨이트와 바레인, 이집트마저 미국과 한팀이 되어 아랍을 파탄 내는 사우드 왕가의 반아랍적 전횡과 부패에 학을 떼고 등을 돌렸다. 완곡한 외교 표현으로 말하자면 ‘중립’을 표방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아랍의 나토(Arab NATO)’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며 사방팔방 호들갑을 떨고 다녔는데 지금 아랍의 거의 모든 국가가 아랍을 망칠 것이 뻔한 그런 제안에는 ‘퍽큐’를 날리고 있다. 갖은 변명을 대며 슬금슬금 미국을 피하고 있다. 이제 예멘에서 후티 공화파가 ㅡ 후티의 미사일 공급은 이란이 하고 있다 ㅡ 사우디만 축출하면 구시대 페트로 부패왕정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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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알자! 지금 페르시아-중동-북아프리카는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축이 이동하는 세력 교체기다. 자국 유조선을 보호한다는 무슨 돼도 않는 사기를 치면서 몰락해가는 사악한 국제금권세력의 이익을 위해 청해부대를 호르무즈에 보낸다면 우리는 아베 일본과 함께 묶여 ‘동아시아의 이스라엘’이 되는 거다. ‘지하드(聖戰)’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얼마든지 우리의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순박한 사람들을 미국이 시킨다고 쪼르르 달려가서 총질해대면 우리는 그들로부터 분노의 미운털이 박힘은 물론이고 광활한 영토를 가진 신흥 패권세력을 ‘지정학적 적’으로 만드는 자해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 추락(“미국의 개”로 인식), 한국 문화 유입 전면 차단, 현지 국내 기업 퇴출과 향후 진출 제로, 혐한 확산……. 유무형의 피해가 천문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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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언젠가는 미 제국이 ‘사시미’ 들고 강요하는 이 지긋지긋한 인민 피 빠는 ‘드라큐라 자본주의 모델’ 좀 걷어치우고 사람답게 한 번 살아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늘과 지도자를 섬기면서 어른 공경하고 약한 자들을 보호해주며 서로 왁자지껄 어우러져 사는 ‘대동의 경제 모델’로 가야 할 것이 아닌가. 좀 ‘삐뚤빼뚤’ 가기는 하지만 페르시아 이란은 우리보다 먼저 그 길로 가고 있다. 그런 국가를 적대하는 것은 사람의 인두겁을 쓰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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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유틉 영상
Ashura in Karbala – 2010
Tribute to Imam Hussain – Muharram in Karbal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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