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정치 · 완정 시론

I ‘관리되는 반일(反日)’ ㅡ 황금알을 낳는 대립 I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I ‘관리되는 반일(反日)’ ㅡ 황금알을 낳는 대립 I

/ 권 감독님에게 드리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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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좀 해보니…. 이번 반일 껀은 97년 ‘동아시아 도미노 경제 테러’처럼 국제 작전세력이 사전에 각본을 짜고 치밀하게 전개된 게 아니라 그냥 양국이, 특히 일본이 자국의 “보통국가 만들기” 정치 프로젝트 맥락에서 돌출된 우발적, 즉자적 전술이 우리에게 가해지는 상황으로 보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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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8년 10월에 이루어진 일제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내린 것인데요…. 아베가 대표하는 일본 군국주의 매파들이 이를 물고 늘어지며 정치적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식민 지배 죄악을 쌩까면서 대법원 판결을 반박하고 반도체 수출규제니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니 하면서 정치적 몸부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뭐 대단하게 그랜드한 스케일의 ‘경제전쟁’이나 ‘양털 깎기’가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를 너무 심오한 차원에서 바라보면 자칫 비행기서 휙 하고 떨어진 콜라병을 주워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심오하게 바라보는 ‘부시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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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분명 ‘탈일본’의 좋은 기회인 것은 맞는 데요, 문제는 이를 다루는 각 정치 분파들이 보이는 전술적 차이를 잘 읽어내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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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집권세력은 주지하다시피 미·일과 국내 대자본 과두에 포획된 정치세력인 관계로 근원적인 해법, 즉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지정학적 궤도 이탈을 추진하기보다는 ㅡ 내부에 이를 추진할 세력주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ㅡ 그냥 이번 껀을 통해 인기를 상승시키고 집권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인’ 반일 투쟁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이거야 뭐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인데요…. 따라서 향후 선거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선거를 통한 집권’이라는 최고 목표에 조응하는 수준에서 ‘투쟁의 밸런스’를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번 껀은 그들에게 ‘황금의 기회’이며 ‘미네르바의 부엉이’인 셈이죠. 그래서 투쟁의 수위는 지금 보이는 것처럼 미국과 대자본 과두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선상에서 적당히 높낮이를 조절하며 진행하고 있으며 겉으로 제출하는 극일의 ‘사이다 발언’과는 달리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비본질적인 대책들의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것을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비본질적인 문제만 몇 개 툭 툭 건드리면서 대중적 팬덤(fandom)을 흡입해내는 그런 전술인 거죠. 그쪽 전술 입안자들의 대중적 프로파간다 채널인 다스뵈이다류는 지금 그런 작업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 위해 아는 게 “선거혁명”과 “북의 도발에 대한 합리적 대응”밖에 없는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불러내서 일본을 아주 잘근잘근 씹고 있고 있지만 . . . . 정작 우리 발목에 쇠사슬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인민 피를 빠는 미국발 드라큐라 주주 자본주의 경제모델이나 기지국가로서의 참담한 군사적 현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일언반구 하지 않고 그저 지들이 뭐나 대단히 비판적이고 양심적이라도 되는 양 떠드는 그 구역질 나는 너스레들……. 그리고 그것에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머금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순박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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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일 문제가 어차피 ‘민족 공통의 문제’라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국내 대중들이야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으며, 국내 부르주아 비둘파인 현 집권세력과는 달리, 국내 급진 분파들 경우에는 이를 계기로 민족과 계급의 ‘근본적 족쇄’인 미 제국 질서(정치/경제/군사/문화/지정학) 자체에 파열을 내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래서 “물 들어 왔을 때 노 저으라!”는 말은 그러한 바램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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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이나 우리나 모두 미 제국의 동아시아 ‘기지국가’ 이기는 마찬가지 신세인데요, 무슨 국가 운영 자주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미국 네오콘 세력의 하청 용역을 원활히 수행하는 게 존재 이유인 양국에서 이번 반일 투쟁에서 민중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며 주도적으로 나간다는 것은 ‘현실계’가 아닌 ‘상상계’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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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의 ‘제한적 투쟁’을 ‘본질적 투쟁’으로 전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마치 네오콘다와도 같은 친일 친미 네트워크가 전방위적으로 우리를 휘감고 압박하며 뼈가 으스러질 만큼 민중 수탈, 계급 수탈을 감행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투쟁을 지속시킬 동력은 얼마 있지 않아 사그라들 것입니다. 일본과 대치가 부르주아 비둘기파 집권정당에 젖과 꿀을 안겨주는 ‘효용가치’가 마감되고 자신들 ‘통제’를 벗어나서 오히려 자신들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하게 되는 변곡시점이 반드시 도래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처럼 자신들이 주도하는 통제를 벗어나면 가혹한 ‘탄압’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따라서 지금처럼 자신들 미디어 자원을 총동원해 일본에 적대적인 분위기를 자유롭게 발표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며 만약 자연스럽게 사그라지지 않고 지속한다면 이를 인위적으로 차단할 것으로 예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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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과 불화’는 그 수위만 적당히 조절하면 ‘방목장 양 떼들의 소란’에 민중을 묶어두어 양 떼들에게도 뭔가 투쟁을 한다는 흡족감을 선사할 수 있고 동시에 미 제국과 흉포한 국내 자본주의라는 ‘양대 근본 문제’로 불똥이 튀지 않게 관리만 잘한다면 이는 거의 ‘황금알을 낳는 대립’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전술의 명칭은 ‘제한된 애국 카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극일이라는 명분의 등에 타올라 ‘근본적 해방’의 길로 나아가는 ‘빡쎈 민중 투쟁’을 모색하거나 조직하지는 않고…. 그냥 러닝머신처럼 제자리에서 헐떡거리며 계속 뛰는…. 뭐 그런…….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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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