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정 편집실 대화록
<레바논 베이루트항 폭발의 진실은?>
2020/08/08
신현철 국제정치 대표작가(이하 신 작가);
8월 4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시내에 위치한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해외 주요 매체 기사들을 읽어보셔서 알겠지만… 모두 일관되게 “질산암모늄 폭발”로 몰아가고 있더군요… 질산암모늄이 그리도 엄청난 폭발력을 갖춘 건가요? 금시초문입니다 ( 꺄우뚱… )
일단 5시간 전에 쓰여진, 한글 위키의 <2020년 베이루트 폭발 사고> 항목 설명에는 이렇게 써 있더군요.
“첫 번째 폭발은 비교적 작았고, 폭발로 화재와 연기가 일어났으며 목격자들은 불꽃놀이와 비슷한 불빛을 보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폭발은 현지 시간으로 18:08에 일어났는데 규모가 훨씬 컸다. 폭발은 베이루트 도심을 뒤흔들었고 붉은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두 번째 폭발은 240km 떨어진 키프로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1]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질산암모늄이 폭발했는데, 그로 인해 “도심이 뒤흔들”리고 폭발 지점으로부터 “240km 떨어진” 장소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도대체 뭡니까?
류소민 기획위원 겸 유럽 통신원(이하 류 위원);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로켓 미사일 발사’로 분석하고 있더군요. 물론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이 유투브 영상들을 보시면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게 될껍니다. 단순히 화학물질이 폭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겁니다.
(참고 영상 1)
RECOPILACIÓN: videos muestran GRAN EXPLOSIÓN en Beirut, Líbano
- 2020. 8. 5.
이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단순한 폭발 뭐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격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이 영상도 한번 보시죠….
(참고 영상 2)
2020년 8월 7일
Explosion in Beirut Rocket ON Video! Breaking news !!!
Breaking news! A sensational video from the epicenter of the explosion appeared on the network a few hours ago. The explosion in Beirut is clearly visible, in the video a rocket hitting burning warehouses and a powerful explosion.
신 작가;
두 개의 영상을 보니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뭐 질산암모늄류 따위의 폭발이 아니라, 그냥 로켓 발사 폭격이 확실하네요. (1)연기 자욱한 작은 폭발에 이어 (2)로켓 발사가 이루어진 게 확실하네요…. “질산암모늄 폭발” 개드립은 ‘로켓 발사’를 숨기기 위한 속임수 같아 보입니다. 류 위원님, 이런 전례가 있습니까? 제 말은…. 폭발을 가장하고 로켓을 쏜 전례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류 위원;
네에, 있습니다! 2005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총리는 공식적으로는 “차량 폭발 테러” 때문에 죽은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로켓 공격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직접적인 로켓 발사는, 만약 그것을 쏜 가해자들이 발각되면, 감당하기 힘든 정치/군사적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폭발로 가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군사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 지적할 수는 없겠으나, ‘폭발을 가장한 로켓 공격’은 아무튼 그 선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님에 틀림 없습니다.
저명한 중동정세 분석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분석하더군요. ‘폭발을 가장한 로켓 공격’은 이미 여러 번 써먹은 ‘위장저격 수법’이라는 겁니다. 질산이 있는 줄 몰랐다는 프락치들 해설도 여기저기 매체에서 퍼트리고 있구요. 헤즈볼라 무기창고는 이미 2018년에 이동됐다는 전언을 들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공항은 시아파 세력이 관리하고 있으며, 항구는 수니파 세력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헤즈볼라(시아파)가 수니파 관리구역인 항구에 무기를 저장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신 작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한 유력 매체에서는[2] 베이루트항의 폭발 지점에 헤즈볼라의 무기창고가 있다는 암시를 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류 위원;
이스라엘 매체야 뭔 일만 터지면 헤즈볼라를 지목하는 게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고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신 작가;
만약 두 번째 “폭발”이 로켓 발사라고 가정해보면 아무래도 이스라엘이 발사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뭐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2019년 8월 24일에 이스라엘이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건물에 폭탄을 장착한 무인기 2대로 공격을 시도한 사건”을[3] 비롯해, 사실 알고 보면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친이란 헤즈볼라를 분쇄하고 더 나아가 이란을 멸망시키는 것이 중동에서의 최대 전략과제라는 건 중동정치 분석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영미 매체들이 이번 사건에서 보이는 견해들을 분석해보니… 이번 폭발이 모두 레바논 국가의 “총체적 부패” 때문이라고 성토하며 성난 “시민들”이 정권 반대 투쟁으로 나가고 있다는 투로 몰아가고 있더군요. 아까 류 위원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아마도 시리아 내전서 레바논으로 유입된 엄청난 숫자의 난민들 중에 섞여 들어간 IS 계열의 전투원들이 반정부 투쟁에서 조직적으로 활약하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레바논이야 어차피 저마다 다른 3가지 정치세력이 ‘모자이크 국가’를 이루며 불안한 공존을 해오고 있는데요… 이란의 시아파 세력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헤즈볼라가 날이 갈수록 강성해지고 있으니 이스라엘로서는 이들의 세(勢)를 꺾지 않고는 이스라엘의 존망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근심에 시달리는 건 사실입니다. 테러 전쟁을 통한 시리아 멸망시키기 프로젝트가 실패한 지금 시온주의 이스라엘 집권파들은 더더욱 헤즈볼라와 이란 및 시리아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일 수밖에 없는 거죠.
류 위원;
제가 보기엔 이번 폭발의 노림수는 두 가지로 보입니다. 첫째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기 짝이 없는 레바논의 정치질서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어 그 혼란 속에서 헤즈볼라 세력을 축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레바논은 아직도 시리아와 이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바논의 경제와 금융이 모두 유대-아메리카의 손아귀에 장악된 지 오랩니다. 그렇다고 레바논이 온전히 그들의 후견국도 아닙니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폭발 사건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즉 유대-아메제국의 입장에서 레짐체인지 용병 떼들을 투입해서라도 레바논을 갈아 엎어 힘의 균형을 친이스라엘반 헤즈볼라로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이러한 기조 위에서 이번 폭발을 통해 이스라엘이 단지 레바논 일국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의 천적인 헤즈볼라-시리아-이라크-이란의 시아파 블록에게 전쟁을 도발하려는 술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신 작가;
네에…. 두 가지 노림수라….. 충분히 공감이 가는 추측이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거의 주종관계를 연상시킬 만큼 이스라엘(시오니즘파 정치세력)의 이니셔티브가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미국이 후방기지라면 이스라엘은 전방기지가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딥 스테이트의 위상이 약해질수록 이스라엘의 안보는 그만큼 위협을 받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욱 더 호전적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팔레스타인(가자 지구/웨스트 뱅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 영토 점령은 유대-아메제국이 붕괴되는 순간 상상초월의 청구서를 이스라엘에게 요구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선민들(Yah-weh’s chosen people)”이 결코 공존의 방향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드는 질곡이기도 합니다. 후방기지 미국이 사라지면 선민들이 그 동안 빼앗은 모든 팔레스타인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그들은 모골이 송연해질껍니다. 그게 바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이스라엘 적들을 물리쳐야만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중동은 그야말로 ‘답’이 없습니다. “죽거나 죽이거나”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안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레바논은 ‘제2의 시리아’가 될 수도 있는 심각한 정국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중동서 유대-아메제국의 총역량이 이전에는 시리아 정부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레바논에 집중되는 형국입니다. 그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벌어질 향후 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군사전략인, 일명 ‘다히야 독트린(Dahiya Doctrine)’을 보면, 민간 인프라스트럭츄어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파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군사기지는 물론이고 전력 발전소, 공항, 항만시설을 비롯한 그야말로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2006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의 다히야(Dahiya)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잿더미로 만든 것에서 ‘다히야 독트린(Dahiya Doctrine)’이란 용어가 생겨난 거라고 합니다.[4]
이번 폭발 사태는 헤즈볼라/이란/시리아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헤즈볼라 측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발표가 나왔습니까?
류 위원;
헤즈볼라는 베이루트항 “폭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규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판단을 보류하고 있으며, 단지 철저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발표를 한 상태입니다.
신 작가;
그렇군요! 유대-아메제국이 시리아 전쟁에서 실패하고 이란 쏠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이후 중동 전역서 번진 반미 열기로 인해 미군 철수로 수세에 처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혹시 중동에도 평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했었는데요, 오늘 대화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베이루트항 폭발 사건으로 판단컨대 이제 바야흐로 전쟁터가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유대-아메제국에서는 전쟁터와 킬링필드가 바뀌는 것은 가능해도, 평화의 도래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대담, 수고 많으셨습니다, 류 위원님! 앞으로도 국제정치 이면을 파헤치는 더 많은 소식과 분석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ㅡ [완정]
후주
[1] https://ko.wikipedia.org/wiki/2020%EB%85%84_%EB%B2%A0%EC%9D%B4%EB%A3%A8%ED%8A%B8_%ED%8F%AD%EB%B0%9C_%EC%82%AC%EA%B3%A0
[2] https://www.timesofisrael.com/beirut-blast-may-see-lebanese-scrutiny-turn-to-hezbollahs-weapon-stores/
5 August 2020
「Beirut blast may see Lebanese scrutiny turn to Hezbollah’s weapon stores」
: Terror group liable to catch flack for keeping its explosives in civilian areas; IDF closely monitoring fallout of explosions, still bracing for possible border attack
By JUDAH ARI GROSS
[3] https://ko.wikipedia.org/wiki/2020%EB%85%84_%EB%B2%A0%EC%9D%B4%EB%A3%A8%ED%8A%B8_%ED%8F%AD%EB%B0%9C_%EC%82%AC%EA%B3%A0
[4] https://www.middleeastmonitor.com/20200807-israel-whitewashes-its-barbarism-through-offering-help-to-lebanon/
August 7, 2020
Israel whitewashes its barbarism through offering help to Leb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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