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의 음악산책

[음악산책] 디아스포라의 아베 마리아

정진택/큐레이터

 

우리는 구노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바빌로프의 카치니 아베 마리아에 익숙하다. 그런데 우리 귀에 생소하지만 들을수록 친숙해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한 아베 마리아가 있다. 윌리엄 고메즈의 아베 마리아다. 이 곡에는 다른 아베 마리아의 고결한 성스러움과는 좀 다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슬픔과 세속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왜일까?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유럽 주류 문화와는 달리, 정체성을 잃었거나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예술인들이 가슴과 입을 통해 만들어지고 연주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고메즈(William Gomez:1939-2000)는 영국령 지브롤터 출신 기타리스트 겸 음악교사였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남쪽 끝 작은 반도로, 바다 건너 모로코와 마주한 곳이다. 북아프리카를 지척으로 하여 이슬람 대군이 스페인을 점령하는 길목이었다. 더 이전 바빌론의 포로가 되어 혹은 로마의 티투스 황제에 의해 추방당한 원조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이 바닷길을 건너 이베리아 반도로 들어왔다. 세월이 흘러 영국이 차지한 스페인 땅의 “야니또(llanito-스페인에서 지브롤터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 답게 윌리엄 고메즈라는 이름에는 영국과 스페인이 공존한다.

그는 아베 마리아를 생애 마지막 몇 개월 동안에 만들었다. 그는 이 곡이 연주될 예정이었던 지브롤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바로 전날 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잊혀졌던 이 곡은 또 다른 야니또 음악인에 의해 발굴되어 21세기에 빛을 보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지브롤터 출신 젊은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Karel Mark Chichon)은 기타곡인 이 곡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2007년부터 비엔나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레파토리로 선보였다. 이 무대에서 시숑의 부인이자 발트해안의 소국 라트비아 출신 메쪼 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챠(Elina Garanča)가 불러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또 한명의 디아스포라가 부르는 이 아베 마리아는 더욱 크나큰 감동을 선사한다. 품격 높은 음색과 다양한 성가곡 레파토리의 보유자 베르나르다 핑크(Bernarda Fink)는 슬로베니아계 아르헨티나인이다. 그의 부모는 2차대전 이전에 이탈리아의 파시즘으로부터, 종전 무렵에는 소련의 강압적 동유럽 지배로부터 시달리다 1945년 슬로베니아인들과 함께 남미로 이주한다. 소비에트 붕괴에 이어 유고연방이 해체되고 슬로베니아는 독립했다. 베르나르다 핑크는 이에 감사해서였을까? 시숑의 지휘로 2009년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크리스마스 연주회에서 부른 그의 윌리엄 고메즈 아베 마리아에는 성모에게 드리는 감사와 감격이 깊게 드리워져있다.

메쪼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 카렐 마크 시숑 지휘, 2009년 비엔나 크리스마스 콘서트,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메쪼소프라노 엘레나 가랑챠, 카렐 마크 시숑 지휘, 2007년 비엔나 크리스마스 콘서트,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http://www.hwajeong.or.kr/bbs/link.php?bo_table=hwa5_2&wr_id=754&no=1

두 세계적 메쪼를 비교해 보면서 감상하시길.

 

 

윌리엄 고메즈는 뛰어난 기타 연주자였다고 한다.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

 

2013년 윌리엄 고메즈의 아베마리아를 연주 중인 시숑, 가랑챠 부부

 

 

베르나르다 핑크

 

필자 정진택:  학예사(큐레이터)로 고미술 전시분야 전공이다. 우리음악 탈춤 영화시나리오 등에 조예가 깊으며 우리음악과 세계음악 특히 제3세계 비주류음악에 대해서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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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intenant ou jamais (feat. Dry) TAL 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