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

[독자기고] 최근 공공의대 이슈와 관련해

독자 투고

최근 공공의대 이슈와 관련해

2020년 09월 3일 · 성한기(국제완정 독자/경제학박사)

 

최근 공공의대 이슈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이슈가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표면에 제기된 것은 2015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용역 보고서(보건복지부 의뢰)에서부터였다. 이에는 연구용역보고서가 발간되는 시점까지 발의된 법안들에 대한 검토까지 망라되어 있다. 지금 현재 이 연구용역과 이를 기반으로 발의된 법안들, 그리고 정책들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5가지 문제를 지적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는. ‘가장 우선되어야 할 명제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인지, 의료시설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목적 지향점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이 명확하지 않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목적성이 공유되지 않은 채, 방법론만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전공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일단 지방이나 낙도는 대도시나 수도권에 비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라이프 사이클에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임신, 출산, 유아, 노환 등)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 명제를 조건으로 가정한다면 우선 필요한 것은 문제인식을 위한 기초 분석이다.

 

의료 접근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지역이나 대상을 어떻게 그룹핑해서 계량화할 것인지는 물론이고, 그 계량화된 데이터들이 실제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설명하는지 등의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범죄수사에서 사건현장을 조사하는 초동수사(初動搜査)와 동일하며, 초동수사가 부실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과다. 또한, 명제가 목표지향점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도 필요하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여러 방법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며, 특히 현대기초자료분석에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분석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데, 이는 연구용역보고서 그 자체 만으로는 해당 연구의 목적과 당위성과 필요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즉, 적어도 그 연구용역 보고서가 읽어볼 만한 가치를 가지려면 왜 그런 연구용역을 하게 되었는지 다방면의 분석과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위 연구용역 보고서는 비전공자이지만 통계에 한발 걸친 본인 관점에서는 ‘낙제점’으로 판단된다.

 

일단 이 보고서에는 대상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기초분석을 문헌조사로 대신해 버린다는 점이 발견된다. 인용 문헌들이 연구용역의 취지와 반대인 것들도 있지만 그런 것의 구분조차도 명확하지가 않다.

 

논문 프로포절이면 몇 페이지 넘기지도 못하고 드롭(drop)되는 수준인 것이다.

 

둘째는, 이렇듯 첫 출발이 부실하니 ‘과정이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많이 끌어 모았지만 결국은 공공의대나 공공의료인력 공급의 당위성만 수사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째는, ‘공공의료인력 공급대책 방안이 자기완결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보고서 발간 시점까지 발의된 법안들에 대한 검토도 포함했다. 여기서 문제는 공급대책만 언급하고 공급 이후 공공의료인력을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된 ‘관리방안’이 빠져있다.

 

또한 공급대책의 효과 분석 측정을 단순 양적증가로만 제한하다 보니, “밥 두 공기를 먹는 것이 한 공기를 먹는 것보다 ‘정확히’ 2배 배부르다”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인력이 한 명에서 두 명으로 증원되면 그에 따라 치료 가능한 환자의 수가 항상 정비례해 단순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는 진료과목이 완전 독립(별개)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또한 여러 복잡한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면 일괄적용에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이는 마치 공공의료인력은 아프지도 않고 휴가도 안 간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닐런지…)

 

또한 목표 공공의료인력이 10년간 1,000명이라면 증원 목표에 도달하고 난 이후의 공급대책과 인력 이탈에 대한 사후 관리방안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급대책만 있을 뿐 후속 관리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네째로, ‘연구용역 보고서는 논문과 달리 동료집단의 검증(peer group review)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연구용역의 견해는 용역에 참가한 멤버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1~3명의 주요 수행자 주도로만 진행되기에, 따라서 연구용역의 결과가 용역 수행자가 속한 단체나 협회의 의견일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연구용역보고서를 협회나 관련 단체에 공유하고 수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수정하고 세부사항을 결정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그런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통상 연구용역보고서나 공청회를 통해 명문화된 최종안을 관련 단체나 협회에 공유하고 중대한 이견이 없을 경우에 한해 입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최종안과 입법안이 달라질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당 정부부처에서도 입제처에서도 타 현행법과의 충돌이나 문법적 오류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할 뿐 ‘내용’과 관련된 의견이나 대안을 추가하지는 않는다.

 

위 연구용역보고서 이후에 발의된 법안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는지 따져봐야 하며,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연구용역보고서에 없는 내용이나 방안들이 어떤 과정으로 추가 또는 변경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길고 지난한 과정에서 한 두 문장이 추가되고 빠지는 것이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한 두 문장으로 인해 결과가 춤을 추고, 목적지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15년 전 황우석 사태 이후로 타 전공 이슈에 대해 이 정도의 관심을 쏟아 부어보기는 처음이다. 15년 동안 한국 사회는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다시 돌아보는 중이다.

 

참고 기사

2020년 09월 02일

‘공공의대 설립’ 법안 발의 김성주 의원 적극 해명

: “학생은 학칙 기준으로 선발, 서울대병원 우선 채용도 사실 아니다”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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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