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외부 칼럼

[외고] 미국의 해고 문화와 총기 난사

김대규/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며칠 전, 저녁이 되었는데도 집에 식구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집 근처 백반집에서 생선살을 바르면서 TV 뉴스를 들었다. 미국 텍사스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총기를 난사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한 주 걸러 미국 총기 난사 이야기가 들린다. 범인은 대체로 자살하거나 출동한 경찰에 사살됐다. 구성이 비슷해서 입안을 심드렁하게 만드는 고등어 백반 같다. 다음에 생선탕을 시켜볼까 싶어 메뉴판을 보니 2인분 이상만 주문이 가능했다.

그런데 총기를 난사한 자가 범행 당일 아침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동태탕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화면에 비친 범인 사진을 보았다. 평범했다. ‘미국 해고자 총기 난사’로 구글링을 해 봤다. 지난 6월에 플로리다에서 해고자가 직장 동료 6명을 쏴 죽인 사건과 2월에 시카고 부근 공장에서 동료 5명을 죽인 사건을 검색할 수 있었다.

미국의 해고문화는 매우 건조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마진 콜’이라는 영화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던 해고장면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하루 전날, 리스크 관리팀장 에릭은 ‘파생상품의 변동성 확대징후’에 관한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인사담당자에게 호출당한 에릭은 해고 통보를 받자마자 신속하게 짐을 싸야 했다. 팀원에게 작별멘트를 날릴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청원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회사 건물을 나갔다. 19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잘린 에릭은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까지도 멍한 표정이었다. 마무리하지 않은 보고서에 더 신경이 갔던지 둘뿐인 팀원인 피터에게 곧 닥칠 시장의 위험을 정리한 USB를 전하며 회사를 떠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회사가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다. 미국 노동법에는 ‘At-will employment’라고 나와 있는데 회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즉시 해고가 가능한 계약관계를 말한다. 즉시 해고를 해도 미국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없다. 다만 회사 내규에 따라 ‘세버런스 패키지(Severance package)’라는 일종의 위로금이 해고당사자에게 지급된다. 액수는 회사 규모나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행히 에릭은 연봉이 후한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서 일한 덕분인지 월급의 절반과 의료보험혜택 반 년간 보장이라는 옵션을 받았다. 대신 비밀엄수 의무와 소송 부제기 각서를 써야 했다. 하지만 작은 회사나 인색한 내규를 정한 회사에서는 아예 위로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2주 또는 한 달 치 봉급 정도를 준다고 한다.

조지 클루니가 해고 통보 대행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영화 ‘인디에어(Up in the Air)를 보다가 미국에는 저런 회사와 직업도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영화의 압권은 해고당한 직원들 반응이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화를 내며, 누군가는 굉장히 침착하게 자살 협박을 했다. 이에 대해 조지 클루니는 인간적인 위로의 말을 전하지만, 젊은 동료 나탈리는 매뉴얼대로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하나 마나 한 위로를 건넨다.

“아빠가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히려 아이들이 더 공부를 열심히 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름 꺼내본 긍정의 메시지로 인해 나탈리는 ‘fucking’으로 시작하는 격렬한 욕설을 바가지로 뒤집어쓴다. 그리고 자살암시자가 실제로 자살했다는 뉴스도 전해 듣는다. 영화에는 해고 통고를 받고 총기 난사를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대부분은 영화에서처럼 울거나 욕을 하거나 멍한 표정으로 회사를 나갈 것이다.

그러나 해고를 당해도 새로운 직장을 곧바로 구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니까. 해고당한 날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일도, 고속도로에서 차를 탈취해 세상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완정]

사진: Monte Alban, Oxaca, Mexico(20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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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