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 완정 시론

「서구 암흑 근대를 넘어, 야만의 모더니티를 넘어」
– 반 근대 전통주의, 세계의 걸작을 찾아서: <완정문고>를 시작하며

「서구 암흑 근대를 넘어, 야만의 모더니티를 넘어」
– 반 근대 전통주의, 세계의 걸작을 찾아서: <완정문고>를 시작하며

 

2019년 11월 8일 / 국제정치 대표작가-신현철

 

1
스페인 태생으로 하버드 대학교수를 지낸, 철학자이자 시인인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과거를 다시 살아야 할 운명에 묶여 있다.” 주1)


[이미지 1]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의 경구

 

산타야나의 인용구 영어 원문에는 be condemned 라고 적혀 있다. 이는 ‘유죄판결을 받다’ 혹은 ‘사형선고를 받다’라는 뜻이다. be condemned to death라는 숙어 표현은 ‘사형 선고를 받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산타야나의 말을 여과 없이 직역해보면 “역사를 기억할 수 없는 자들은 그것을 반복해야 하는 유죄[사형선고] 판결을 받게 된다.”가 된다.

이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역사에 무지하면 ‘유죄 판결’, 아니 더 나아가 ‘사형선고’를 받는다니 말이다. 우리가 만약 일제의 조선 침략과 약탈이라는 잔혹무도한 식민사에 무지해서 또다시 군국주의 일본 식민지가 되어 온 민족이 과거와 똑같은 수난을 당한다고 상상해보라. 이건 그야말로 사형선고 그 이상이다.

 

2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래전에 본 어떤 영화(혹은 드라마)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던 것 같다. 성년 나이까지 자신을 정성스럽게 키워준 양부모가 사실은 내 친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원수들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이 정신분열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고뇌하다가, 결국 자기 손으로 양부모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함으로써 악연의 고리를 끊게 된다는 이야기다.

 

3
우리가 공식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역사와 각종 매체를 타고 떠돌아다니면서 우리 역사의식을 조형했던 서구 ‘모더니티[근대성]’에 관한 스토리텔링이 만약 우리 친부모를 잔인하게 죽인 양부모와 같은 존재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를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근대적 합리성’을 가진 ‘근대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키워주고 보살펴 주었지만 알고 보니 그 모든 것이 우리 친부모인 ‘전통’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그 피 묻은 손으로 이루어진 ‘위선적 양육’에 다름 아니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도 영화 주인공처럼 해야 할까? 거짓 부모인 서구 ‘모더니티’를 죽이고 동시에 그에 기반을 둔 ‘허구적’ 서구 근대 정치이데올로기들을 자살시킴으로써 ‘잘못된 만남’의 악연을 끊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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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근대성’ 혹은 ‘모더니티(modernity)’가 쓰나미처럼 우리를 뒤덮은 지도 벌써 100년 세월이 훌쩍 넘는 것 같다.

“근대성이란 근대(근대적 시기) 혹은 (근대의 특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근대성을 이성중심주의, 주체중심주의와 근대적 합리성, 계몽주의 또는 인본주의 등으로 요약한다. 여기서 합리성은 자아를 중심으로 한 도구적 합리성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서구를 근거로 삼을 때, 근대의 특성을 산업화 시기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과학 문명과 도시문화의 출현에 따른 근대적 삶의 방식에서 찾을 수도 있다. 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인간 삶의 방식도 자급 자족적인 자연적 생산에서 기계화된 상품생산이라는 집단적 산업구조로 변화하였다.

이로써 공장이 생기고 철로가 부설되고 도시가 태어났다.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우상과 신이 지배하던 중세시기는 지나가고 인간 의식에는 자아와 이성이 중심적 사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것이 곧 자아를 중심으로 하는 합리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근대란 근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발달의 한 산물이며, 그것은 합리주의 정신을 그 기본이념으로 삼고, 그 정신에 따라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냈다.” 주2)

“우상과 신이 지배하던 [서양] 중세 세기”가 근대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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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더니티’는 ‘근대성’ 혹은 ‘현대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용어는 주로 역사적 개념이거나 철학적 개념이다.

서구 역사에서 보면, 고대-중세-근대를 각각 마술의 시대-종교의 시대-과학의 시대로 나눈 것이다. 그리고 이 세 시기는 순서에 따라 고전주의로 특징짓는 고대는 빛의 시대, 중세기는 암흑기로서 어둠의 시대, 르네상스로 시작되는 근대는 어둠에서 해방된 시대로 불린다. 여기서 재생이나 부흥의 시대를 의미하는 고대 시기 고전이나 권위에 대한 숭배 사상은 중세 신권숭배 사상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르네상스 시대는 중세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근대는 고대나 중세기와는 여러 면에서 뚜렷한 구별이 지어져 있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론가들은 ‘계몽주의’와 ‘모더니티’ 그리고 ‘현대적 감성’ 등과 같은 용어를 동의어로 쓰기도 하였다. 하여튼 이 모더니티는 인간 삶을 과거보다 한결 더 발전되고 개선된 것으로 파악했다.” 주3)

“근대는 고대나 중세기와는 여러 면에서 뚜렷한 구별이 지어”지는 특별한 시기라고 한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론가들은…. 모더니티는 인간 삶을 과거보다 한결 더 발전되고 개선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혹시 우리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6
표준화된 서양사 시대구분론에서는, 인류는 오직 폭력과 주술적 미신과 무지몽매만이 판을 쳤던 중세 시대 봉건 왕정의 “억압적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과 “진보”가 전면으로 대두하는 모더니티 충만한 이성적 서구 근대 시기로 이행했다고 본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저 그런가 부다 하고 이제껏 살아왔다. 뭐 이런저런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근대 계몽 시기가 그 이전 칙칙했던 중세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려니 하고 막연하게 짐작하며 살아왔다.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했으나, 워낙 과학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서구 근대정신을 부정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미친놈’이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 과학 신화 또한 추후 우리의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근대과학이 사실은 소외된 인간 정신의 소산이며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사회적 문제’가 됨을 비판한 글이 있음을 지적하고 넘어가자. 주4)

근대 모더니티가 없었으면 과학이 성립하고 발전하지 못했을 거란 가정 또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누더기 지식’의 편린에 불과하다. 실제로 서양 근대과학의 업적은 근대정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토착 원주민들의 ‘전통 과학’과 서구 과학이 접목된 결과이다. 특히 그들의 ‘전통 생태적 지식(Traditional Ecological Knowledge, TEK)’과 ‘기술 혁신’ 사례는 무수히 많다. 주5)

모두 의도적으로 감추어지고 은폐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토착 과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2016 년 기후, 에너지 및 북극 리더십(Arctic Leadership)에 관한 미국-캐나다 공동 성명서는 전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양 과학과 토착 과학이 수행한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했습니다. 공동 성명서에서는 석유와 가스 개발 및 운송 레인과 같은 북극의 상업적 이익을 다루고 북극과 그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서양]과학 기반 접근 방식”과 “토착 과학 및 전통 지식”을 통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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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학 연구의 최첨단에 있는 연구자들이 앞장서서 서구 근대과학의 맹목적 우위성에서 벗어나 ‘전통’과 어우러질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태가 이러할진대 아직도 ‘조작된’ 19세기적 서구 과학 신화에 사로잡혀 덜떨어진 사람처럼 ‘근대성’과 ‘모더니티’를 읊조리며 찬양하고 숭배하는 짓은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적 게으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분히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주입된, 근대성이라는 ‘환각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을 무슨 유토피아로 진입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일체의 계몽 담론과 결별할 것이 요구된다. 계몽의 자식들은 모두 ‘어둠의 자식들’이다. “암흑 중세, 광명 근대”라는 계몽의 대전제를 기초로 세워진 근대 정치사상은 끝내는 무너지고 마는 바벨탑에 불과하다. 이미 거의 무너진 상태다.

 

8
사실 서구 근대로 이행은 정확히 말해 ‘범유럽 초국적 금권 왕조’로 이행을 의미한다. “억압적” 봉건 왕조에서 “합리적” 근대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이행했다고 말하는 것은 표피적 분석일 뿐이다. 사실은 광범위한 금권 네트워크가 진두지휘한 ‘위로부터 혁명(revolutions from above)’과 내부 전복을 통해 ‘신흥 금권 왕조’로 이행한 것이다. 즉 왕조에서 왕조로 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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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로 유럽 경제사를 통시적으로 살피고 그 속에서 활약하며 경제 지배력을 구축해 나아가는 범유럽 금권세력의 규모와 움직임(국제무역/국제금융 정복기)을 파악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1500년부터 1850년대 사이에 이루어진 서유럽의 부상은 대서양 식민지 무역을 통한 부의 축적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서양 무역 디아스포라 네트워크(The Atlantic trading diasporic network)는 지금의 초국적 기업처럼 국가의 존재와는 무관한 자기 운동성을 가지고 국가에 기생하여 이를 이용하면서 자신 이익을 실현해 왔다. 주7)

“대영 제국주의”가 그렇고 지금의 “미 제국주의”라는 것도 이 네트워크의 면면히 이어지는 역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상업혁명’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출현한 글로벌리스트 정체를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따라서 서구 중상주의 시대(1500~1800년대 중반)를 지나면서 국가를 초월한 네트워크인 ‘초국적 상인계급’이 역사의 주역으로 대두하는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이 기존의 유럽 카톨릭 왕정들과 제국의 질서를 무너뜨리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의 보이지 않는 ‘금권 왕조를 창업한 것’이 ‘근대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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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보면, 대항해 시대 이후부터 전개되는 식민지 쟁탈 경쟁에서 각축을 벌이면서 처음에는 포르투갈, 스페인 나중에는 영국이 최종적으로 이 경쟁에서 승리했다. 중동, 아프리카,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세계를 식민지화시키며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이어지면서 지금 해상 글로벌리스트의 ‘신세계질서’(The thalassocratic-globalist ‘New World Order’)기초를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시대 구분론적으로 말하자면,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은 기독교 왕정에서 세속 금권 왕정으로의 이행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구의 근대는 ‘초국적 상인계급의 사회 재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해상 글로벌리스트의 신세계질서(Thalassocratic-globalist ‘New World Order’)를 기획한 자들의 물적 토대와 정신적 뿌리가 이로부터 연원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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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건물 같은 서구 근대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 기둥은 중세 사회의 ‘응집력’과 ‘전통’을 살해한 핏빛 기둥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과연 서구의 중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으로 떠오른다. 우리가 서구 중세를 진지하게 공부해 본 적이 있는가? 계몽 사기꾼들의 프로파간다 찌라시 역사서 같은 거 말고 제대로 된 분석을 담은 중세 시대 연구서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서구 중세에 대해 학교에서, 신문에서,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내비치는 간헐적 이미지를 취합한 정도의 수준을 뛰어넘는 심층적 인식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역사학자도 아닌 우리가 그런 인식을 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암흑 중세, 광명 근대”라는 역사 사기 테제는 범유럽 신흥 상인 왕조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신적 기제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서구 중세에 대한 중상모략과 왜곡은 권력을 장악한 근대 금권세력의 ‘용비어천가’를 만들기 위한 역사 지우기 필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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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말살된 폐허에서 살아온 우리는 우리 전통이 무언지도 잘 모른다. 전통적 사유 같은 건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별도로 그것을 알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만 공부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통을 말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근대 금권 질서를 깨고자 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통(사상)을 잘 아는 자들이 오히려 이를 강화해주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건 그들이 서구 근대라는 총체적 프로젝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구덩이에만 대가리를 처박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의 가치)를 분쇄하는 날카로운 무기로서의 전통이 아니라, 늙다리들의 복벽(復辟)적 취미로서 전통은 우리에게 필요치 않다. 따라서 우리가 수립해야 할 ‘전통주의’는 서구 근대 모더니티가 결국 초국적 금권 세력의 이데올로기 보호 장치라는 사실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예를 들자면 서구 근대 시기에 출현한 ‘폭력적[전체주의적] 평등’이, 사회 내부의 조화로운 위계질서에 기반을 둔 ‘유기적 평등’을 파괴하여 반금권 정치투쟁을 이끌 수 있는 전사(戰士)적 구조를 선제 타격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깔끔하게 해설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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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유기체다. 뇌와 심장과 사지가 제각기 그 구실을 하는 신체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 금권 네트워크 세력의 근대 가치 주입 프로젝트는 그와 같은 유기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모래알 같은 개체들의 형식적 평등에 가두어두고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적대하는 평등 기반 원심사회를 만들어 내도록 추동한다. 그 결과 외부 적에 대한 내적 저항의 응집성을 가질 수 없도록 사회를 모자이크화, 발칸화시켜 무력하게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 모두를 규명할 줄 알아야 한다.

근대 가치 핵심은 유기체 질서를 거부하는 막무가내식 자유, 전체주의적 평등 그리고 지도 구심 없는 자기 만족적 히키코모리 또라이들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다양성(diversity)으로 구성된다. 사회 내부를 해체하는 고도의 ‘사회 전쟁 기술’이다. 이처럼 금권 지배의 사상적, 정신적 기초를 만들기 위해 주조된 근대 모더니티의 ‘목적 지향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이를 “진보”라고 믿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금권 세력의 통치는 ‘폭력’보다는 ‘자발적 동의’를 선호한다. 그게 저비용 고효율이기 때문이다. 서유럽 프롤레타리아트의 ‘비혁명으로의 경도’ 원인을 진단한 그람시(Gramsci)의 말대로다. 적들은 언제나 사상의 진지전(陣地戰)을 교묘하고 세련되게 수행한다. 캠트레일 살포하듯 인민의 의식을 중금속 가루로 오염시킨다. 오염의 핵심에는 바로 서구 근대 계몽의 가치에 대한 맹목적 숭배가 도사리고 있다. 적들이 만들어 놓은 ‘거꾸로 발사되는 총’과 같은 근대의 정신 상태를 가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며 사회운동에 나서는 것보다는 차분히 책상 앞에 앉아 전통주의에 기반을 둔 이론적 무기를 제작하고 손질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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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근대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전제되면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나 폭발적인 저항력이 생긴다. 주저함이 없어지고 망설임이 없어지고 무엇보다 ‘변절’이 없어진다. 친부모를 죽인 자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서구 근대의 문화와 역사가 암흑시대의 ‘기원’에 해당함을 알아야겠다. ‘반(反)지성주의 미신’에 다름 아닌 “역사적 진보”라는 현대주의 신화를 미립자 단위까지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근대성[모더니티]의 전형적인 특징들 ㅡ 세속적 허무주의, 역사 유물론, 사회-정치적 평등주의, 집단적 나르시시즘 ㅡ 을 전통적인 가치의 ‘구조적 전복’으로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서구 ‘암흑 근대’의 역사적 발병을 한 세기 동안이나 우리들 뇌에 주입되어 악성 노폐물처럼 축적된 “계몽”과 “진보”라는 망상을 떨쳐내고, 그리하여 금권세력이 범접하거나 침투할 수 없는 ‘조화로운 위계’ 속에 구축된 전사적 구조를 가진 인민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만이 전 지구적 재앙과 불행을 우리 내부에 끌어들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집요하게 ‘전통’을 죽이려고 덤벼드는 자들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그러는 건지 곰곰 생각해 보는 학습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15
다음 글에서는 서양 중세를 “암흑”이라고 규정한 근대 금권 세력의 이데올로그들인 계몽 사기꾼들이 중세 역사를 어떻게 날조하고 조작했는지, 그 구체적 ‘꼼수들’과 ‘개수작들’을 일목요연하게 까발린 프랑스 태생 중세사 전문가인 끌레어 꼴롬비(Claire COLOMBI)의 명저 『“암흑 중세” 신화 뒤집기 La Légende noire du Moyen-Âge』를 ‘통째로’ 훑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들이 중세로부터 숨기고 싶어했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볼 것이다. 왜 그들이 중세를 모략하고 헐뜯는지 그리고 그들이 중세 시대로부터 제거하고 숨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것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중세와는 전혀 딴판인 ‘따뜻한’ 중세를 맛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나아갈 정신적 좌표를 올바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중세를 겨냥한 역사 ‘흑칠’을 걷어내야 한다. 거기서부터 서구 근대 통치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통찰이 시작된다. 그러한 통찰이 생겨야 비로소 그간 우리를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던 근대성 ‘메트릭스’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게 된다.

[이미지2]
『“암흑 중세” 신화 뒤집기(La légende noire du moyen age)』
끌레어 꼴롬비(Claire COLOM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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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
주1)
앨버트 S. 린드먼. 『현대유럽의 역사』. 장문석 옮김. 삼천리. 2017. p.7

 

주2)
이명학(중국 청도대). 「모더니티와 모더니즘 문학 -1930년대를 중심으로」. 『한국문화기술』 통권 제6호 2008.12. pp.237~246

 

주3)
위와 같음

 

주4)
살 레스티보(Sal Restivo). 「사회적 문제로서의 근대과학 Modern Science as a Social Problem」. 『Social Problems』 Vol. 35, No. 3, Special Issue: The Sociology of Science and Technology (Jun., 1988), Oxford University Press. pp. 206-225

 

주5)
https://theconversation.com/how-indigenous-knowledge-advances-modern-science-and-technology-89351
January 3, 2018
「어떻게 토착 지식이 근대과학과 기술을 진척시켰는가 How Indigenous knowledge advances modern science and technology」
by 제시 팝(Jesse Popp) (캐나다 로렌티언 대학 생물학 부교수 Adjunct professor, Biology, Laurentian University)

 

주6)
https://theconversation.com/why-native-americans-do-not-separate-religion-from-science-75983
April 21, 2017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과학과 종교를 분리하지 않는 이유 Why Native Americans do not separate religion from science」
by 로잘린 R. 라피에르(Rosalyn R. LaPier) (하버드 신학대학의 <여성학, 환경학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 종교> 연구원 Research Associate of Women’s Studies, Environmental Studies and Native American Religion, Harvard Divinity School, Harvard University)

 

주7) Daviken Studnicki-Gizbert. 「국가들 안의 국가: 대서양에서 활동했던 포르투갈과 여타 해상 무역 디아스포라 집단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La Nación among the Nations : Portuguese and Other Maritime Trading Diasporas in the Atlantic, Sixteenth to Eighteenth Centuries」. 『대서양 디아스포라: 중상주의 시대(1500~1800)의 유대인들, 콘베르소 그리고 비밀유대인들 Atlantic Diasporas: Jews, Conversos, and Crypto-Jews in the Age of Mercantilism, 1500-1800』. Edited by RICHARD L. KAGAN and PHILIP D. MORGAN.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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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이미지 1]
https://www.azquotes.com/quote/258701

 

[이미지 2]
https://soundcloud.com/user5994089/la-legende-noire-du-moyen-age
이 곳에서는 끌레어 꼴롬비(Claire COLOMBI)가 자신의 저서 『“암흑 중세” 신화 뒤집기(La légende noire du moyen age)』를 약 5분 동안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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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ndres Calamaro - Cuando No Estas 3:30